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분석] 北 요코타 문제, ‘한국화’ 음모 숨어있다

▲ 오는 15일 상봉하게 될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 씨와(우)와 김영남의 어머니 최계월 씨

한국의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지난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고백까지 했는데 이에 대해 일본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요코다 메구미 씨의 남편으로 밝혀진 한국인 납치 피해자 김영남 씨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방한을 계획하고 있는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 씨에 대해 “만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이 장관의 개인적 의견인 동시에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장관이 제18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편이라고 생각되는 김영남 씨 문제 및 납치문제를 북한에 제기했다”고 밝히자, 일본의 일부 언론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정부간 협력에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헛된 기대였는지는 이 장관의 발언을 통해 명백히 증명됐다.

한·일 납치 피해자 가족의 앞을 가로막는 이종석 장관

우리는 이러한 이 장관의 발언을 통해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해볼 수 있다. 남북한의 협조 아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영남 씨 문제에 대응하는 양국의 모습에서 그 증거를 찾아 볼 수 있다.

김영남 씨에 관한 정보는 한국의 납북자단체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한국의 납북자단체는 그 정보를 중국에 머물 당시 북한 고위 간부로부터 입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고위급 간부가 어떠한 인물인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개인 신변의 위험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에서 최고 기밀에 속하는 이러한 정보를 흘리는 간부가 있다는 것은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봤을 때 놀라운 일이다. 어떠한 동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드문 인물인 것은 틀림없다.

이 간부가 ‘선의(善意)’에 따라 그랬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가 북한당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러한 가정이 사실이라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이 노리는 것은 ‘요코다 메구미 문제’를 ‘김영남 문제’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에 대해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아만 가는 일본의 ‘반(反)김정일 여론’에 골치 아파하고 있다. 이중 일본인 납치문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요코타 메구미 문제’와 메구미 송환 운동을 펼치는 요코타 부부의 원칙적인 투쟁은 더욱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이 여론이 불리한 일본에서 한국으로 납치 문제의 초점을 옮기려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인 납북 고등학생 김영남이라고 하면, 그가 납치 문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요코다 메구미 문제’의 ‘한국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일본 납치문제’를 ‘한국화’ 하려는 김정일의 의도

북한은 한국과의 협조 속에 김영남 씨를 조종하면서, ‘요코타 메구미 문제’를 무마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 진위 논란이 일자 일본의 DNA 감정을 연일 공격하던 북한이 이번 김영남 씨 DNA 감정에는 매우 조용하다. 이것만 봐도 ‘요코다 메구미 문제’를 ‘김영남 문제’로 바꿔치기 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한 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납치 문제를 이산가족 문제와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번 제18차 남북장관급 회담 공동 보도문에서 ‘납치’라고 하는 문구가 사용되지 않았던 데서 추측할 수 있다.

남북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의 제6항에는 “남북은 전쟁 시기와 그 이후에 소식이 모르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라고만 적혀있을 뿐이다. 이 표현은 바야흐로 납치 피해자의 ‘이산가족화’라는 북한의 노골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김영남 씨 본인이 납치 이외의 이유(예를 들어 해수욕으로 물에 빠지려 했을 때 도와줬다는 등)를 들어 자신이 북한에 강제로 끌려 간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면, ‘김영남 납치문제’를 ‘이산가족 문제’로 뒤바꾸는 것은 충분히 현실 가능한 얘기다. 그렇게 되면 한국 가족과의 만남도 이산가족 상봉으로써 금강산 등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김영남 씨가 한국의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메구미는 죽었다”고 말한다면, ‘메구미는 살아 있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일본의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은 또 ‘메구미 사망’을 주장해 온 북한의 ‘정당함’을 증명하는 증거로도 작용될 것이다.

남북의 협조로 이러한 시나리오가 성공해 일본인 납치문제가 무력화되면, 북ㆍ일간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다. 북ㆍ일 국교 정상화는, 김정일 정권이 열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문제다.

韓·日 납치 피해자 가족간 연대 필요

‘메구미 사망설’의 기정사실화는 일본 정부 내 ‘북ㆍ일 국교 정상화’ 촉진 세력에도 순풍이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갖추어지면 북한이 새로운 조사 결과라며 여타의 납치 피해자 신병을 일본 측에 넘겨줄지도 모른다. 거기에 요도호 범인의 신병인도까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이상의 계획이 실현되는 것은 일본의 납치 가족과 지원세력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기우일 것을 바랄 뿐이지만 모략과 범죄 행위, 그리고 협박으로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을 생각했을 때, 또 이번 이종석 장관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지을 수만도 없다.

김정일 정권과 한국 정부가 아무리 협조 노선을 취했다고 해도, 한국의 납치 가족과 그 지원단체들이 납치문제 해결에 원칙적인 입장을 세우고,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이나 그 지원자들과 연대한다면 올바른 해결의 길은 열린다.

문제는 김정일의 술수와 한국 정부의 무원칙적인 방침에 가족들이 현혹되지 않는 것이다. 김정일과의 대결에서 사죄와 현상 회복이라고 하는 원칙을 관철하고 있는 요코다 부부의 투쟁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많다. 부부의 30년 가까운 투쟁이야말로 김정일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요코다 시게루 씨가 이번 달 15일에 방한해 김영남 씨의 가족과 만나게 된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납치자 가족과 지원 단체는 일치단결해 김정일과의 투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협력해 원칙적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일 연대의 장을 구축해야 한다.

박두진/ 본지 고문(재일 코리아국제연구소장)


-일본 오사카 출생
-在日 조선대학교 교수
-재일 코리아국제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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