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파 햇볕론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저는 우파 학자이지만 북한 변화를 위해서는 햇볕정책 이외에 대안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호주인 북한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초빙교수(44)는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우파 학자이자 햇볕론자’라고 밝히며 북한의 미래와 한반도의 통일 전망 등에 대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회를 두루 경험하면서 체득한 견해를 밝혔다.

란코프 교수는 “대북지원에 있어 햇볕정책밖에 대안이 없으며 만약 올해 대선에서 좌파 정부가 실패해 우파 정부가 정권을 잡아도 비슷한 정치 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다”며 “햇볕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아주 올바른 전략”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으로서 다른 학자들보다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다고 느끼고 있다는 그는 그러나 햇볕정책을 통한 현재의 대북지원 방법론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문제는 전술”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처럼 북한에 조건 없이 주는 것은 북한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고 김정일 체제 유지를 위해 이용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그는 예로들며 “식량은 주로 군대, 국가 보위조직 등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배급 주고 나머지를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준다”며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남한에서 주는 쌀을 먹고 체제를 보위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대북지원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개성공단 같은 것은 아주 좋다. 많을 수록 좋다”며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되면 사고방식을 바꿀 수 밖에 없고 남한이 잘 사는 것을 알게 돼 김정일 정권을 파괴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현재 쏘나타 같은 제품이 제일 위험한 선전기구”라며 “그들은 노동신문에서 나오는 남한에 대한 얘기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다가 최근에는 남한에서 나오는 영상물이나 도서를 접하고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의 미래에 대해서는 ‘단계적인 변화’보다 ‘급진적인 변화’ 가능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에서 개혁이 시작되면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진실을 알 수 밖에 없고, 절대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서 지속된 고립 정책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아주 빠른 속도로 정권 붕괴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평소에도 “북한이 개방되면 3∼4년 만에 망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 때문에 란코프 교수는 김정일 정권이 변화에 대해 완강하게 버틸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권력층은 개혁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개혁.개방하라는 주장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내리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호랑이를 탄 사람들’로서 달리는 방향을 조정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북한 간부들은 체제가 붕괴된다면 특권은 물론 생존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고 목표를 체제 유지에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 란코프 교수가 보는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 현 체제의 미래는 어떨까.

그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운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김 위원장이 건강한 몸으로 체제를 통제하는 동안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테지만 그의 사망 등 유고시 통제력이 약해지면 소련이나 동유럽처럼 갑작스런 변화가 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란코프 교수는 결국 북한의 ‘급변 사태’가 ‘흡수 통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한국에서는 곧 ‘통일 준비’라고 조언했다.

구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과정을 지켜본 그는 “남북통일은 어렵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며 “통일의 어려움은 흔히 경제적인 문제를 거론하는데 남북한 사람들이 사회.문화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일 이후 북한 사람들이 적응하는 과정은 아주 골치 아프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일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통일 코리아’를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북한 기술자와 전문가들에 대한 선진기술 전수와 시장경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개발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레닌그라드 국립대를 거쳐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과에서 공부를 한 란코프 교수는 한국사를 강의하던 호주 국립대 교수직을 지난해 말 사직하고 자신의 전공인 북한사 연구를 위한 1차 자료가 가장 많은 한국을 선택했으며, 아예 뿌리를 내릴 계획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