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北 `냉랭’…미묘한 긴장감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 일정이 시작된 29일 서울 그랜드호텔에는 공식 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오후 5시께 회담장이자 숙소인 호텔에 도착한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의 분위기는 대체로 냉랭했다. 권 단장은 호텔 로비에 마중나온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거나 호텔측이 준비한 꽃다발을 받을 때에는 잠시 얼굴이 펴지기도 했지만 곧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호텔 2층에 마련된 환담장에서도 권 단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으며 주로 이 장관이 건넨 말에 대한 답변에만 주력할 뿐 되도록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목소리도 바로 옆에 앉은 이 장관이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할만큼 작았다.

북측의 태도를 놓고 회담장 주변의 분석은 엇갈렸다.

한 회담 관계자는 “남측에서 열리는 회담에서는 북측 대표단의 표정이 밝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달 말부터 시작하기로 한 쌀 40만t 지원이 북핵 `2.13합의’ 이행 지연으로 유보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부 회담 관계자들로부터는 `우려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왔다.

양측 대표단은 환담에서 모내기를 화제로 삼으며 회담이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자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약간의 시각 차도 감지됐다.

이 장관은 환담에서 “이번 회담이 추수를 위한 모내기와 같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정성껏 하나하나 잘 심으면 가을에 기쁨의 수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농민들의 모 심는 마음으로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단장은 이에 “이재정 수석대표나 저나 통일 모내기하는 농군같이 정성껏 심어야 한다”고 화답하면서도 “모내기 하려면 준비를 잘해야 한다. 물도 듬뿍 담아야 하고 써레도 잘 치고 준비도 잘 해야 가을에 알알이 여문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받았다.

권 단장은 저녁 환영만찬에서 “민족 내부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끼리 협의하고 민족 공동의 이익과 요구에 맞게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해 쌀 지원 문제를 북핵문제와 사실상 연계한 남측 방침에 우회적으로 불편한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만찬장을 나서는 권 단장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반주로 불그레해진 권 단장은 미소를 지으며 이 장관에게 “융숭한 대접 감사한다”고 인사를 건넨 뒤 숙소로 향했다.

이 장관은 만찬 뒤 기자들에게 “북측도 이번 회담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고 회담을 성공적으로 잘 이끌어가도록 노력하자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담 소식통은 “아직까지 회담 분위기를 가늠하긴 힘들며 내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들어봐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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