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밀분석] 北 핵실험 파장 정확히 알고 있나?

▲ 1954년 3월 비키니 환초에서 실시한 미국 핵실험

북핵 문제가 미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2월 북한 외무성의 ‘핵보유’ 성명 이후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더욱 확실시되었지만 이후 호재(好材)는 없었다. 2006년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난사’는 6자회담의 전도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고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란의 핵문제도 악재(惡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 등이 추정해왔던 파키스탄의 대북 우라늄 농축시설 제공도 무샤라프 대통령의 자서전을 통해 확인되었다. 지금쯤 어디에선가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더욱 설득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설이 불어오고 있다. 북한은 정녕 핵실험을 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을 가진 사람은 오직 김정일 국방위원장 한 사람 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이는 분명 핵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엄중한 사태이다. 이에 앞서 당장 한반도에 군사적·정치적 파고를 불어 일으킬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의 전략지도를 바꿀 수 있는 요인도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견지해야 자세가 있다. ‘설마론’에 안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이보다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능력과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핵실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교역량을 동원하는 것 못지않게 핵실험이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핵실험 능력은 이미 충분하다

핵실험을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우선은 일정한 숫자의 핵탄두 또는 핵폭발 장치와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숫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정이 있으나, 필자를 포함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개 5~10개의 플루토늄(Pu239)탄을 보유한 것으로 그리고 우라늄탄의 보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추정은 1986년 말 가동한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 재처리 시설 등의 가동 상황을 종합할 때 지금까지 45~5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물론 북한은 지금도 플루토늄 생산 및 핵무기 제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므로 추정치는 매년 갱신될 필요가 있다.

우라늄(U235)탄에 대한 추정을 위해서는 좀 더 정보가 필요한 형편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 및 부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농축기술과 설비들을 받는 거래를 본격화했는데, 이를 근거로 지금쯤 어디엔가 비밀리에 농축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의 생산을 위해서는 원심분리 등 고난도의 기술과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미 우라늄탄을 보유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이미 다수의 고폭실험을 수행했다는 점,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핵실험 노하우도 이미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핵실험장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북한에는 길주군 풍계면에 지하 핵실험장으로 지목받는 시설이 있고, 이곳이 아니더라도 폐광들이 북한 전역에 산재하기 때문에 지하 핵실험을 실시할 장소는 많다고 봐야 한다.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탄생 이후 강대국들의 핵실험이 중단된 상태라는 점, 인도와 파키스탄도 1998년 핵실험 이후 추가적인 핵실험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 지상 핵실험시 엄청난 환경파괴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북한이 지상 또는 대기권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로는 지하 핵실험만이 가능한 선택이며, 중국 및 한국과의 접경지역을 피한다면 동해에 치우친 지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을 한다면 완성된 핵무기를 터뜨려보는 핵무기성능실험(Nuclear Weapon Yield Test)이 될 수도 있고 분열 물질의 연쇄반응을 실험하는 핵분열 실험(Hydro-nuclear Test)일 가능성도 있다.

관련 실험으로는 그 외에도 핵분열 물질을 빼고 핵무기 구조의 성능을 알아보는 핵무기 구조역학 실험(Hydro-dynamic Test), 핵무기에 쓰일 고성능 폭약을 터뜨려보는 고폭 실험(Hight Explosive Test) 등이 있지만, 고폭 실험은 이미 150회 이상 실시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핵무기 구조역학 실험도 여러 차례 비밀리에 수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핵실험은 정치적 결단 문제

북한이 핵실험을 위한 노하우와 설비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핵실험의 여부가 능력문제가 아닌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는 점을 의미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어떤 동기에 의해 그렇게 할 것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억제요인과 촉발요인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핵실험을 자제하게 만드는 억제요인으로는 핵실험시 중국의 대북지지 철회 가능성, 국제사회의 반북여론 확산 가능성, 유엔에 의한 대북제재 강화 가능성,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 한국내 보수세력 확산 및 대북지원 중단 가능성, 일본의 재무장 빌미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 외부 압력으로 인한 체제위협, 핵보유국 위상 확보, 내폭(implosion) 가능성, 대남 및 대일 인질전략, 평양정권 교체를 위한 미중 협상 징후, 미국으로부터 중대한 양보 획득 가능성, 핵실험 이후 중국 및 한국의 지속적인 대북지원 가능성, 북한 존속에 대한 중국의 집착 등은 핵실험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억제요인과 촉발요인들은 결국 ‘체제와 정권의 안전’으로 귀결된다. 다시 말해 체제와 정권을 수호하는데 유리할 것인가 불리할 것인가 하는 판단이 핵실험 여부를 결정하는 최대 분수령이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핵실험을 위한 동기가 충족된 상태로 봐야 할 이유는 많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가 평양정권의 통치자금을 고갈시켜 체제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핵실험을 통해 미국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핵억제력을 과시하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봉쇄할 있다고 믿는 경우, 핵실험을 해도 중국이나 한국이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그리고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압박이 가중되어도 북한내부의 단결을 고취시켜 체제유지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핵실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여건들을 종합할 때 북한 결정자들의 생각이 이런 쪽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확산 체제에 미치는 파장

북한 핵실험이 미칠 국제적 파장으로는 우선 핵비확산 체제의 약화를 들 수 있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행위가 국제적으로 용인된다면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 포기를 약속하고 NPT 회원국으로 남아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로써 NPT의 정당성은 훼손되며 화학무기폐기조약(CWC), 생물무기금지조약(BWC), 미사일기술수출통제기구(MTCR) 등의 존립기반도 함께 약화될 것이다. 국제 비확산 체제들이 약화되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 촉발된다면 각국은 더 많은 안보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핵실험 이후 미북 간의 강경대치는 한반도 안보환경에 즉각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할 것이다.

