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선언 한달] 北, 합의 이행의지 ‘충만’

“선언의 채택은 변혁을 주도하는 김정일 최고영도자의 의지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007남북정상선언’ 채택 당일인 지난달 4일 정상선언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마지막 대립구도를 허물어뜨리려는 “대용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조선신보 주장에 의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핵실험부터 추진해온 이러한 구상의 일환이었다.

북한 입장에서 남북정상선언은 김 위원장의 구상대로 남북간 정치.경제.군사.사회 등 모든 분야의 협력을 한단계 높이는 내용의 문서에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것이므로 실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남한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후임이 누가 되는 세계의 면전에서 한 약속을 쉽게 뒤집지 못한다”는 말로 북한 당국의 선언 실천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이후 지난 한달, 북한이 특히 과거에 보기 어렵게 적극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기대감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는 분야는 남북 경협 사항이다.

종종 “평양 사람들”의 분위기와 표정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조선신보 보도들에 따르면 북한 내각과 학계, 사회단체 등의 고위인물들 사이에서는 “통일이 앞당겨졌다”는 식의 ‘정치적’ 언급보다는 남북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북한경제 참모부라고 할 수 있는 국가계획위원회 박정근 부위원장은 남북경협에 관한 선언 5항에 대한 여러 경제부처 정무원(공무원)들의 “흥분”을 전하면서 “민족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는가 하면, 체신성 오히덕 부상은 “북과 남의 경제력을 총발동하면 우리는 남부럽지 않을 위력한 경제강국으로, 강성부흥하는 나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기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장금숙 평양 모란봉피복공장 지배인은 선언의 남북경제협력 구상이 “노동자들이 더욱 분발해 생산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는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없으나, 남북 총리회담이 14∼16일 서울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일부터 방북해 백두산 관광 등 대북사업을 논의했으며, 조선협력단지 건설을 위해 남측 실사단이 3일 방북하는 등 경협 움직임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안보를 위한 환경구축과 핵문제 해결을 교환하려는 의지도 거듭 재확인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조선(북한)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행동할 것이며, 핵시설 무력화의 시한도 정확히 지킬 것”이라며 “낡은 구도가 허물어질 때 조선이 뒤걸음치고 속도를 늦추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북한 당국의 입장을 ‘해설’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간 ‘종전선언’이 필수코스라고 강조하면서, 종전선언을 명분으로 한 김정일 위원장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간 직접 대좌와 이를 통한 북미관계의 급진전에 대한 기대를 부각시켰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관해서도 과거 ‘재설정’에 집착하던 것과 달리 서해해역의 평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물론 북한은 해군사령부 보도를 통해 NLL이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그어진 “불법비법의 유령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지만, 조선신보를 통해선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지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의의가 크다”고 강조함으로써 ‘서해평화지대’의 조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0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주민 내부교양도 과거와는 대조적이다.

2000년 정상회담 후엔 줄곧 김정일 위원장의 영도업적으로 평가하는 한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남쪽을 폄하하고 적대시하는 대외비 성격의 ‘내부교양’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나 이번 회담 후에는 아직 이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2000년 회담 때와 달리 내부의 적대적인 교양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도 “2000년 정상회담 이후에는 곧바로 ‘남조선에 대해 환상을 품지 말라’는 식의 강연제강(강연의 기본틀)이 내려왔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 이후 조직별로 특별한 강연제강이나 학습이 내려오지 않아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후 고위급 외교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것도 북핵 6자회담이 진전되는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같은달 방북한 농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를 맞아 회담함으로써 이례적으로 한달에 두차례 정상회담을 가졌고, 방북한 중국 공산당 류윈산 선전부장을 면담하는 등 수년래 가장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이탈리아와 시리아를 방문했고 김영일 내각 총리는 경제관료들을 이끌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를 순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6자회담이 순항하고 북미관계가 호전되면서 북한이 2007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을 통해 새로운 정세를 만들려는 의지가 매우 큰 것 같다”며 “이러한 의지가 총리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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