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1] `평화정착’ 방안 어떤게 논의되나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이 우선적으로 협의될 예정이어서 이를 위한 의제와 내용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일 건군 59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여러 의제가 논의되겠지만 나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가장 우선적인 의제로 다룰 것”이라며 “이는 평화에 대한 확신 없이는 공동번영도, 통일의 길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루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첫 브리핑을 통해 평화정착을 위해 ▲정전 또는 냉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 방안 마련 ▲남북경제협력의 개발.투자 관계로의 발전을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기반 마련 ▲남북관계 발전과 6자회담을 통한 선순환적 발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평화정착 방안을 짚어본다.

◇ 평화체제 전환 방안 = 평화체제의 기본은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이다. 따라서 그간 초보적 수준에 머물렀던 군사신뢰 구축 문제가 최우선 순위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군사신뢰 구축 문제와 관련,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수준의 의제에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면 일단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시 남북은 추후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통제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대량살상무기(WMD)와 공격능력의 제거 ▲단계적 군축실현 및 검증 등의 문제를 협의, 추진키로 했다.

우발적인 무력충돌과 그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 연락수단체계로 양측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핫라인)을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들 문제 가운데 DMZ 평화적 이용, 군축문제 협의 상설기구,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방안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DMZ의 평화적 이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휴전선 155마일에 걸쳐 설치된 양측 GP(최전방초소)와 병력, 중화기 등을 단계적으로 후방으로 철수하는 문제가 협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군비증강의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재래식 전력의 감축 협의를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117만여 명의 병력에 연간 50억 달러의 국방비를, 남한은 69만여 명의 병력에 130억 달러 가량의 국방비를 각각 사용하고 있는 군비구조를 바꿔 남는 돈을 경제부문으로 돌린다면 양측이 모두 상생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1990년 5월 31일 중앙인민위원회.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정무원(내각) 연합회의 형식으로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의 제한,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남북 10만명 이하 단계적 병력 감축, 한반도 비핵지대화, 외국군 철수 등 10개 항의 군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다 한반도 전쟁상태 종식을 위한 ‘평화선언’을 채택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평화선언이 채택되면 남북은 이 선언을 기초로 장관급회담 및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정전협정을 대체한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본격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남북이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해소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해상 긴장완화 문제와 관련,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측은 NLL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설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남측은 해상경계선의 설정을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협의하되 반세기 이상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해온 NLL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남측은 NLL 근방에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해 평화적으로 이용하자는 제의를 해놓고 있지만 북측이 NLL 이남에 5곳의 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맞받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북측이 요구하는 해주 직항로를 개설하는 한편 해주 등에 공단을 조성하는 문제와 공동어로수역을 패키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의 NLL 해상을 ‘평화지대’로 설정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북측은 일단 NLL을 무효화하는 선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가 어떤 형식으로든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회담에서 NLL에 대한 어떤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경제공동체 건설 기반 = 이를 위해 경제협력을 개발과 투자의 관계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재정 장관은 “남북경제협력을 어떻게 개발과 투자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서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남북은 이미 지하자원 공동개발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한 공동의 개발과 투자가 앞으로 더 강화돼 남북이 공동의 이익기반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조 하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경협 의제로는 제2 개성공단, 북한내 각종 인프라 구축, 농업.보건 의료 지원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제2 개성공단’ 건설과 관련, 후보지로는 해주, 남포, 나진.선봉, 원산, 신의주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서해안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비롯한 서해상의 긴장완화 방안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이 노 대통령의 참관지로 남포 서해갑문을 제안한 것은 이 지역에 대한 남쪽의 투자를 희망하는 북측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제2 개성공단을 건설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하고 추후 장관급회담이나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공단 후보지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SOC 투자 분야에서는 우리 측이 철도 부분 협력사업을 우선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까지 정기열차가 달린다면 개성공단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서울-평양 노선까지 열리면 저렴한 철도를 이용해 남북교역 물량을 실어나를 수 있다.

