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청와대서 평양시내까지 `4시간’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4시간도 걸리지 않아 단숨에 분단의 벽을 넘어 북으로 평양까지 내달렸다.

노 대통령은 2일 오전 7시 55분께 태극기와 봉황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달린 전용차인 벤츠 S600을 타고 청와대를 출발, 세종로와 강변북로, 자유로를 거쳐 통일대교를 넘어 조용한 아침 출근길을 달렸다. 장관들과 청와대 비서진으로 구성된 공식수행원 13명도 다른 승용차편으로 동행했다.

민통선 마을인 통일촌 주민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원 등 700여명은 오전 8시 40분께 대통령 일행이 통일대교 남단에 들어서자 도로 양쪽에 길게 늘어서 태극기와 풍선을 흔들며 환송했다.

노 대통령은 차에서 잠시 내려 통일대교 남단 철조망에 걸린 통일 염원 리본을 읽어본 뒤 다시 차에 올라 차 유리창을 열고 손을 흔들어 환송 행렬에 화답했다.

출발에 앞서 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10여분 간의 간담회를 한 뒤 5분간 방북에 앞선 ‘대국민 인사’를 했다. 노 대통령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며 연설 도중 간간이 미소를 띠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 청와대를 출발한 지 한시간 만에 군사분계선(MDL)에 도착했다. 군사분계선 앞 약 30m 지점에서 내린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MDL 바로 앞에서 소감을 밝힌 뒤 분계선을 넘었다.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상징이자 한반도 분단의 현실인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어 방북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 역사적인 장면은 TV로 생중계됐고 CNN 등 외신들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대통령의 심정은 어땠을까.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 전에 “오늘 이 자리에 선 심경이 착잡합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우리 민족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통령이 성큼성큼 열 걸음쯤 떼었을까. 원래 아무 표식도 없지만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노란 선으로 그어놓은 군사분계선 앞에서 노 대통령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성큼 넘어섰다. 2007년 10월 2일 9시 5분이었다.

군사분계선 너머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최룡해 황해북도 당책임비서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밝은 얼굴로 북측 영접인사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측 여성들로부터 꽃다발도 받았다. 노 대통령은 오전 9시 9분께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손을 흔든 뒤 다시 전용차에 올라 평양으로 향했다.

앞서 특별수행원 49명과 일반수행원 88명, 기자단 50명 등 대표단과 대통령 전담요리사, 오ㆍ만찬 진행요원 등 행사지원 인원들은 오전 6시께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서 수십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먼저 출발했다.

이들은 군사분계선 남쪽 2.7㎞ 지점에 있는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수속절차를 밟은 후 버스편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3.8㎞ 정도 북쪽으로 달려 개성공단 초입에 있는 북측 CIQ인 통행검사소에서도 별도의 수속절차를 거쳤다.

노 대통령 일행은 북측 CIQ를 그대로 통과해 왕복 4차선 160㎞에 달하는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북녘 산하를 보면서 달렸다. 지난 여름 수해로 일부 파손됐던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말끔히 보수돼 있었다. 노 대통령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장면에 많은 감회를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개성을 출발해 70㎞ 정도를 가면 나오는 황해북도 서흥군 수곡휴게소에서 20여분 간 휴식을 취한 대통령 일행은 평양 시내 통일이 거리와 충성의 다리로 대동강을 건너 공식 환영행사가 열리는 4.25문화회관 광장에 낮 12시께 도착했다.

4.25문화회관은 북한에서 국가적인 중요행사를 치르는 대표적인 문화시설로, 북한의 군 창건일인 4월25일을 기념해 이름이 붙여졌다. 광장 주변에 운집한 평양 시민들은 양복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꽃술(꽃다발)을 흔들며 노 대통령 일행의 도착을 열렬히 환영했다.

청와대를 떠나 평양까지 걸린 시간은 채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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