미국은 당연히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전면적 확대, 유엔안보리의 추가 결의문 추진, 금융제재 확대 등 압박조치들을 취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대북 선제공격 계획도 수립할 것이다.

현재로서 북한이 굴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군사태세의 강화와 함께 대미 전쟁 불사 선언, 대규모 군중대회 개최, 대중러 생존외교 강화, 대남 압박, 대일 위협, 체제단속 등으로 대응할 것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미국의 군사행동이 없더라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것이며, 이는 곧 한국의 안보불안, 사회적 분열, 경제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동북아 국제질서에 미치는 파장

북한의 핵실험이 동북아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이 한국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심대하고 직접적인 파장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일본의 즉각적인 대응을 초래할 것이다. 일본은 북한 대량살상무기를 안보불안 요인으로 보고 대비하려는 자세와 함께 이를 일본 스스로의 군사·정치적 강대화를 위한 빌미로 사용하려는 자세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두 마음’을 가진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핵실험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선택의 폭을 넓히려 할 것이다.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나카소네 전 수상이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당장 핵무장을 요구하는 것이기 보다는 일본이 취할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었을 것이다.

물론, 미일동맹이 일본의 핵무장을 막아주는 ‘병마개(bottle cap)’ 역할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일본이 당장 핵무장을 결행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핵실험은 일본의 보수세력을 자극하고 군사현대화를 촉진시키는 명분이 될 것이다.

일본은 최근 미일 미사일방어(MD) 공동연구 합의(1998) 및 MD 실전배치 추진, 이지스함 및 AWACS 전개를 통한 정보능력 증강, 정찰위성 발사, 방위청 정보본부 확대, 주변사태법(1999. 5), 대테러특별조치법(2001. 11), 유사법제(2003. 6) 등을 통한 자위대 영역 확대 등 많은 군사현대화 조치들을 취해왔고,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는 이를 위한 훌륭한 명분이 되어왔다.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지도자들이 행한 ‘적기지 공격력 필요성’ 발언도 결국 일본의 두 마음을 대변한다. 즉,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당연한 발언인 측면과 함께 차제에 전수방위 개념에서 탈피하여 정치적·군사적 강대화를 서두르겠다는 측면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는 그렇지 않아도 ‘화평발전(和平發展)‘의 구호아래 차근차근 지역 맹주국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과의 상충이 불가피할 것이며, 결국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대치하는 대결적 국제질서의 태동을 앞당길 것이다.

이러한 사태진전은 새로운 군비경쟁 및 대량살상무기 경쟁을 동반하여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며, 한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은 더 많은 안보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량살상무기의 보유를 추구할 수 없는 한국은 전략적 왜소화(矮小化)를 피할 수 없으며, 대결적 국제질서의 부상과 함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미치는 즉각적 파장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와 한국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다. 북핵에 의한 한국의 인질상태가 심화되고 남북한 군사균형의 변질도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재래군사력에 있어 북한의 양적 우위와 한국의 질적 우위가 상쇄되고 있으나, 한국이 대응수단을 강구할 수 없는 대량살상무기 분야에 있어서의 비대칭 위협(asymmetric threat)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우산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억제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의 대미 및 대국제사회 안보 의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에 대북 배신감이 팽배하면서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은 급속히 훼손될 것이다. 경제활동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의 단독행사 논의도 지속하기 어렵게 될 것이며, 한국의 핵무장 또는 미국 전술핵의 재반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북압박을 북한 핵실험을 가져온 원인으로 지목하는 반미주장들이 분출되어 한국사회는 극심한 보혁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향후 과제

이렇듯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막중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엄중한 사태이다.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국이 될 한국에게는 그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경제가 위축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의식부재의 상태로 있다가 핵실험 소식에 우왕좌왕해서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핵실험의 만류를 위한 외교역량을 동원하는 일과 병행하여 핵실험 이후 파장을 최소화할 방안들과 장단기 대응책들을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한국으로서는 대북정책 재조정, 대북 현금지원 중단 등 단기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이외에도 민심을 수습하고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일, 한미동맹을 점검하고 미 핵우산을 재확인하는 일, 핵상황 대책기구들을 가동하는 일, 핵실험 탐지능력을 보강하는 일, 북핵 관련 정보수집 및 평가능력을 강화하는 일 등 단기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이 수두룩하다.

이와 함께 PSI, 대북금융제제, 유엔의 대북제재 등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어느 정도로 동참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검토해두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 대응을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스스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당장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억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독자 억제력 함양을 통해 대외의존을 줄여나가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전략 마인드와 의지를 가진다면 조기경보 능력의 향상, 잠수함 같은 생존성이 높은 무기체계를 이용한 보복력 보유, 지하관통탄 등 북한 지도부를 겨냥할 수 있는 보복무기의 개발,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 등 검토할 수 있는 방안들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에게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역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이 핵실험에 대비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핵실험시 북한이 입게 될 불이익을 인지시켜 나간다면 그 자체로 핵실험 가능성을 낮추는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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