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盧-金 공동관람 땐 회담 윤활유

2007정상회담 이틀째인 3일 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북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어서 공연 내용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석 여부 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비롯해 북.미 현안 논의를 위해 방북했을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장관과 함께 ’아리랑’의 전신격인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보면서 북.미간 미사일 협상과 관련, 매우 시사적인 발언을 한 게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일이 있다.

당시 카드 섹션이 대포동 미사일 형상을 연출하자 김 위원장은 올브라이트 장관을 향해 “이것이 첫번째 위성발사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후 북.미간 미사일 협상이 급진전돼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 직전까지 이르기도 했었다.

노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이 노 대통령 단독의 단순 참관 일정의 하나로 끝날지, 아니면 김 위원장과의 비공식 회동과 격의없는 대화의 자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색 순화 = 2002년 첫선을 보인 체제선전 목적의 집단체조 아리랑은 그동안 여러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는 북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까지 자리잡았다.

아리랑은 2002년 4월29일부터 8월15일까지 평양 릉라도의 5.1경기장에서 90여회 공연돼 400만명이 관람했고, 2005년 2차 공연 때는 8월16일부터 10월29일까지 60여회에 250만명이 관람했다고 북한측은 밝히고 있다.

2003, 2004년과 2006년에는 수해 등 북한 내부 사정으로 공연이 이뤄지지 않았다.

1시간 20분짜리에 연인원 10만명이 등장하는 초대형 야외공연작인 아리랑은 횟수를 거듭하면서 조명 등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내용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북한은 특히 방북하는 남측 및 해외동포들이 많이 관람하는 점을 의식한 듯 공연 내용 중 남북대결을 강조해 남측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손질했다.

인민군이 총검술 시범을 보이는 가운데 낙하산을 짊어진 군인이 로프를 타고 공중으로 이동하다 총검술 시범단 위로 내리면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격파 대상이 국군과 미군이라는 점때문에 남측에서 관람의 적절성이 논란되자 태권도 장면으로 바꿨다.

또 군사 퍼레이드나 인공기를 표현하는 카드섹션 등 남측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다른 장면들도 삭제.교체됐다.

김금룡 아리랑준비위 창작실장은 “지금은 참관 대상이 조국 인민들과 해외동포들 뿐 아니라 세계 각곳에서 너도나도 찾아와 그 수가 날로 늘어나는 데 맞게 폭을 넓혀” 아리랑 공연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노 대통령의 관람 결정을 발표하면서 “일부 문제되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으나 북측도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측의 입장을 고려, 수정하여 공연을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이 관람할 공연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는 것도 또다른 흥밋거리다.

◇동석 관람 주목 = 노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김 위원장과 회담한 후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다.

두 사람이 공연을 함께 관람한다면, 두 차례 공식 정상회담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자연스럽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은 ’아리랑’에 대해 “작품의 종자로부터 구성체계, 형상 방도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지도하여 세계적 명작으로 완성시켜주신 분은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과 함께 공연을 관람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05년 10월 방북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5월1일경기장에서 이 공연을 관람하면서 북중간 친선을 다진 일이 있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연을 함께 관람하게 된다면, 이번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딱딱한 회담석상을 벗어나 격의없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