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경협.국가리스크 완화 호재

7년만에 다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이제 막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분야에도 따뜻한 ‘햇살’이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분야에서 기대되는 효과로는 무엇보다 남북교역과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남북간 경제교류의 활성화와 대외신용 개선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6자 회담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와 군축 등에 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면 자본시장과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인 국가 리스크 완화라는 큰 선물을 얻게 된다.

◇ 남북 교역.투자 가속 페달

평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 지난 7년간 정치,군사적으로는 핵과 미사일 문제로 회담의 성과가 바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경제분야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00년 4억2천만 달러였던 남북 교역은 지난해 13억5천만 달러로 3배 이상 불어났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7억2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6% 늘었다.

남북간 교역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북한산 상품의 반입과 개성공단이다. 상반기 남북간 교역을 반입과 반출로 나눠보면 반출이 3억9천만 달러로 9.4% 늘어난 데 비해 반입은 아연괴와 모래 등 광물자원, 수산물 등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불어나 3억3천만 달러로 증가율이 63.3%에 달했다.

아울러 아직 시작단계인 개성공단 사업에 따른 교역규모도 1억9천만 달러로 78%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냈다.

아직 정치.군사적 긴장의 해소와 평화체제의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경제분야에서는 이미 빠른 속도로 협력의 폭을 넓혀왔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서만도 한국전력이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할 평화 변전소를 준공했고 자원분야에서는 북한산 흑연 반입은 물론, 국내 연탄 수요 충족을 위한 북한산 무연탄 수입도 검토선상에 올라있는 등 확대 일로에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의 거센 추격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경공업의 돌파구가 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은 안팎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연착륙 기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 중소기업 중앙회가 개성공단 입주 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19개 기업이 본단지 추가 분양을 신청하거나 시설 확충 계획을 갖고 있는 등 투자를 늘릴 방침이며 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생산직 근로자수도 1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이런 기조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지나친 낙관론보다 신중한 접근과 분석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는 경청해야 한다.

북한 문제를 연구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일동 선임 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이 대(對)북한 투자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북한의 경제발전 규모와 단계상 상업적 차원에서 획기적인 것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어떻게 임하고 신뢰 회복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 지가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도 “경제적 효과가 당장 도드라진다기보다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며 “물론 경제적 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미국 금리인상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큰 대세를 바꾸는 등의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줄어드나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확산되면 그동안 우리 경제가 역량만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해외에서는 최근 북한이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이후 수년간 북핵 문제로 고조됐던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이미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한 단계 올리면서 ▲ 무역.금융.자본시장 자유화 ▲ 거시경제.국가재정의 안전성 등과 함께 “6자회담 2.13합의 이행 등에 따른 북한 관련 불확실성 감소”를 등급 상향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정착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디스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하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북한 원자로 가동 중단과 관련, “단기적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나,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변화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든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disable)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 북한 정부의 핵무기 완전 포기 의사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점, 한반도 평화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한국의 지정학적 안전성을 아직까지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앞으로 재경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이달 연례협의가 예정된 S&P를 비롯해 해외 주요 기관들을 상대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외교.안보 부문의 긍정적 변화를 적극 설명하며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재평가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한반도 전반에 긴장이 완화되고 금융시장, 실물시장 양 측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남북경협 활성화가 본격화되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잠재력 확충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고 진단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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