[정상회담 D-1] 李-한나라 미묘한 입장차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의 시각은 당의 공식입장과 대체로 일치하지만 차이점도 없지 않다.

원칙적으로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일정책”이라는 당 정강.정책에 기반한 대북정책 기조를 따르지만 대기업 CEO 출신답게 ‘실용주의’를 우선해 미묘한 견해차가 있기 때문.

이런 차이는 1일 이 후보의 발언과 나경원 당 대변인의 공식논평에서도 감지해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왕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니 매우 성공적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면서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비해 나 대변인은 “이왕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마당에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길 바란다”며 이 후보의 발언에 힘을 실으면서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평양에 머무는 2박3일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국민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당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판 견해를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중도적,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며 성과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외견상 회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당내 일부 인사들이 지난달 30일 남한 최북단 기차역인 도라산역을 방문하고 이날 최고위원회의도 임진각에서 개최한 뒤 정상회담 기간에는 이북5도청을 찾아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으나 이 후보는 “담담하게 회담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후보는 여론지지율 50%를 상회하는 ‘1위 대선후보’라는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당은 정치적 차원에서 강도높은 비판공세를 펼 수 있으나 차기정권을 책임질 수도 있는 유력 대선후보의 입장에선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계승’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1위를 질주하면서 연말 대선이 ‘경제대통령’과 ‘통일대통령’의 대결국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술’에 힘을 싣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측근은 “당은 회담이 잘못됐을 경우를 경계하면 되지만 후보는 잘됐을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특히 무조건 비판했다가 회담이 성공적이었을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이번 정상회담이 대선국면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당이 쌓아올린 ‘방화벽’의 뒤편에서 ‘비핵.개방 3천구상’이라는 실용주의 공약을 내걸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자문역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당의 전통적인 정체성에 이 후보가 매몰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당과 후보가 적절히 역할분담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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