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의제화 논란’ NLL은 화약고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재설정하자고 재차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북측은 그동안 NLL은 `비법(非法)적인’ 선이라며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NLL 재설정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NLL은 2002년 서해교전에서 우리 해군 장병들이 목숨까지 내던지며 사수했던 사실상의 해양경계선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의제화되는 것 차체만으로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NLL 의제화 여부는 정상회담 준비단계 및 회담 과정에서 남북 양측은 물론,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NLL은 서해의 `화약고’ = NLL은 6.25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30일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예방을 위해 당시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됐다.

1951년 7월10일 이후 2년여 간 이어진 정전협상 과정에서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이 지상에서의 군사분계선(MDL)과는 달리 연해수역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해상경계선 합의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엔군은 당시 해군력이 우위에 있던 남측이 북측을 공격하거나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NLL을 설정했다.

서해상 NLL은 백령도, 대청소,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서해 5개 도서와 북한 지역과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한강하구로부터 서북쪽으로 12개의 좌표를 연결해 설정됐다. 비교적 해안선이 단조로운 동해의 NLL은 지상의 MDL 연장선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NLL은 1970년대 이후 북측의 끊임없는 침범 및 무력화 시도로 서해의 `화약고’로도 불리고 있다.

급기야는 1999년 6월15일(연평해전)과 2002년 6월29일(서해교전)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 남북 해군이 무력충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특히 서해교전 때는 고 윤영하 소령 등 6명의 장병들이 NLL을 사수하다 장렬히 전사하기도 했다.

◇NLL에 대한 정부 입장 = NLL은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선으로 지난 50여년간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해왔으며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남북 간의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것이 국방부와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NLL은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경계선이지만 휴전 당시 쌍방의 전력배치 상황과 정전협정 조문(2조 13항) 해석에 의거해 적법하게 설정된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이다.

남북 군사력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고 평화 안정을 유지하는데 유용한 선이었기 때문에 당시 해군력이 미미하던 북측으로서도 오히려 더없이 고마운 선이었다는 것이 우리 군의 설명이다.

1992년 체결.발표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에도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본합의서 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도 계속 협의한다”면서도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돼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언급한 `남북 군사공동위’가 구성.가동돼 새로운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협의.확정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의 경계선인 NLL이 해상불가침 경계선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북측이 2006년 3월 제3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NLL을 부정하는 한편, 재협의를 주장하자 같은 해 5월 열린 제4차 장성급회담에서 ▲기존 NLL 존중 및 준수 ▲남북기본합의서 군사분야 합의사항 이행원칙 등 2가지 원칙을 전제로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북측이 NLL을 비법적인 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50여년간 사실상 NLL을 인정한 사례도 무수히 많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항로 착오 등으로 NLL을 월선한 북한 선박을 북측에 인계할 때도 NLL이 인계장소였으며 1984년 북측이 수해물자를 우리에게 인도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경비정 등 군함으로 구성된 양측의 호송선단이 NLL 선상에서 상봉, 인계.인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1959년 11월30일 발간한 ‘조선중앙연감’에서도 현 NLL을 해상군사분계선으로 표시하는 등 NLL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왔다.

◇북 “NLL은 비법적인 선” = 북측은 NLL 설정 이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 1973년 10월부터 11월까지 무려 43회에 걸쳐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 이른바 `서해사태’를 일으켰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개최된 제346차 및 제347차 군정위에서 북측은 처음으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이북 지역은 자신들의 연해라고 주장하며 서해 5개 도서에 출입하는 남측 선박은 사전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북측은 1977년 7월1일에는 `200해리 경제수역’을 설정한 데 이어 한 달 뒤인 8월1일에는 “동해에서는 영해 기선으로부터 50마일을, 서해에서는 경제수역 경계선으로 한다”며 해상 군사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1992년 체결.발표된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 부속합의서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기본합의서 11조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1999년 6월15일 NLL을 침범해 6.25 전쟁 이후 첫 남북 해군 간 정규전인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북측은 연평해전 한 달 뒤 열린 제9차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 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기준점이 포함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제시했다.

또 같은 해 9월2일에는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선포, NLL의 무효를 주장하며 해상 군사경계수역의 범위를 제시하는 한편, 동 수역에 대한 자위권 행사를 천명했다.

2000년 3월23일에는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공포, 백령도 등 서해 5개섬을 3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각 구역으로 출.입항하는 2개 수로를 지정, 모든 미군 함정과 민간선박의 통항은 1, 2수로만 이용토록 하고 통항질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경고 없이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북측은 1999년 연평해전에 이어 2002년 6월29일(서해교전) 또 다시 NLL을 침범, 무력도발을 자행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이른바 `백서’에서 NLL을 비법적인 선으로 규정했다.

북측은 또 지난달 열린 제6차 장성급회담에서는 NLL 재설정 주장이 수용되지 않자 “더 이상 (장성급)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며 회담을 결렬시켰다.

◇NLL 해법은 = NLL은 국가주권의 문제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서해 NLL에서의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 남북 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우발적 충돌방지 방안 및 공동어로 수역설정 등을 제시했지만 북측은 NLL 재설정의 우선 협의를 주장,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측이 NLL 재설정을 주장하는 것은 NLL을 기존 선보다 남쪽으로 이동할 경우 군사 전략적 측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또 NLL을 양보할 경우 백령도 등 서해 도서는 물론, 수도권도 안보상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북측이 우리 측이 먼저 제의한 서해상 공동어로에 관심을 표명하고 해주항 직항문제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 문제 역시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NLL 남쪽지역에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하자는 북측의 주장에서 북측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NLL 해법을 찾기는 난제 중의 난제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북측이 이 문제를 제기해도 결론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기존 NLL을 확실히 존중.준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공동어로.해주항 직항문제 실현 등 서해상 신뢰구축을 위한 남북 간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군사전문가는 “NLL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엄청난 역풍이 올 것”이라며 “실무적으로 전혀 접근이 안된 상태에서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를 다루면 해결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혼란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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