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 분석] “北 미사일 발사 가능성 있다”

▲98년 발사된 대포동 미사일 발사대 ⓒ연합

16일 오후 북한이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미사일 일부를 발사대에 설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북한의 행동은 국면 타개와 대미 협상력 제고를 위한 의도로 보이나 결국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려대학교 유호열 교수는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있고 미국은 금융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국제사회를 위협해 협상력을 극대화 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북한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보이면서 미국의 직접적인 압박을 피해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협상력 제고뿐 아니라 북한 내부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문제조사연구소(RIIA) 이기동 책임연구위원도 “6자회담이 난항을 겪으면서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북한 핵문제 등에 집중력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해 북한문제에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시험 발사, 실제 가능성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북한전문가는 “북한은 지난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초청했으나 미국이 거부한 경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은 대외에 대화노력이라는 명분을 쌓았다”면서 “북한은 한편으로 대화 노력이라는 명분을 제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제재를 견제하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발사 여부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호열 교수는 “발사 직전까지 갔다가 중단할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은 얻고자 하는 것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시험발사를 실제로 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은 과거에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 긴장국면을 조성한 경우가 있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인공위성이라고 둘러댔다”고 설명했다.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미국이 북한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를 무는 심정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반면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은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는 것은 북한의 대단한 모험”이라면서 “중국은 일본의 핵 무장화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시험발사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北, 미사일 시험 발사 오히려 국제사회 고립 자처

북한이 실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대북압박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시도는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라는 딱지를 떼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남한의 대북지원 명분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춘근 부원장은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겁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핵무기 체제의 완성으로 받아들여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불러 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당시와 테러전쟁 시대인 지금의 미국은 완전히 다른 존재”라면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는 북한의 전략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