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평화체제 가려면 北 변화 따라야”

평화재단 주최 토론회

‘2·13 합의’ 이후 대북 포용론자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이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시안을 제시했다.

평화재단은 18일 ‘한반도 평화협정(안)을 제안한다’는 주제의 전문가 포럼에서 ‘평화협정안’을 발표하고,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협정은 남북한이 특수한 관계를 뛰어넘어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정립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북핵문제 등을 둘러싼 국제적 현실을 무시한 성급한 논의와 이행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안을 발표한 윤영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남·북·미·중 4국 당사자가 2·13합의에 따른 핵불능화 조치가 완료되는 시점에 종전선언을 포함하는 포괄적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한다”며 이를 ‘제1안’으로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4개 당사국이 맺을 평화협정 내용으로 ▲종전선언 ▲불가침 및 평화적 공존 ▲한반도 비핵화 선언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경제지원 등을 제시하며 “미국과 중국이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이 한반도 현실에 부합하고, 평화 보장의 실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과 북을 비롯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참가 4국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고, 남북이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이행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2안’으로 내놨다.

평화재단측은 “이 시안은 변호사와 학자 중심의 평화법제 연구 전문가모임에서 나온 연구 성과물”이라며 “당사국인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잃지 않고 주변 강국의 이해를 해치지 않으며, 통일 방안을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화협정은 기술적 교전상태를 극복해 남북간, 미북간 국제법적 관계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남북통일까지 보장하는 평화협정을 체결’에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남북이 ‘특수관계’를 뛰어넘어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 위원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남북한 및 전쟁 당사자의 국제법적 지위(적대관계의 청산)를 명료하게 담아내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불가침 및 평화적 공존’ ‘한반도 통일지지’ ‘평화지대 설치’등 너무 많은 내용을 담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필요한) 여건의 문제이지 협정에 직접 반영할 내용은 아니다”며 “평화협정 자체에 (비핵화 논의가) 필요한지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이 단체가 같은 주제로 연 포럼에서 “핵문제만 해결되면 평화체제가 된다는 막연한 가정에서 논의를 하고 있지만 북한에 핵이 없을 때에도 평화체제는 아니었다”며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서는 북핵문제는 물론 ‘북한체제의 본질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정원 국민대 법대 교수는 “(평화협정은) 결과적으로 남북이 분단국 특유의 잠정적 특수관계보다 확정적인 법적관계로의 발전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법(法)상 2국가로의 관계 설정을 명확하게 하는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에 따라 현행헌법상 북한의 법적 지위와 성격을 부정하고 있는 국내법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평화협정 체결은 바람이지만, 그 내용이 방대해 합의까지 이르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따르므로 성급한 접근보다 인내의 자세가 요청된다”며 평화협정에 대한 성급한 논의를 우려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북미 및 북일 관계개선이 수교단계로까지 발전돼야 하고, 북한은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 운송수단인 중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해야 한다”며 성급하게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