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선언 현장] 盧-김정일 ‘서명에서 오찬까지’

▲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2007 남북정상회담 3일째인 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오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

4일 오후 1시 김정일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김정일은 노 대통령과 악수하며 “안녕하십니까. 편히 쉬셨습니까”라고 인사말을 건넸고, 노 대통령은 “아침에 서해갑문 잘 다녀왔습니다”고 답했다.

곧바로 서명식장에 입장한 두 정상은 어제 두 차례 회담을 가졌던 테이블에 마주앉아 선언문에 동시에 서명했다. 노 대통령과 김정일이 선언문에 서명하는 동안 남측에선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북측에선 김영일 내각 총리,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각각 두 정상의 뒤에 섰다.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이 선언문을 교환한 뒤 악수를 나누자 주위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은 기념촬영을 위해 한동안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뒤이어 노 대통령의 리드로 나란히 잡은 손을 취재진을 향해 높이 들어보였다. 두 정상은 미리 준비한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었다.

2000년 당시에는 평양 목란관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답례 만찬 도중에 실무진들에 의한 선언문 확정 소식이 전달됐다. 소식을 전해들은 두 정상은 손을 치켜들고 공동으로 선언문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 이어 백화원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 2000년 6월 14일 밤 11시 20분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서명식장에서 나온 김정일은 먼저 권양숙 여사와 악수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북측 인사들과 악수 했고, 김정일은 그 옆쪽으로 서 있는 남측 대표단들과 악수했다.

▲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

▲ 노무현대통령과 김정일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은 김정일이 준비한 노 대통령 환송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백화원 영빈관 내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오찬장에 입장할 때 김정일은 노 대통령 내외가 먼저 입장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오찬 테이블에 앉은 뒤 김정일은 오른편에 앉은 노 대통령에게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도 이 자리에 앉으셨다”고 설명했다. 원탁 모양의 테이블 중앙으로 두 정상이 앉았고 노 대통령 오른편에 권양숙 여사가 자리했다.

만찬에는 노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 특별수행원이 모두 초청됐다. 선언문이 막 타결된 자리였지만 예상외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오찬이 진행됐다.

테이블에는 김정일 왼편 시계방향으로 남측에서 권 부총리, 김우식 과기부 총리, 김원기 전 국회의장, 백 실장, 이 통일장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합의문 실무 조율을 담당한 조명균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염상국 경호실장, 성경륭 정책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김장수 국방장관이 차례로 앉았다.

남측 인사들 사이사이에 북측의 김영일 내각 총리,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부장,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앉았다.

테이블에 나랁히 앉은 두 정상의 표정은 첫날 노 대통령 환영식과 마찬가지로 대비되어 있었다. 긴장한 듯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은 노 대통령과 달리 김정일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종종 노 대통령과 대화하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모두 자리에 앉자 김정일은 주빈석에 놓인 5명의 포도주 가운데 한 병을 직접 ‘환송주’로 골랐다. 노 대통령 내외에게 포도주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에 눈에 띄었다.

뒤이어 북한의 김영일 총리가 미리 준비한 환송사를 읽고 건배를 제의했다. 김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제 끝나게 된다”며 “국방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노무현 대통령께서 역사적인 선언을 채택하신 데 대해 모두의 마음을 합쳐 열렬한 축하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선언은 뜻과 힘을 합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해주었다”며 “노 대통령 내외분의 건강을 위해,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위해 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고 말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만찬장에 있는 모든 인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건배하고 포도주를 마셨다. 두 정상은 술을 쭉 들이켰지만 잔을 비우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답사을 했다. 이때 김정일은 눈에 띌 정도로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

▲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2007 남북정상회담 3일째인 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오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김정일 및 환송오찬 참석자들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

▲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오찬에서 김정일이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

이 장관의 건배 제의에 오찬 참석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 반대편에 있던 이장관이 노 대통령과 김정일이 있는 곳까지 일부러 걸어와 건배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김정일은 잔을 단숨에 비웠고, 노 대통령은 포도주를 조금 남겼다.

김정일은 지난 2000년 정상회담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련한 답례만찬에서 포도주를 ‘원샷’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오찬이 끝난 후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송식 참석을 끝으로 2박 3일의 평양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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