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남-북-미-중 4자회담 가시화될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얼굴을 맞댈 수 있을까.

서로를 ‘독재자. 폭군’, ‘전쟁광’으로 손가락질해온 두 정상이 독대하는 것은 쉼지 않겠지만 노무현 (盧武鉉)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2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전격적으로 발표되면서 4자 정상회담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않느냐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필연적으로 4개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이르면 9월 호주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가시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 소속으로 이해찬 전 총리와 지난 3월 방북했던 이화영 의원은 “당초 6월 남북정상회담, 8월 남북미일 4개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았다”면서 “4개국 정상회담이 9월에 개최돼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성사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만은 않다. 아직 북한이 가시적 핵불능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4자회담을 거론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4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회담이 열리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도 12일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 2단계 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4자회담을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듣고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6자회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밝히는 속내를 읽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정상회담이든, 4자 정상회담이든 핵폐기 이행을 전제로 개최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확고한 입장인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이 확고한 전략적 판단을 내려 “핵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확실히 폐기해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이 원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고위급의 평양 방문,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국교역법 적용 배제, 북미간 국교정상화, 한국전쟁 종료 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 극적인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닌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하노이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문제를 논의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김 위원장과 한국전 종료를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는 기본 방침을 정했으며, 오직 하나 남은 문제는 어떻게 일본과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북한을 명단에서 삭제하느냐 여부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아키타 국제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케네스 퀴노네스 전 북한담당관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일본측에 납치문제와 관련한 상응 조치를 취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공식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1970년 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간 3명의 적군파 요원을 일본에 넘겨주어야 일본은 납치문제와 관련해 부분적으로나마 만족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도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이렇게 보면 4자회담 성사여부는 결국 김 위원장의 손에 달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폐기에 관한 획기적인 ‘통큰 조치’를 내놓는다면 4자회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기말 외교 실적에 목말라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는 북미관계를 급진전시킬 유일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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