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경환 北대풍그룹 부총재

최근 중국의 3대 철강업체로 꼽히는 탕산(唐山)강철로부터 북한의 김책공업구에 1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 합작 프로젝트를 유치해 관심을 모았던 대풍국제투자그룹.

홍콩에 등록된 다국적 투자회사지만 사실상 북한 주도로 설립된 이 회사에서 한국 담당을 맡고 있는 배경환(57) 부총재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미간의 급속한 접근으로 한반도 주변 정치지형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아직 우리는 남북이라는 틀에 갇혀 변화속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중국에 비해 대북투자에서도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공연기획가로 활동하며 남북 문화예술 교류사업을 했던 그는 작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에서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읽어내고 뉴욕 필하모니 평양공연을 대풍그룹에 제안해 추진했으며 김책공업구 제철소 프로젝트에서 한국 투자유치를 담당했다.

그는 “중국측과 의향서 체결을 3개월씩 연기하면서 한국의 포스코에도 투자 의향을 타진했지만 진척이 없어 결국 제철소 프로젝트는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단순히 제철소만 중국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자원, 도로, 철도, 항만 등 동해안 SOC 투자기회도 자연스럽게 중국이 가져가게 되면서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게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배 부총재는 “김책공업구 제철소 프로젝트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북미관계 개선에 따른 국제정치 지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대북투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철도, 도로, 항만, 자원 등 분야별로 참여를 희망하는 중국 기업이 줄을 서 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 부총재는 평양-라진 철도보수, 공항사업 및 항공기 도입사업, 개발은행 창설 등을 한국이 참여를 적극 고려해볼 만한 투자항목으로 제시했다.

이중 평양-라진 철도보수는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대륙을 직접 연결하는 중요한 물류축으로 최근 북한 정부가 대풍그룹에 투자유치를 승인한 대형 프로젝트다.

그는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외국인들의 평양 방문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지금 평양공항의 시설과 낡은 항공기로는 이를 다 수용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항공운수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부총재는 대풍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칭 ‘조선개발은행’ 창설 프로젝트에도 한국의 참여를 적극 권유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리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유럽과 제3세계에서도 투자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것이고 투명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다자가 참여하는 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를 창설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며 한국이 여기에 주도적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참여의사가 있다면 북한에는 부족한 선진금융 노하우와 자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지분 규모에 따라 총재국의 지위로까지 참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재는 이 대목에서 “대북투자와 관련, 남쪽은 같은 민족이니까 북쪽이 더 좋은 것을 주지 않겠느냐는 감상적 기대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쪽은 남쪽이 정치의 틀에 묶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외자유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남쪽을 막연히 기다려주지는 않는다”며 “남북관계의 틀에 의존하지 말고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맞춰 국제적인 시각에서 순발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평양-라진 철도보수 등 북한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도 결국 다른 나라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투자를 둘러싼 중국과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을 경쟁상대로 인식하지 말고 상호 역할 분담을 통한 조화로운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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