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미국에 ‘사전 통보’ 논란 계속

전격적으로 발표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미국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보’했는 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 발표 이틀째인 9일 외교가의 정황을 종합해보면 남북정상회담이 언제, 어디서 개최된다는 사실은 발표 직전까지 정부내에서 극소수 핵심 당국자들만 알고 있었다.

특히 남북 관계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물론 정상회담에 대해 주요국과 사전 협의를 해야할 외교통상부도 그야말로 몇몇 간부 외에는 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미 한국 대사관의 고위층 인사들은 발표 직전까지도 정상회담에 대한 정보를 본부로부터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사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 개최사실을 발표 수 시간 전에 통보받고 자신들의 카운터파트에게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측에 `사전 통보’를 강조하는 핵심 당국자들의 발언 내용에도 곱씹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는게 외교가의 지적이다.

우선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 소식통들은 “시기적으로 볼때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8일 발표에서 공개한 것처럼 남북한 간에 정상회담에 대한 합의는 5일에 이뤄졌다. 김 원장은 2일에는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비공개 방문했었다.

따라서 송 장관이 네그로폰테 부장관을 만난 시점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이 미측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 백악관도 이른바 ‘통보시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면서 “한국정부가 우리와 협의해왔다”(토니 스노 대변인)고 밝혔다. `협의해왔다’는 말과 한국 정부가 관련내용을 미측에 ‘통보했다’는 것에는 뉘앙스 차이가 느껴진다.

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국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지만 ‘사전에’의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보면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서 협의해온 것은 맞지만 `정보로서의 핵심가치’를 지닌 내용을 통보한 것은 막판단계에서 한 것이 아니냐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중대한 정보파악에 늦어버린 한국과 미국의 외교관 중에서 “이럴 수가 있느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워낙 극비리에 추진되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특성상 “이해할 수있는 현상”이라는 반응도 적지않다.

미국내 보수적 성향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동북아 담당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클링너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 몇시간 전에야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핵심동맹국과 조율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의 핵심당국자는 “큰 흐름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런 극비사항을 놓고 외교적으로 미묘한 현상이 벌어진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의 방북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미국에 막판까지 김정일-고이즈미 회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미국 당국자들은 일본이 베이징과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측과 뭔가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한 뒤 일본측을 압박했으나 일본측은 끝내 얘기를 하지 않다가 북.일 정상회담이 임박해서야 방일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에게 알려줬다고 전했다.

외교소식통은 “한.미 간에 미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같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 논의내용과 성과 등을 놓고도 미묘한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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