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협상 언제 시작될까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당사국간 외교교섭이 언제 시작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별도 포럼을 만들어 한반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로 명시돼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안보적 주변 환경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북미.북일 관계정상화, 동북아평화안보체제 등과 함께 6자회담 2.13 합의문에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와 동북아평화안보체제의 경우 관련 6자회담 실무그룹을 통해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별도 포럼에서 논의하기로 한 평화체제는 아직 첫 삽도 못 뜬 상태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3~4개월을 허비하면서 비핵화 일정부터 신속히 소화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평화체제 논의가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하지만 오는 28~30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계기로 평화체제 문제가 화두로 본격 대두되는 양상이다.

외교가는 9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6자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10월께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면 그 회담을 계기로 평화체제 포럼이 공식 출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평화체제 당사국들 간에 논의시점에 대한 입장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 당국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 등에서 조기에 개시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더 나아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카드로서의 가치가 더해진 가운데 평화체제 문제를 다루는 4자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9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한국이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게 좋다고 보고 있지만 평화체제 논의를 조기에 시작하자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져가는 듯한 양상이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이 더 이뤄진 후에 평화체제 논의를 하는게 좋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지난 달 11일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의 과정을 올해 안에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비핵화 2단계인 핵시설 불능화 조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 달 16일 “우리는 평화체제 논의를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맞춰 하길 원한다”면서 “비핵화 이슈를 해결하기 전에 평화체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해 속도조절론 쪽에 무게를 실었다.

힐 차관보가 언급한 `실질적 진전’은 초기단계 이후 불능화 단계, 나아가 불능화가 완료되는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또한 북한도 평화체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갖고 있지만 언제쯤 논의해야 한다는 데 대해 구체적 의사를 피력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 양자간 평화체제 논의를 오랫동안 주장해온 북한이 평화체제에 참여할 `당사국’으로 남.북.미.중 등 4개국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일지조차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도 평화체제 논의 보다는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 프로세스를 우선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평화체제 논의가 조기에 개시될 경우 한참 불이 붙은 비핵화 논의에 모여져야할 참가국들의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 처럼 평화체제 출범과 관련해 4개국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논의의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논의를 이끌되 평화체제 포럼의 조기 출범에 집착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상회담 등을 통해 평화체제 `당사국’ 문제를 비롯한 논의의 기본부터 충실히 다져 놓은 뒤 관련국들의 동의 속에 자연스럽게 평화체제 포럼을 출범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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