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기자 평양방문기] ②추석 성묘객 장사진

『평양에 도착한 이튿날은 마침 추석이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니 밖에서는 까치 우는 소리가 정답게 들려왔다. 베란다를 나가보니 온 산천경개가 푸른 수림으로 단장된 평양시가 한눈에 안겨왔는데 ‘공원 속의 도시 평양’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 민족에겐 길조로 불리는 까치들이 호텔 주위의 수림 속에서 청신한 새 아침을 알려주고 있었다.

평양의 녹화면적은 1인당 58㎡에 달한다. 도시의 중심부에는 높지 않은 모란봉이 자리잡고 있고 좌우에는 대동강과 보통강이 흐른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녹음이 우거져 수도의 ‘정원’으로 불리는 모란봉, 꿩을 비롯한 이로운 새들이 많고 노루, 토끼 등이 자유롭게 뛰놀고 번식하고 있는 대성산, 아름드리 나무들과 함께 갖가지 과일나무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답게 단장된 문수봉, 모든 봉들과 산들이 푸른 숲 속에 덮여있다.

평양뿐만 아니라 온 조선이 훌륭한 생태환경을 갖고 있었다.
“공해가 없고 생태환경이 좋은 조선에는 샘물고추냉이 재배지들이 수없이 많다. 이런 좋은 조건과 환경을 토대로 최근 조선부강회사에서는 외국산 향신료인 와사비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사람의 건강에 매우 유익한 우리 식의 샘물고추냉이와 그 가공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샘물고추냉이는 오염이 없이 깨끗한 토질과 수질에서만 자라는 배추과의 다년생 식물이다.”

방문 기간에 출간된 평양신문에 소개된 샘물고추냉이 가공품에 관한 기사의 한 구절이다.

기념품 판매대에서도 령지(영지)버섯, 상황버섯, 소나무꽃가루, 돌버섯, 서해안의 다시마가루, 솔잎차 등 무공해 약재와 식품들이 외국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풀게 하고 있다.

몇 개월 전 중국 장춘(長春)에서 열린 동북아박람회 때도 조선의 30여개 기업 12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는데 그들이 전시한 고추장을 포함한 무공해 식품이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조선의 현재 생태환경은 그 자체가 희귀광석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자원이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명절인 추석은(조선에서도 추석이라고도 부르고 한가위라고도 부르고 있다) 조선에서도 큰 명절이다. 이날은 나라에서 정한 공휴일로 이른 아침부터 성묘를 하러 산소를 찾는 시민들이 밀물처럼 평양거리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날 평양시에서는 공공버스는 물론 국제여행사, 여러 기업소들의 버스들까지도 전부 동원돼 성묘객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었다.

추석날 여행코스는 만경대, 서해갑문, 평양신문사 방문이었다. 코스에 따라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김일성 주석이 어린시절을 보낸 만경대 고향집을 참관하고 서해갑문 방향으로 달렸다.

대로를 달리는데 양쪽으로 성묘객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행렬에 간혹 치마저고리에 봇짐을 머리 위에 이고 사뿐사뿐 걸어가는 여성들, 너무나 오랫동안 잊었던 모습들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산에 올라 벌초를 하고 상석 위에 음식을 차려 제사를 지낸 후 조상들의 생전에 있었던 일들과 생활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음식을 나누어 먹는 우리의 전통명절 추석, 조선에서 보낸 올 추석은 그처럼 느낌이 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