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헨리 키신저 ‘6자회담 北核해결 3원칙’

▲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합의한 가운데 핵폐기를 위한 협상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협상중에도 대북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12일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 날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을 통해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준 제재조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불평을 회담의 첫 의제로 삼지 말고 ▲오로지 핵포기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개혁개방은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금 북한은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6자회담 교착 이유를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분쇄하기 위한 나머지 5개국의 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한은 6자회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면서 동시에 가장 양면성을 보이고 있는 나라”라며 “한국은 한미동맹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등거리 외교에 더 의존하고 있으며, 민족주의 정서 등으로 남한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대북압박에 소극적이었지만, 핵실험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북핵문제와 북한의 정권교체를 분리해서 다룰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중국정부는 동북아 핵무기 경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며 협조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준 제재조치를 그대로 유지해 한국전쟁과 월남전처럼 협상을 위해 압박을 포기하는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5개국이 북한 비핵화에 실패한다면 더 이상의 외교적 노력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키신저 전 장관의 기고문

지금 세계에서는 세계 질서를 결정지을 두 개의 중대한 협상이,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베이징에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및 남·북한이 북핵문제를 놓고 협상 중이고, 빈에서는 독일, 프랑스와 영국이 이란의 협상가들과 만나 핵무기 개발 문제를 두고 협상하고 있다. 한반도 핵문제는 해결점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핵협상은 교착상태에 있다.

이 두 나라의 핵문제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의 성공적 개발을 천명했고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의 핵개발이 전적으로 평화적인 목적임을 강조해왔다. 현재까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적도 없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동일한 전제가 두 협상에서 발견된다. 만약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일본이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을 끝내 막지 못한다면 전세계는 핵확산에 휩싸이게 될 것이며, 이는 전 지구적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협상들은 외교의 역할에 대한 오랜 논란을 재점화 시켰다. 과연 외교는 정해진 규칙에 의해 진행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채찍과 당근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한 제재의 효능에 의구심을 표하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지지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역시 제재는 외교적 해결을 방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란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제재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압박은 모든 협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외교 협상은 대학교 세미나와 다르다. 외교는 여러 국가의 국익을 추구하고 나아가서는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만약 제재가 북한과 이란을 움직일 수 없다면 그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두 나라의 비타협적인 태도를 재확인하는 것 외에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일본, 독일 등이 할 수 있는 일이 또 무엇이 있을까.

이 논쟁은 정권교체에 대한 논란 때문에 지금까지 왜곡돼 진행되어 왔다. 미국은 두 핵협상에 약간 떨떠름한 자세로 임했다. 미국은 두 ‘악의 축’ 국가들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목적으로 공식 양자회담을 진행하지 않은 채 대리인 격인 국가들을 내세워 협상해왔다.

협상의 목적이 협상 당사국 모두가 동의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 당사국이 다른 하나의 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나 협상이란 단어는 성립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부시 행정부가 우선순위를 바꾼 이유이다. 부시 정부는 핵확산 방지와 장기적인 정권교체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제 문제는 미국이 북한, 이란과 협상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형식과 목적을 갖고 협상에 임하느냐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해 2년여간 중단되어 왔다.

첫째는 북한 정권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인민들을 굶주리게 하면서 개발해온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제안한 인센티브는 북한 경제와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들이다. 동시에 이러한 인센티브들이 받아들여질 경우 북한정권은 바깥세상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할 경우 이는 정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은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마지못해 협상테이블로 복귀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의 전략은 6자회담 참여국들을 분열시켜 각자 상대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혼자 도맡는 부담을 절대 지려 하지 않고 있다.

회담이 교착상태에 이른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분쇄하기 위한 나머지 5개 국의 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남한은 6자회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면서 동시에 가장 양면성을 보이고 있는 나라다. 남한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인 한반도 통일이라는 목표 아래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때문에 한국은 한미동맹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등거리 외교에 더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 외에 민족주의 정서 등으로 인해 남한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러시아는 이란의 핵확산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는 일본, 중국, 미국이 정한 대로 그냥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지리적인 이유와 과거 북한 미사일이 일본열도 상공을 지나간 경험 때문에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 아래 있다. (북한의 위협 아래서도) 일본은 북한 핵실험 이후 단독으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6자회담에서 결정될 다른 조치들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협상이 실패하고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일본은 최후의 수단으로 독자 핵무기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 미국의 협조다. 북한의 핵실험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이는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무관심한 것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보다 더 중요한 중국의 동북아 전략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반도는 수세기 동안 해양세력의 대중국 진출 루트로 이용되어 왔다. 북중국경의 혼란이나 북한난민들의 대량 유입 여부는 중국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다.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었다. 미국은 북핵문제와 북한의 정권교체를 분리해서 다룰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동북아 핵무기 경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중국은 미-중 불화로 인해 6자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향후 미중관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만 했다.

이런 여러 요인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핵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과 미국의 대표들이 만날지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확인했듯이, 미국 정부의 행동(금융제재)을 포함한 모든 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틀 안에서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전제 하에 논의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제재조치로부터 협상의 성과를 이뤄내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2005년 9월, 지난 6자회담의 마지막 단계에서 북한은 불가침 약속과 경제 지원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북한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응해 6자회담에 관계없이 추진한 금융제재에 반발해 이후의 협상을 거부해 왔다. 이 문제는 차기 6자회담에서 실무그룹이 담당하기로 결정됐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준 제재조치를 그대로 유지해 한국전쟁과 월남전처럼 협상을 위해 압박을 포기하는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불평을 회담의 첫 의제로 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기 회담에서는 (핵개발 포기 등) 문제의 본질에만 집중하고 부차적인 문제에 정신이 팔려서는 안 된다.

차기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및 개발프로그램 포기 일정과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및 안전보장의 일정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북한이 난색을 보일 경우, 다른 참여국들이 정식 회담이나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위의 패키지 딜을 공식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북핵문제는 지금 해결되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세계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만일 중국, 일본, 러시아, 남한, 미국이 북한의 저항으로 인해 비핵화에 실패한다면 외교적 노력에 대한 호소는 빛을 잃게 될 것이다.

번역/데일리NK 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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