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노대통령 만찬사 전문

존경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 그리고 남과 북의 귀빈 여러분, 어제와 오늘, 저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뜨겁게 맞아주신 북녘 동포 여러분의 환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특별히 우리 일행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김정일 국방위원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귀빈 여러분, 오늘 정상회담은 시간이 아쉬울 만큼 평화와 공동번영, 화해협력 문제에 이르기까지 유익하고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나는 이번 회담을 통해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가운데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불신의 벽을 허무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만남이 7천만 겨레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전 세계인에게 한반도의 미래가 더욱 평화롭고 밝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귀빈 여러분, 2000년 6.15 공동선언은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길로 들어서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지금 개성공단에서는 만 8천여 명의 남북 근로자들이 함께 땀 흘리고 있습니다. 반세기 넘게 끊어졌던 길이 다시 열려, 매일 천여 명의 사람과 2백 대가 넘는 차량이 남북을 오가고 있습니다. 교역액도 올해 17억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단순 교역이나 개발 사업 위주의 산발적인 협력을 넘어서, 장기적인 청사진과 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남쪽의 투자가 북쪽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남쪽 경제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는 방향으로 협력의 차원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농업, 보건, 의료, 인프라 등 우선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분야부터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거점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간다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경제공동체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귀빈 여러분, 경제공동체는 평화의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이미 개성공단 사업에서 확인했듯이, 경제적 협력관계는 신뢰를 쌓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협력이 평화를 다지고 평화에 대한 확신이 다시 경제협력을 가속화하는 선순환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귀빈 여러분, 지난 20세기, 우리 민족은 제국주의와 냉전의 질서 속에서 큰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한가운데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장차 민족 경제공동체가 형성되면 우리를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큰 시장이 연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에서 함께 번영을 누리면서 동북아시아에 협력과 통합의 질서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앞의 미래입니다. 남과 북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한 미래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역사적 책무가 있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나갑시다. 남과 북이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번영하는 시대를 열어 나갑시다. 세계사의 중심에서 인류문명의 진보에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나갑시다. 이번 만남이 우리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합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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