나아가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러시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 등 대륙철도와 이어진다면 한반도가 해양과 대륙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하게 돼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를 향한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항만 분야 협력사업으로 남포항과 나진항의 하역시설을 확충하는 사업도 검토되고 있다. 이 두 항구는 남측과 정기항로가 개설돼 있으나 하역시설이 미비해 대형크레인 설치 등 하역시설을 확충해야할 형편이다.

농업분야에서는 북한 내 조림사업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정상회담이 한 차례 연기됐듯이 북한의 수해 피해는 연례행사가 됐고 그만큼 황폐화된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는 대규모 조림사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기초의약품 등 필수 의약품 지원사업, 북한병원 현대화 사업, 전염병 예방 사업 등 북한의 시급한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 공식수행원으로 임상규 농림장관과 변재진 보건복지장관이 수행하는 만큼 이 분야 남북협력 문제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각종 경협 의제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이 관건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 소요 재원이 향후 10년간 수십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중장기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SOC 14조원, 개성공단 13조6천억원, 금강산관광산업 2조원, 에너지지원 10조원, 북한산업 정상화 20조원 등 향후 10년간 6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 관련 예산은 남북협력기금으로 짜여진다. 예산당국은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출연금을 올해 5천억원에서 내년에는 7천500억원으로 확대하면서 사업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여유자금이 4천3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금 분위기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대북투자 규모가 남북협력기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 형태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국내 민간자본이나 국제금융기구와의 연계를 통해 대북 투자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동북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기구 설립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소비적 투자협력’이 아닌 `생산적 투자협력’, 단기적 투자가 아닌 장기적 투자를 통해 경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투자된 자본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이 같은 여건을 조성하면서 대북투자가 이뤄지게 하는 방안으로 국내 민간자본뿐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기금 등도 유치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동북아 개발은행 설립 방안도 검토되고 협의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2000년 정상회담 때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장이 대거 포함됐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공기업과 민간기업 대표들로 특별수행원이 꾸려진 점도 정부의 민간자본 유치 방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 6자회담과 선순환 관계 = 이번 정상회담은 6자회담과 북.미관계 진전을 상호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북핵 6자회담이 서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이 다른 영역들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인 것이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논의 시기와 당사자 문제에 대한 북측의 생각이 확인된다면 그 시점부터 평화체제 논의는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프레스센터 개소식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발전과 6자회담을 통해 선순환적 발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6자회담의 틀과 남북회담의 틀이 병행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런 관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6자회담의 합의내용들이 원만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6자회담 결과 2.13 합의 다음 단계로 원만히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며 “이제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상호 촉진하는 역동적 관계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면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거듭 피력하는 식으로 노 대통령에게 ‘선물’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럴 경우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6자회담 합의 이행과 맞물리면서 핵문제 해결에서 새로운 전환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간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교차 방문, 북.미 미사일 회담이 잇달아 진전되면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른바 남북관계와 6자회담 또는 북핵문제 해결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남북관계가 가지는 역할은 매우 크다”며 “미적거리는 북미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진전되는 한반도 평화논의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관련국 간 논의는 아주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별도 포럼을 만들어 한반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로 명시돼 있지만 아직 이 포럼의 출범시기는 불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급 인사들의 모임을 통해 평화체제 포럼을 출범시킬지 조차 아직 당사국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지난 달 27~30일 열린 6자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한국과 미국은 평화체제 논의를 불능화 및 신고 단계가 실질적으로 진전이 된 시점에 4개 당사국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중의 입장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북.미 양자 협의를 통한 평화체제 전환을 꾸준히 주장해온 북측이 4자 포럼 구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언제 논의를 개시하길 희망하는지 등은 전부 수면 아래에 잠겨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불능화 관련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평화체제 포럼 출범 구상을 공론화한 뒤 각국이 목표로 잡은 불능화 시한인 올 연말께 평화체제 논의를 정식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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