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정 통일부 장관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은 8일 연합뉴스와 신년인터뷰를 갖고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대화 재개, 6자회담 등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이 장관은 “(남북 간에 이뤄진 합의인) 남북정상회담은 이뤄져야 하는 당연한 과제”라며 조건이 성숙하면 특사파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평화체제 문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6자회담의 진전이나 남북대화를 통해 재개 노력을 기울인 뒤 여의치 않으면 국회 동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 하에 재개하겠다는 견해를 폈다.

◇ “인도주의는 조건없이 실천돼야” ◇

— 취임 전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는데 취임 이후에도 역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리해달라.

▲ 인도주의라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로 가야한다고 철칙으로 생각한다. 어떤 조건도 없이 인도주의 입장에서 실행되고 실천돼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실천한 것들이 정치적 이유나 북한의 내부 사정, 최근의 미사일과 핵실험 때문에 선한 인도주의의 뜻도 실천해 갈 수 없는 상황으로 갔다. 앞으로 남북 간에 지속적으로 관계를 개선해서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가려 한다면 인도주의에 관한 문제를 평가하고 계획을 세울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다.

—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장관의 강한 의지 때문인지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보된 대북지원이 6자회담과 관계없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나.

▲ 당장 유보된 인도적 지원을 푸느냐 안 푸느냐는 문제라기 보다 인도적 지원을 체계있게 진행하는 틀을 만들어 앞으로는 어떤 정치적 상황에도 영향받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에 대해서는 여러 지원이 있을 수 있고 우리로서는 이산가족 문제, 납북자 문제라든가 기타 우리 이익을 위한 여러 경제협력에 관한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 내부가 합의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북한과 반드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 인도적 지원에서 정세에 상관없이 계속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들이 있나.

▲ 인도적 지원은 가능한 한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계속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영유아의 영양관계나 보건의료에 대한 지원, 또는 극빈자들을 위한 식량지원, 재난 등에 따른 지원은 정치적인 것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논의과정을 거쳐 체계화되면 가능한 대로 국회에 일정한 동의 과정을 거쳐 실천의 틀을 만들어보겠다.

— 인도적 지원 재개에 대한 조건으로 6자회담의 진전, 남북회담의 재개, 국민적 공감대 등 3가지가 제시됐는데 3개가 모두 충족돼야 하나, 한가지라도 충족되면 되나.

▲ 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남북회담도 대단히 중요하다. 남북회담을 통해 큰 틀의 합의가 된다면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6자회담 틀과 남북대화 틀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지고 가야한다. 하나가 안되면 다른 하나라도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이 모든 것이 다 어려워졌을 때 국민적 공감대라는 게 필요한 것 아니겠나. 한반도 내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은 우리도 이산가족 만남도 있어야 하니 국회 통해 국민 이해를 도모하면서 가능한 길을 찾아보겠다.

— 유보된 대북 쌀.비료 중에서 쌀은 차관형식으로 일단 상거래 차원이지만 비료는 긴급구호성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 비료 지원은 사실은 계속돼야 할 지원사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비료 지원이야말로 북한의 농업생산량을 높이는 지원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어떻게 재개하느냐는 앞으로 과정을 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쌀은 남북간 합의에 의해 차관으로 지원한 것이기 때문에 만일 어떤 형태로 변경하느냐, 이대로 차관으로 가느냐는 북쪽 입장에 달려있다.

— 쌀 지원의 형식 변경을 언급했는데.

▲ 우리 내부에서는 (대북 쌀 지원을) 인도주의라 하고 북한은 차관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정리하자는 것이다. 전체를 차관으로 할 지, 일부는 인도주의로 일부는 차관으로 할 지, 전체를 인도주의로 할 지, 남북 간의 합의가 있어야 결론 날 것이다.

◇ “필요시 정상회담 위한 특사 파견도 검토”◇

—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큰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는 전혀 없나. 북한의 답을 기다리는 상황인가.

