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정부, `근본문제’에 유연성 갖나

북한이 28∼30일 열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참관지 제한 철폐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한미 합동군사훈련 폐지, 국가보안법 철폐 등 이른바 `근본문제’를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 같은 근본문제들은 그동안 회담 때마다 북측이 “남북관계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공동의 이정표”라며 꾸준히 제기해 온 의제들로, 장관급회담 합의문에는 `상대방의 사상과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그를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나간다’는 식으로 에둘러 반영돼 왔다.

남측 입장에서는 드러내놓고 다룰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인 셈으로 하나하나마다 엄청난 논란이 뒤따를 수 있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부가 피해가기보다는 정공법을 택해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얻는 것이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양보도 불가피하다’는 현실론과 함께 다소간의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정면돌파를 택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에 기인한 전망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0일 통외통위에서 북측의 근본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에 대해 “정상회담이 준비과정에 있어 성급히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남북간 이해와 그간의 논의과정을 기본으로 해서 남북간 발전 및 평화정착이라는 관점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미 합동군사훈련 폐지 = 북한은 당장 10일 판문점에서 미군과 대령급 접촉을 갖고 20일부터 시작되는 을지포커스렌즈(UFL)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북측이 이를 정상회담과 직접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남측에서는 UFL연습이 연기 혹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남측 군 당국에서는 UFL연습의 연기나 축소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내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한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을) 예정대로 한다”면서 “(그 훈련은) 이미 계획된 것”으로 “그런 것이 남북관계에 문제가 안되는 시대로 이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국회 통외통위에 출석 “북측이 (UFL연습의 중단 등을) 제의해 온다면 그때 적절한 대책을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재고의 여지를 남겼다.

아직까지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지만 일각에서는 북측의 의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UFL을 중단하라고 하는 북한의 주장은 상투적이지만 시기적으로 최근 북한의 주장은 좀 더 깊이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이번에 핵포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주변으로부터 받는 군사적 위협의 제거를 병행해 추진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참관지 제한 철폐 = 북측이 평양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일성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 기념궁전을 방문하도록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금수산기념궁전은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과 함께 정부가 남측 인사의 방문을 제한하는 곳으로, 북측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이 곳을 방문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못한 적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이 문제를 꺼낼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전례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그동안 남측 인사들의 방문을 제한해 온 곳을 대통령이 찾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그리 높아보이지 않지만 정부 내 일각에서는 다른 견해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금수산기념궁전 등이 방문금지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방문 시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권고의 의미가 강하다”면서 “법적으로 방문이 금지된 곳은 아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 NLL 재설정, 국가보안법 철폐 = 북측이 장성급회담 등에서 줄곧 제기해 온 NLL 재설정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문제는 군사분야에서 다른 현안들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핵심 의제로 작용해 왔지만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 방침이 NLL 문제를 논의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라 다른 군사현안들과 함께 국방장관회담에서 다루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정상회담에서 직접 거론될만큼 무게감이 있는 이슈가 아니라는 분석이 있고 또 설사 거론되더라도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하자’며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북측이 꾸준히 주장해 온 국가보안법 철폐도 공식 회담에서는 아니더라도 비공식적으로 재차 거론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남측 내부에 다시 국보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 등이 거세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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