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로 본 북한] ③만성적 경제난

북한은 주체와 자력갱생 명분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비롯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 경제를 크게 의존했을 뿐 아니라 90년대 대기근 이전 50년대에도 아사자와 유랑자가 속출하는 등 경제난과 식량난이 만성적이었음이 이들 사회주의권 외교문서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60년대말까지는 북한 경제가 남한 경제보다 우월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적어도 일반 주민의 생활 수준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북한 주재 동구권 외교관들의 ’증언’이 눈에 띈다.

동독측 기록을 토대로 북한과 동독간 관계에 대한 논문을 쓴 베른트 쉐퍼는 “1962년 10월 김일성은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만든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일반주민과 하급당원 용이고, 지도부는 실제론 외국으로부터 경제원조를 얻는 문제에 관한한 매우 실용주의적이었다”며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서든 자본주의 국가에 대해서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동구권에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도 평양주재 동구권 공관들에 대한 각종 비용 청구를 인상하자, 화가 난 체코 대사는 본국에 프라하 주재 북한 공관에 같은 액수를 물릴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북, 동구권 도움받고도 자력 경제건설 주장

▲동구권 의존 경제 = (베른트 쉐퍼 논문) 북한은 50년대 사회주의 국가들과 구상무역을 통해 지급해야 할 재화의 15-20%를 못주고 있었다.

북한은 그러나 1956년부터 소련이나 동구로부터 원조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외국의 도움없이” 경제적 성공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만성적 식량난 = (1955년5월10일 헝가리 대사관 보고서) 식량 상황은 4월 더욱 악화됐다. 과도한 강제공출때문에 농촌에서 비축곡식이 동나고 있다. 쌀은 자유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국가와 공공기관 종사자와 가족들만 쌀을 배급받고 있다. 농촌에서 쌀 구하기가 불가능하다. 동북(함경북도) 지방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어서 정부가 그곳에 쌀 10만t을 공급했으나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가지만, 노인과 여성들은 형편이 다소 나은 남쪽으로 유랑하다 너무 쇠약해져 말그대로 굶어죽는다.

이렇게 죽었거나 죽기직전의 사람 20명이 4월초부터 사리원에 헝가리가 지어준 병원에 후송됐다.(보고서 작성 시점을 보면 한달 사이에 20명) 검시 결과 사인은 아사로 나왔다. 대부분은 유랑민이었으나 사리원 주민 1-2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부양가족과 노인들이다.

도시의 노동 주민은 최소한의 배급을 받고 있으나 가판점 등 비국가 부문 노동자 가족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 결과 거지, 특히 어린이 거지 수가 급증했다. 강도 등 범죄가 크게 늘었고 치안이 악화됐다.

당국은 이런 상황을 감춘다. 이때문에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노동신문 4월26일자는 이런 난국에 관해 기사를 썼다가 회수됐다.

5월초인 현재는 일부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소련과 중국이 대북 곡식 수송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 주민들의 물질적 여건 개선에 신경 안써

▲소련대사 “남한 주민 생활 개선” = (1955년 8월17일 헝가리 대사관 보고서. 헝가리 대사가 신임 소련 대사를 답방해 나눈 대화. 스탈린 사후 소련의 변화를 반영한 북한 비판이 보인다) 헝가리 대사 = 우리가 입수한 정보로는 남한 주민 형편이 나쁘다.

실업자가 200만명이 넘는다.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세금과 공출 할당제 때문에 농민 계층이 어렵다. 정부는 곡물을 싼값에 산다. 북한의 정보통과 남한 언론보도, 또 중립국 정전감시위원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소련 대사 = 남한은 비료와 소비재를 대량 미국으로부터 원조받아 주민 생활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 게다가 남한은 2모작이 경제사정에 도움된다.

소련도 북한에 소비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중공업 분야 장비만 달라고 요구하고 소련의 소비재 산업 육성 권고도 거부했다.

헝가리 대사 = 미국은 (원조를 하는 대신) 원료와 농산품을 대량 남한으로부터 일본으로 보낸다. 원료가 부족한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들 상품을 남한으로부터 매우 싼 값에 구매한다.

