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경 “북한사투리 친근하게 들어주세요”

“북한 사투리를 쓴다고해서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북쪽 사람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드라마를 통해서 북한의 현실과 모습을 편하게 보여주겠어요.”

북한 고위층의 딸로 탈북자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연기자 리경(21).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여러차례 눈가에 이슬이 비쳤다. 4년 동안 중국을 떠돌며 고생한 일, MC를 맡고 있는 MBC ’!느낌표’의 ’통일료리관’에서 접한 실향민의 아픔 등을 이야기하면서다.

이런 그가 드라마에서 자신의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캐릭터를 맡게 됐다. SBS 새 수목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극본 염일호ㆍ권민수, 연출 고흥식)에서 북한 ’귀족’ 출신 탈북자 미미 역을 연기한다.

내레이터 모델로 천방지축 말괄량이인 미미는 북한에서 기쁨조에 발탁될 정도로 예술적인 기질이 뛰어났다. 자유를 갈망하는 아버지와 함께 사선을 넘었지만 가족과 생이별을 한 후 남한에 정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레이터모델 선배 차봉심(김원희)과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한다. 영화배우가 꿈이다.

기쁨조 발탁, 아버지와의 이별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미미는 리경과 여러모로 꼭 닮았다. 리경은 “연기가 아니라 내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미미는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그럴 때면 실제로 내가 10살 때 아코디언을 처음 배웠던 때가 생각나서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말했다.

아코디언 외에도 리경은 극중에서 다양한 재주를 선보인다. 북한의 엘리트 예술인을 양성하는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재원다운 면모를 드러내는 셈이다. 부채춤, 칼춤은 물론 벨리댄스와 쌍절봉도 소화한다. 극중에서는 실향민 재벌 총수가 추진하는 대북사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리경은 12살 때 5번의 시험을 거쳐 평양음악무용대학에 입학했다. 실력과 출신성분이 좋아야 입학 가능한 이 학교에서 그는 북한 최고 예술인이 모이는 집단인 기쁨조를 선망하며 기량을 닦았다.

그러다가 1998년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탈북한다. 4년 간 중국에서 엄청난 고생을 겪다가 남한으로 건너왔다.

“방학 때 놀러가자고 해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 나선 게 탈북이었어요.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불안 속에서 동북 3성과 중국 남부 지역을 전전했죠. 먹고 살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2시까지 농삿일을 했어요. 손톱이 닳을 정도였어요. 삽질과 낫질은 아주 잘했죠.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 북으로 돌아가겠다’며 아버지와 싸우기도 했어요.”

한 번은 아버지가 공안에게 잡힌 일이 있었다. 리경은 공안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울며 매달렸다. 이런 광경에 마음이 약해진 공안은 결국 빵까지 사주며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말라”며 아버지를 풀어줬다고 한다.

남한에서의 적응도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로 편입했는데 첫 시험에서 전교 꼴찌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년 만에 전교 3등으로 졸업했다.

“답안지에 답을 작성해야하는데 문제지에 답을 썼죠. 영어는 전혀 배운 적이 없었어요. 첫 시험 후 하루 3~4시간 씩 자면서 공부에 매달렸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3년 말 우연히 MBC 창사특집극 ’사막의 샘’ O.S.T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4곡을 불렀는데 그 스튜디오에 들른 매니지먼트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기자로 활동하게 됐다. 올 초 SBS 설 특집극 ’핑구어리’로 연기 데뷔했다.현재 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북에서 바라고 계획했던 ’예술인의 꿈’을 남한에서 정확하게 이뤄가고 있다”면서 “다양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연기자에 정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투리나 북한 사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그는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처럼 똑같이 생활하고 연기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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