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대중문화 교류 활기 띨까 ②-영화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영화를 통한 남북교류는 틈틈이 시도돼 왔다. 가장 최근에 주목을 받은 영화는 ‘황진이’로 남한 최초로 북한 원작자와 계약을 맺어 만든 작품이다. 홍석중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금강산에서 촬영을 했으며 5월 금강산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애니메이션의 교류는 실사영화보다 활발했다. ‘왕후 심청’은 남북 합작이자 최초의 남북 동시개봉 애니메이션 영화. 기획과 후반작업은 서울에서, 원화 제작은 북한의 조선 4ㆍ26 아동영화 촬영소(SEK)에서 맡은 이 영화는 2005년 8월 12일 남한에서, 8월15일 북한에서 각각 개봉됐다.

남북합작 TV용 애니메이션은 그보다 일찍 나왔다. 2001년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남한의 하나로통신이 공동제작한 3D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와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는 남한에서 호응을 얻었다. 아직 공식 선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동명대와 북한 킹스타 애니메이션제작소가 공동 제작한 ‘아티와 필리’는 지난 4월 부산 동명대에서 열린 시연회를 통해 일부 소개됐다.

북한영화의 국내 개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머무는 동안 만들었던 ‘불가사리’가 지난 2000년 7월 개봉했지만 흥행에 참패했으며 북한판 타이타닉이라고 불리던 ‘살아있는 령혼들’은 국내 개봉이 추진됐으나 결국 빛을 보지는 못했다.

북한의 조선과학영화촬영소가 제작한 자연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는 등급 문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영화는 2002년 1월 영화진흥법에 ‘제한상영가’ 규정이 신설된 뒤 이 등급을 받은 첫 영화로 기록됐으며 2년7개월 만인 2005년 1월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인적 교류는 2000년 6ㆍ15 정상회담 이후 그해 11월 영화감독 임권택, 강우석 감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문성근 등 영화인 11명이 평양 방문길에 오른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남측 영화인들의 단체 방북은 분단 이후 처음이었다. 이들은 당시 남북 영화제 교류를 비롯해 기술책임인력 교환방문 등 구체적인 교류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안상영 당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부산시장)도 2003년 평양을 방문, 문화ㆍ체육분야의 교류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같은 인적 교류의 결과로 선보인 것이 2003년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된 북한영화 특별전이다. 영화제 사무국은 북측으로부터 ‘내 고향'(림창범ㆍ고학림, 1949), ‘우리 렬차 판매원'(신정범, 1973), 봄날의 눈석이(림창범, 1985) 등 해방 이후 북한 대표작 7편을 속초항을 통해 반입해 상영했다.

또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에서는 지난 4월부터 북한 애니메이션 특별전시 ‘왜 몰랐을까요?’가 6개월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이두용 감독, 신우철 영화인협회 이사장, 이철민 시오리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은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이 감독의 무성영화 ‘아리랑’을 상영하고 북한 영화 당국자와 영화 교환 상영, 공동제작, 촬영지 제공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밖에도 여러 영화인들이 북한 로케이션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채 금강산 로케이션에 만족하거나 포기해야 했다.

영화인들은 남북정상회담이 두 번째로 열리게 됨에 따라 남북한 영화 교류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인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해진다고 해도 당분간은 영화시장 확대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개별 영화사들을 통한 민간교류보다는 문화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앞장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황진이’ 제작자인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평양에서 영화인들을 만나면서 남과 북이 어서 빨리 하나의 문화시장으로 통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적어도 1억 명은 돼야 문화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말하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이 그 길을 앞당기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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