▲ 기본적으로 남북 간에 신뢰가 구축되려면 합의된 사항을 합의된대로 지키고, 실천하기로 약속한 사항은 실천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야말로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북한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북한이 지킬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인데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이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참으로 어렵다.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례화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상회담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내용은 밝힐 만한 것은 없다.

— 작년에 추진됐던 정상회담이 6자회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표류됐다. 결국 6자회담이 잘 풀리면 정상회담이 본격 추진될 수 있다고 보면 되나.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가.

▲ 적절한 시기가 언제라고 말하느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양 정상 간에 결단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과 정상회담의 관계도 설명하기 참 어렵다. 6자회담이 잘 되면 정상회담도 가능하고 안되면 아니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한반도에 평화를 위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민족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남북 정상으로서 반드시 회담을 열어 책임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 결국 정상회담 열린다면 평화체제 문제가 핵심의제가 될 것처럼 보이는데.

▲ 그러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화체제 문제는 미국 부시 대통령도 얘기한 종전선언을 포함해서 한반도 안에서의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공개적으로 주제를 논의해서 간 일은 없고 양 정상이 현장에서 각각 마음에 뒀던 과제를 논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얼마만큼 열린 마음으로 한반도와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얘기하느냐가 중요하다.

— 작년 4월 평양 장관급회담에서 이종석 장관이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초청했는데 일종의 특사로 받아들여졌다. 특사 교환도 방법이 된다고 생각하나.

▲ 필요하다면 그것도 검토할 수가 있다. 단순히 정상회담 만이 아니고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 전반을 다시 정리한다는 관점에서도 특사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도 남북 간 상호 필요에 의해 되는 것으로 북쪽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야 해 지금은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등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특사의 역할은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

— 작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을 추진하다 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연기했다. 지난 주 만났는데 재방북 가능성에 대해 언급은 없었나.

▲ 다시 한번 북한에 다녀오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지만 현 단계에서는 정상회담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가기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 “북한, 2차 핵실험 하지 못할 것”

—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은 어떤가.

▲ 현재로서는 어떤 징후도 발견할 수 없다. 2차 핵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북한도 아마 현재 대화 국면에서 더 강력한 제재 국면으로 간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 추가 핵실험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북한이 실제 핵폐기 의사가 있다고 보나, 아니면 협상용이라고 생각하나.

▲ 북한이 핵폐기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북한은 반드시 핵폐기를 해야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나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합의된 내용이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다만 완전 폐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고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설득하면서 폐기로 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 최근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많이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 장관께서 내정자 시절 한 강연에서 ‘부시 정부는 북한 붕괴 유도정책 포기해야 한다’고 하신 적도 있는데 지금 미국의 태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인가.

▲ 아직은 이렇다 할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를 통한 정책적 방향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부시 대통령의 하노이 발언이나 6자회담에서의 노력들을 본다면 대화에 역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대화노력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다.

—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북한이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할 경우 광범위한 추가 조치를 탄력적으로 취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현재 남북관계에서 이뤄지거나 진행될 사업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나. 예를 들어 9.19 공동성명에는 200만KW 대북송전이 포함된 적이 있는데.

▲ 한미 외교장관 회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를 못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남북회담이라는 틀 자체가 6자회담에 종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남북회담에서 논의될 내용들이 6자회담에 들어가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칙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희망적 미래가 설정됐을 때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등을 한미 공조 틀 속에서 이뤄간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 취임 한 달이 다 되가는데 소회를 말해달라.

▲ 참 힘이 들지만 보람있는 한 달이었다고 생각한다. 2007년을 맞이하면서 통일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국가에 미래를’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앞으로 정성껏 성실하게 일하겠다. 통일부에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만들고 산 너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도록 만드는 책임이 있다. 그런 면에서 국민들과 함께 평화통일 업무를 열심히 해나갈 계획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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