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제2 개성공단’ 합의하나

정부가 다음달 2~4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제2의 개성공단’을 건설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져 합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을 핵심 의제로 다룬다는 방침에 따라 그동안 학계와 연구소,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 제2의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몇 군데 후보지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이 경제분야에서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경협문제가 좀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간에 몇개의 개성공단 같은 것을 상정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제2 개성공단 건설을 핵심 의제로 정했다는 정황은 그동안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가장 최근 사례 가운데 하나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제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게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정부는 지난 20일 뒤늦게 개성공단을 조성한 한국토지공사의 김재현 사장을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추가함으로써 제2개성공단 건설이라는 의제가 이번 회담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당국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로선 제2의 개성공단 후보지로 ▲해주 ▲남포 ▲나진.선봉 ▲원산 ▲신의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해주권역은 수도권 및 개성공단과 연계성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북한의 안보문제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해주항은 북한 해군의 전진기지로 수십 척의 어뢰정과 사거리 20km 해안포, 사거리 83~95km의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등이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주권역에 공단을 건설하는 문제가 전격 결정될 가능성도 없지않아보인다.

특히 해주 공단 개발의 경우 남북한 군사적 신뢰보장 조치를 동반하는 경협사업으로서 ‘경협을 통한 평화’라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 기조를 같이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노동력 공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전력사정이나 사회간접시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남포 지역을 유력한 후보지로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경공업 뿐아니라 중화학공업을 위한 입지로도 적합하다는 게 남포를 꼽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 기간 남포의 서해갑문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나진.선봉 지역은 향후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 부산-나진 해상항로 개설 등에 따른 물류기지의 역할, 북일관계 개선에 따른 일본 자본 유입 가능성 등이 장점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남한과 거리가 먼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원산은 금강산 관광과 연계된 동해안 관광벨트 구축, 입지조건을 활용한 조선소 건설 등에 유리하고 북측에서도 안보상의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단기적으로는 개발이 힘들고 장기적인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밖에 신의주의 경우 평양.남포 지역과 같이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점, 대중국 수출가공기지로 적합한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제2 개성공단을 건설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하고 추후 장관급회담이나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공단 후보지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땅도 아닌데 어디다가 (공단을) 만들자고 하기가 힘들지 않겠나”며 “개성공단 성공 케이스를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을 정해서 어디다가 공단 만들자 또는 특구 만들자는 식으로 얘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7일 발표한 ’북한 경제특구정책의 교훈과 정책과제’란 보고서에서 “최근 북미관계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북한이 핵 폐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보다 적극적인 특구확대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산업특구로 남포(보세가공구 혹은 종합산업개발단지)와 원산(경공업 중심), 신의주(무역, 상업, 경공업) 등을 추가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측에 제2 개성공단을 건설하려면 현재도 진행중인 개성공단 조성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 외에 대규모 투자가 더해져야 하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북핵 문제 등으로 국제적으로 음양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대규모 투자에 나설 기업도 찾기 힘든데다 국내 여론과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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