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南국정원-北통전부’ 라인 주목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냄에 따라 ‘국정원-통전부’ 라인이 앞으로 양측 최고지도부의 뜻에 따라 각종 남북간 현안에 의견을 조율하는 공식 채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통한 정상회담 합의는 2000년 정상회담 때와 가장 큰 차별성을 보이는 대목 중 하나.

2000년 정상회담은 금강산관광 사업과 소떼 방북을 통해 북한과 채널을 열었던 현대그룹의 중재 속에 물꼬를 텄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중국에서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회담을 성사시켰다.

결국 이러한 우회적 방식은 정권이 바뀌면서 대북송금 특검이라는 상황을 빚었으나, 이번 정상회담은 국정원과 통전부라는 남북 당국간 채널을 통해 이뤄짐으로써 ‘공식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정부는 7월초 남북관계 진전과 현안 협의를 위해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통전부장간 고위급 접촉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북측이 8월초 김 원장의 비공개 방북을 초청함으로써 정상회담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 교환과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가 정상회담을 위해 국가정보원장을 호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비선을 통하지 않고 공식 라인을 통해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청와대 안보실이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의 경우는 공개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비밀스런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문제 해결 우선 입장을 밝혀온 참여정부가 평양 정상회담을 수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만큼, 비밀 의견교환 방안을 우선 검토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970년대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도 비밀을 유지하면서 의사를 교환하기 위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방북토록 했던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게다가 그동안 남쪽의 여러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북한을 오가는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 정부의 진심을 듣기 위해 국정원장을 불러들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작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안희정씨가 북측 인사들을 만나는 등 여러 채널과 말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남한 정부의 속내를 알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만복 원장의 방북은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에 만들어져 가동돼온 비공개 공식채널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이 채널은 2000년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당시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의 방북 문제를 조율했고 이후에는 남측의 특사 방북과 남북간 각종 이견을 조율하는 창구로 기능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북측으로부터 신뢰와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이 가운데 대북업무를 총괄하는 서훈 국정원 3차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부터 남북업무에 깊숙히 간여하면서 북한과 신뢰를 구축했고, 이번에도 김만복 원장의 방북을 조율하고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냄에 따라 향후 그의 활동이 주목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2000년과 달리 남북 양측이 공식적인 조직간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2000년 이후 7년간 각급 회담과 협력사업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쌓고 채널을 관리해 이룬 성과로 평가할만 하다”고 말했다.

◇北통일전선부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북한 노동당 내 부서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화해협력위원회, 한국민족민주전선 등을 외곽단체로 가지고 있다.

크고 작은 각급 남북회담과 경제협력 사업, 민간의 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대 통전부장과 제1부부장 등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구성됐으며, 현재 김양건이 부장을, 최승철이 부부장을 맡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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