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비전향 장기수 “2차 송환 성사되길”

“고향은 남쪽이지만 사상적 고향인 북에 가서 죽고 싶습니다”

최후의 생존 여자 빨치산인 박순자(77)씨는 9일 이달 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전향 장기수 2차 송환이 합의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8일 정상회담 소식을 듣자마자 기쁨보다 슬픔이 더 컸다고 말했다.

남편이자 동지였던 비전향 장기수 최상원(84)씨가 기쁜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둘이 손 꼭 잡고 북에 가서 죽자던 약속을 남편이 깨버렸어요. 남편 고향은 경주지만 유골이라도 북에 묻어주고 싶어서 시신을 화장해 잘 모셔 두었습니다”

1931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을 하던 오빠 등의 영향으로 사회주의자가 된 박씨는 해방 뒤 건국준비위원회와 여성동맹 활동을 하다 전쟁이 터지자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이 됐다.

1954년 체포돼 군사재판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비전향 장기수로 복역하다 1965년 출소한 뒤 최상원씨와 결혼, 부산에서 통일운동을 해왔다.

이들 부부는 2000년 장기수 1차 송환 때 고향과 가족이 북에 있는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기회를 양보하느라 송환 신청을 하지 않았고 2차 송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래 송환이 이뤄지기만을 기다려왔다.

박씨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며 “남북 정상이 이산가족 상봉문제,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 유해 북송 등과 더불어 이제 27명밖에 남지 않은 비전향 장기수 북송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첫딸 혜숙(41)씨를 남에 홀로 두고 갈 수 없어 송환 대상자 중 자신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은 가족까지 함께 데리고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고향과 가족을 두고 오매불망 북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장기수 노인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정상회담에서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논함과 동시에 평생 조국통일을 위해 살아온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함경북도 김책 출신 비전향 장기수로 부산에 살고 있는 김동수(70)씨 역시 “남쪽에 가족도 한 명 없이 외롭고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하루 빨리 2차 송환이 이뤄지기를 희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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