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공기업, 업종단체 경협사업 제안 주도

3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분야별 간담회에서 경협사업들을 주도적으로 제안한 측은 공기업과 업종단체 대표들이었다.

4대그룹을 포함해 대기업 대표들은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언급하기보다는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선결조건 해결을 촉구하는 데 주력했다.

◇ 토공.광진공의 사업제안=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업종별 대표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의 조기 착수를 희망하면서 “북측의 주요지역에 경제특구를 추가 조성해 남측 기업의 투자확대를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개성시와 판문군 일대로 공단구역과 배후도시를 포함해 총 66㎢(2천만평)이며 3단계로 나누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3.3 ㎢의 1단계 사업계획만 남북이 합의해 진행중이며 2단계, 3단계 사업의 추진일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게 없다.

김재현 토지공사 사장이 2단계 사업의 조기착공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1단계 사업분양에서 탈락한 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본단지 2차분양에서 200여개 기업이 탈락했는데 이들 기업으로부터 2단계 분양계획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우리는 하루 빨리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 착수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합의가 나오면 곧바로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호 광업진흥공사 사장은 “북측에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으나 세계적 수준의 제조기술을 보유한 남측은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하자원 개발이 민족경제협력에서 실현가능성이 높고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좋은 분야”라고 자원개발 분야에서의 남북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광물자원 개발은 남북이 ‘윈윈’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히며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장 크게 주목되는 곳은 함경남도 단천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매장량 40억t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의 마그네사이트광을 비롯 아연, 인회석 등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합의된 원자재 제공 등 경공업 협력과 자원분야 협력 연계방안에 따라 광진공은 지난 8월 1차 조사단을 보내 시료를 채취해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북측도 이번 조사에 적극 협조, 본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정상회담 이후 사업이 급류를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업종별 별도 협의체 설립도 제의=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건설분야의 별도 협의채널 구성을 제안했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국내 건설회사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건설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通)’ 문제를 비롯해 투자 방식, 공사대금 회수 등 선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 협의채널 구성을 제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지만 협의채널을 구성한다면 남.북한 정부와 민간 건설사와 전문가가 합쳐진 민.관 합동 성격이 되지 않겠느냐”며 “도로, 철도 등 SOC 사업과 골재 채취, 제2 개성공단 건설 등 각종 건설관련 경협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협의채널이 생긴다면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장도 “어선, 어업기술 등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면서 남북공동어업협회의회 설립을 제의했다.

협의회가 구성될 경우 중국 등 외국어선의 북한 수역 과잉 입어 문제가 우선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광문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장은 “동.서해 등 우리 어장은 우리 민족끼리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게 협의회 제안의 취지”라며 “중국 등 외국어선들의 북한 수역 조업으로 인해 남측 어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협의회에서는 △패류, 다시마, 연어.송어, 바지락 등의 공동양식 △냉동.냉장 가공업 기술 교류 △북한내 냉동.냉장 기반시설 확충 △북한산 수산물의 육로수송 추진 등 생산.가공.유통 분야에 있어서의 협력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수산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우량품종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수산물 양식의 경우 패류, 어류, 해조류 등 품종과 수산자원 관리 부문에서의 기술협력도 가능한 것으로 관측된다.

◇ ‘3통 문제’ 해결 등 여건조성이 우선= 업종별 대표 간담회와는 별도로 진행된 대기업 대표 간담회에서는 북측 관계자들이 “통크게 사업을 추진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전향적인 대북투자를 요청했으나 4대그룹 대표 등 대기업 경영인들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대표단은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북측의 제도적 조건과 투자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북측에 투자해 생산된 제품이 제3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만큼 국제적 기준과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또 “상사분쟁시 이를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문제이며 시장경제에 대한 북측의 이해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대표 간담회에서 남측 단장인 경세호 섬유산업연합회장은 “남측의 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한 조건으로 △우선 남북간 편리하고 자유로운 통행의 보장 △남북간 통신선 확충과 자유로운 이용 △남북간에 이미 체결돼 발효시킨 투자보장 합의서와 상사분쟁 해결에 관한 합의서의 실질적 이행을 제시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3통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이 같은 점들은 남측 경제인, 특히 대기업과 경제단체들이 틈날 때마다 주장해온 내용들로, 재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선결과제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본격적인 경협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경제분야 간담회에서 남측이 제도적 조건, 투자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기업이 사업을 하려면 기본 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아 남측 기업이 투자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라며 “북한이 경협 수준을 1차산업, 임가공 중심에서 생산적 투자 단계로 끌어올리자고 하나 이것이 안되고 있는 것도 제도, 투자환경이 미비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북한이 희망하는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남측이 요청하는 제도, 투자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화가 있어야만 경협이 실질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무는 북측이 남측에 “통크게 사업을 추진해달라”며 대기업의 전향적인 대북투자를 요청한 데 대해 “민족번영이 남북한 당국에는 의미가 크나 남한 기업 입장에서는 민족번영도 중요하지만 투자의 수익과 경제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통큰 사업’도 제도적 조건이나 투자환경 변화가 이루어져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북한의 요청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 선결 조건에 대해 남측 기업과 여전히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것 같고 이 때문에 대화가 겉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도 “기업들이 대북 투자를 하지 못한 이유는 거시적, 미시적으로 기업활동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면고 말하고 “체제가 다른 문제도 있고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투자환경이 갖춰져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는 “문화적, 지리적 측면을 감안할 때 그런 부분만 선행된다면 기업 투자가 활성화 될 것이고 바꿔 말하면 통 크게 투자를 하려면 그런 부분이 먼저 해결돼야한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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