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를 갖고 올 한해 외교 현안과 그 해법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반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진전을 마련하기 위해 차기 6자회담이 조속히 개최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법론으로 한미 공조와 한중 협력 등 관련국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강화하고 대북 설득에 남북관계 진전을 적극 활용해 ‘9.19 공동성명’ 이행계획 합의를 도출하는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일관계와 관련, 관계경색의 원인인 독도, 역사교과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의 문제는 일본이 역사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가져야 풀릴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럼에도 외교 책임자간 필수적인 대화채널은 유지되어야 하며, 역사인식 문제로 한일관계 전반에 지장이 초래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의 주요 외교현안과 역점과제를 말해달라.

▲현안은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 한미 동반자관계의 안정적 발전,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강화를 통한 동북아 다자대화 촉진,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기여와 활동 강화, 동북아 FTA(자유무역협정) 중심국가로서 경제.통상 외교의 전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차기 6자회담을 조속하게 개최하도록 노력하면서 한미 공조와 한중 협력을 포함해 관련국과 유기적 협조를 강화하고, 대북 설득에 남북관계의 진전을 적극 활용해 9.19 공동성명 이행계획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창의적인 외교 노력을 경주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 외교의 중심축인 한미 동맹을 정치, 외교 뿐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이면서 역동적이고 호혜적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의 바람직한 한미동맹 관계 구축노력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

또 일.중.러 등 주변국과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고, 특히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 기반 구축을 위해 안보, 환경, 테러, WMD(대량살상무기)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동북아 다자대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기여와 활동 강화를 통해 국가위상을 높이고 유엔 비상임이사국 등 국제기구 진출을 확대하고,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한 PKO(유엔평화유지활동) 참여 확대를 추진할 뿐아니라, 국제기구 분담금 체납 해소와 공적개발원조의 확대(ODA 선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동북아 FTA 중심국가를 목표로 아세안, 캐나다와의 FTA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포함해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하고 WTO(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요 분야별로 우리나라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면서 협상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

올 한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외교를 계속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 외교정책과 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내부혁신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작년에 대폭 강화된 재외국민 보호시스템을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대국민 홍보를 강화를 통해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면서 국민여론을 외교정책 수립과정에 적극 반영해 국민과의 쌍방향 의사소통을 확대함으로써 국민과의 ‘외교정책 공동체’ 형성에 주력하겠다.

–북한의 위조지폐 연루 혐의와 그로 인한 금융제재로 북핵 6자회담이 난국을 맞았다. 차기회담을 전망해달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9.19 공동성명’의 채택 및 공동성명 이행계획에 대한 협상 개시 등 그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이행계획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북한도 제17차 남북 장관급회담 등을 계기로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 필요성과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동의한 바 있다.

작년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 당시 가능한 가장 빠른 일자에 차기회담을 속개하기로 합의한 만큼, 1월중에는 차기회담이 속개되어 공동성명 이행 방안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위폐 등 6자회담 의제 외의 문제들이 회담의 속개 및 진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그동안 성과와 진전 추세를 기반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이 계속 이루어져 나가도록 관련국들과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다.

–한미 전략대화가 1월중순에 개최될 것으로 안다. 차기 6자회담은 그 전에 열릴 수 있다고 보나.

▲9.19 공동성명과 제5차 1단계회담의 합의에 따르면 1월 중순에 2단계 회담의 속개가 예상되고 있는데, 작년에 방코 델타 아시아(BDA) 사건 등 금융제재 문제가 발생해 미북간 불신의 폭이 커졌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해야 (개최 분위기가) 유리하게 조성된다.

전략대화 일정은 이미 (한미간에) 결정이 되었다. 차기 6자회담이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되도록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생각이다.

–미 정부는 북한의 위폐제조 문제와 관련 한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듯 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 정부에 추가적 증거제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사실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위폐 문제와 관련해 정부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위폐문제는 미국이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다. 그런데 이 시점에 미국이 갑자기 현안으로 돌출시킨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위폐문제는 미국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해온 사안으로서 불법행위에 대한 대처 차원에서 6자회담 및 북핵문제와 별개로 취해진 조치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는 위폐문제와 관련하여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과 규범에 따라 법집행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이므로 6자회담 개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으로 본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의 ‘북한은 범죄정권’
(criminal regime) 발언으로 6자회담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 발언의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강경으로 전환될 것을 암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나.

▲북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한미간의 공통된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런 입장은 작년 11월17일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계기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에서 두 정상이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중요한 성과였다고 평가하고,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차기 회담에서의 진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재확인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 위폐 문제를 법 집행 차원의 문제로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6자회담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의 불법행위가 사실이라면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

–한미관계와 관련해 워싱턴과 서울에서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미관계에서 가장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뭔가.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성공적인 동맹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동맹관계가 50년전에 이루어졌고 50년간 동맹 관계가 관리되어 왔다. 그 사이에 워싱턴과 서울간에 체감상 차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또 그런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경제적, 민주적, 정치적으로 발전했고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인 참여는 물론 시민 인식도 향상됐다. 이런 과정에서 과거에 대미 의존도가 높았으나 이 것이 좀 더 호혜적인 단계로 발전했다. 여기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었던 것 사실이다.