소련 대사 = 북한 동지들이 주민들의 물질적 여건 개선엔 큰 신경을 쓰지 않는것 아니냐. 북한 동지들이 심각한 실수를 하고 있다. 외교단이 어떻게 이런 문제를 북한 동지들과 논의하지 않느냐. 그랬다면 북한 동지들이 자유시장 폐지 등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헝가리 대사 = 외교단이 논의는 했으나 단체로 북한에 제기하지 못했다. 북한 동지들이 자신들의 실책에 매우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말했어도 올바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소련 대사 = 북한은 주민의 생활여건 개선에 주된 관심을 기울였어야 한다. 남북한 주민들은 서로의 사정을 잘 안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인민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해야 하는데 북한 동지들은 모든 에너지를 중공업에 기울였다.

헝가리 대사 = 헝가리가 경공업과 다른 생활여건 개선 상품생산용 장비를 지원할 수 있는데도 북한 동지들은 헝가리에도 중공업과 공장 건설을 위한 장비만 요청했다. 북한 동지들이 계측기 공장 시설을 요청하기에 나는 농담으로 “먼저 잴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동구에서 일어난 난동도 생활여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한 요인이었다.

체코 외교관, 56년 남한 주민생활 북한 주민보다 높아

소련 대사 = 북한 동지들의 실책을 최고 지도부 앞에선 제기하지 말되, 어떤 이슈의 경우 전체 외교단의 의견을 모아 알려주는 게 좋다. 가르치거나 지시하는 인상을 주지 않고 진지한 협력의 뜻임을 알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주면 소련이 북한 동지들에게 충고할 때 도움이 되겠다.

▲체코 외교관,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 = (1956년12월28일 헝가리 대사관 보고서) 체코 대사관 참사관은 자신이 아는 한 남한 주민의 생활 수준이 북한보다 높다고 말했다. 남한은 미국의 실질적인 원조 덕분에서 일부 경공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생겼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과 달리 중공업 부문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참사관은 말했다.

농민도 남한이 더 잘 산다. 경작지가 더 넓고 농사 여건이 더 낫고, 인공비료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남한 사람들이 잘 산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북한보다는 낫다는 것이라고 참사관은 말했다.

▲소련, 대북 협상 어려움 토로 =(1964년 1월 독일 대사관 보고서) 1963년 10월 소련 대사가 동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대사관의 1등 서기관들을 면담했을 때 북한과 통상 협상에선 호혜주의에 기초한 합의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일성 “중소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 = (베른트 쉐퍼의 논문) 1965년 7월 북한 주재 동독대사에 따르면, 김일성은 중소분쟁의 최대 피해국은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1961년부터 4년간 중소분쟁에 따라 북한은 경제개발을 못하고 침체를 겪었다는 것이다.

▲김일성 “일본서 비공식 채널로 반도체 설비 도입” = (1984년 6월1일 방독한 김일성과 호네커간 대화 동독측 비망록. 김일성 발언) 동독이 반도체 공장시설을 넘겨주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는 이미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설비를 구입했으나 불완전한 것이다. 우리는 동독의 전자산업 발전을 모르고 있었다. 우리 당 중앙위는 오래전 반도체 설비 구입 비용을 승인했었다.

동독이 품질좋은 인조고무와 제초제를 생산하는 것도 몰랐다. 과거엔 이것들을 모두 자본주의 국가들로부터 샀다. 이제는 바꿀 것이다.

▲80년대도 여전히 “의식주가 문제” = (1986년 10월18-21일 방북한 호네커와 김일성간 대화 동독측 보고서. 김일성 발언) 북한은 의ㆍ식ㆍ주 3가지 기본문제를 안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다.

1987년 시작될 제3차 7개년 계획의 초점은 그 해결에 있다. (이어 동독에 지원을 요청하는 옷감 등 품목을 길게 나열)

▲86,87년 대홍수= (베른트 쉐퍼 논문) 김일성은 1988년 5월10일 베를린시당 제1서기를 맞아 북한이 구상무역의 북한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외교사절에게 처음 털어놓는 얘기라며 1986년과 87년 이태에 걸친 대홍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은 “이는 국제적으론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며 “마그네사이트 광산 시설과 철도, 도로가 완전 침수됐었다”고 말하고 이제 복구를 완료해 완전 가동하고 있으므로 북한측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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