참여정부 들어 이러한 이견들이 건설적이고 상호 입장을 바탕으로 한 대화를 통해 해결됐다. 이견들이 불필요하게 증폭됐고 불안감이 조성돼 왔다. 정부는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동맹관계를 건설적, 호혜적, 우호적 방향으로 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나 미국 만의 힘이 아닌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 이상 한미간 여러가지 현안이 건설적이고 호혜적인 협의를 통해 대부분 해결됐다. 예컨대 용산기지 이전, 주한 미군기지 이전 등의 합의가 착착 진행됐다. 주한미군 감축, 미대사관 청사 이전 문제도 한미간 갈등요소로 비칠 수 있었으나 이제 해결과 이행 단계에 있다.

–미국은 경수로 사업이 완전 폐지된 것으로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아직 완전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수로사업의 재개 가능성은 있나.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경수로 제공 논의가 중단된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경수로로 대체할 가능성은 없나.

▲작년 11월 21∼22일 개최된 KEDO 집행이사회 이후 관련국들은 신포경수로 사업 종료에 수반되는 재정적, 법적 문제들에 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면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집행이사회에서 이사국들은 경수로 사업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했으나 종료와 관련된 계약적, 법적 문제를 추가로 논의할 필요성을 공동으로 인식했다.

공동성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경수로는 6자회담 틀 속에서 합의된 것으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에 따른 신포의 KEDO 경수로와는 그 기초가 다르며, 신포의 KEDO 경수로는 이미 밝힌 대로 우리 정부가 대북 송전제안에 따라 종료되는 것이다.

–최근 이라크 주둔 한국군 감축, 차세대 헬기사업(KHP) 유럽 사업자선정 등 현안과 관련해 한미간에 미묘한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친다. 나아가 이를 한미동맹의 균열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근거없다고 본다. 자이툰 부대 감축문제는 한미 군당국간 긴밀히 협의되어 왔던 것으로 단지 우리 국회에서 통과된 후 미측에 공식 통보할 계획이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이라크 정세 등을 감안하여 파병규모를 축소시킬 계획이며 자이툰 부대의 규모 축소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재건 및 평화정착 지원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

차세대 헬기사업이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사업과 관련한 결정은 국방부가 이미 발표한 대로 계약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한미동맹의 균열 여부의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작년 ‘한일 우정의 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신사참배 문제로 최악의 해로 막을 내렸다. 관계 복원을 위한 구상은 있나. 정상회담 또는 외무장관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 말해달라.

▲작년에 외교정책을 수행하는데서 안타깝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역시 한일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는 광복 60주년이자 한일 수교 4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2005년을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의 도약대로 삼고자 우정의 해로 지정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경주했으나 독도, 역사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의 문제로 한일관계가 경색됐다.

그러나 이러한 세 가지 문제는 어디까지나 일본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일본이 역사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풀린다. 이는 일본이 해결해야 한다.

다만 어려운 양국 정치관계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회, 문화, 인적교류 등이 원만히 이루어진 점은 한일관계의 미래를 밝게 하는 고무적 현상으로 앞으로 이러한 교류 추세가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

정부는 관계경색에도 불구하고 외교 책임자간 필수적인 대화 채널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역사인식 문제로 인하여 한일관계 전반에 지장이 초래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히 대응해 나가겠다.

–차기 UN사무총장으로 국내 인사 출마설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UN사무총장 후보를 내어 진출하는 문제를 오랜 기간 심사숙고한 게 사실이다. 그 배경을 말하면 작년이 광복 60주년인데, 사실 UN창설 60년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N으로부터 6.25 전쟁 당시 지원을 포함해 경제적으로, 그리고 민주화 지원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로부터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도 이미 민주국가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신생 민주국가들에게 민주주의를 보급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우리 사회는 전 분야에서 광범위한 혁신과 개혁의 경험을 가진 만큼 이를 UN개혁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국력에 걸맞은 범위에서 봉사하는 게 타당하다는 배경에서 정부가 UN사무총장 후보를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선출 문제는 미묘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후보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상임이사국 포함한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그들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며 적절한 계기에 후보를 발표할 것이다.

–유엔 개혁과 관련해 최대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05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제60차 유엔총회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유엔개혁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현재 유엔에서는 분야별로 구체적인 개혁방안이 합의되고 있다.

21세기 유엔이 당면한 새로운 과제와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엔체제 전반의 개혁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과제는 유엔 사무국 운영개혁, 분쟁후 평화구축 및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 협력을 조정할 평화구축위원회 설치, 유엔 인권이사회 신설이라고 생각된다.

평화구축위원회 신설에 대해 이미 유엔 회원국간 합의가 이루어져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정상적인 업무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이사회 신설문제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나 이사회 구성과 선출, 기능 등에 대한 이해당사국간 입장 차이가 큰 관계로 합의 형성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엔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개혁 분야는 사무국 운영개혁이다.

유엔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화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인사제도를 합리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유엔 사무국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개혁되어야 유엔에 대한 국제사회의 회의적 시각이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모든 회원국들의 관심과 협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말해달라.

▲그동안 화해와 협력,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가 많이 진전되었다. 개성공단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곳에서의 생산제품에 대한 특혜관세를 아세안 등에서 인정받고 있다. 좀 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본다.

그리고 2000년 6.15 정상회담의 후속회담은 당연히 개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열릴 지는 지금 예측하기는 어렵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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