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북통일 돕는 獨 게퍼트 박사

“독일은 통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인들 스스로 통일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남북한을 포함해 세계 64개국에서 사회.정치 교육과 농촌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의 사무총장인 라이너 게퍼트(Rainer B. Gepperth) 박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독일과 같은 운명을 겪고 있는 한국에 조언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단의 한국사무소가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 평화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남북관계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스자이델재단은 1967년 독일 바이에른 주지사였던 한스 자이델 박사를 기려 설립된 재단으로 64개국에서 사무소를 설치해 활동중이다. 한국사무소는 1987년 설립됐다.

재단은 사회.정치분야의 교육, 농촌과 지방의 발전, 안보분야 교육, 직업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통일분야 사업 외에도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농촌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해외사업총괄팀장이기도 한 게퍼트 사무총장은 한국사무소 설립을 위해 1986년 서울에 머물며 준비작업을 지휘했으며, 최근엔 대북사업을 위해 북한을 여러번 방문, 남과 북의 사회상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통일분야가 한국사무소의 주요 사업이지만 원래 그런 건 아니었다”며 “1989년 독일이 통일되자 한국의 사업 파트너들이 독일 통일에 대해 많이 문의해 ‘남북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겪은 일을 들려주고 서로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통일분야에 주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유럽연합(EU)의 기금을 지원받아 대북사업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이 재단은 북한에서 경제부문의 능력 개발을 뜻하는 ‘커패서티 빌딩(Capacity Building)’이라는 시장경제 교육을 2005년부터 4년째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10여차례 교육이 이뤄졌다.

교육은 1년에 2~3회 평양에서 이뤄지며 경제관료들과 무역일꾼, 중앙은행 직원, 김일성종합대학 등의 대학교수들이 수강생이다. 1회 교육에 40~60명이 참여한다.

게퍼트 총장은 “EU의 대북사업 재원으로 교육을 진행한 건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북한 학생 2명을 선발해 독일에서 1년동안 경영학 연수를 시키기도 했고, 역시 재단을 통해 북한의 보건행정분야 전문가 2명이 현재 베를린에서 실무 현장교육을 받고 있다.

재단은 오는 9월엔 북한 평안남도 농업 관계자들을 중국 산동성 핑두(平度)에서 한달간 교육하며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게퍼트 총장은 재단의 대북 사업의 목적에 대해 “되도록이면 남북한의 많은 사람들에게 독일의 통일 경험을 알리고 싶다”며 “더 많은 사람이 한반도 통일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독일은 통일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통일을 맞이했다”며 “한국은 지금부터 통일에 대한 명확한 구상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좀더 경제를 개선한 뒤에 통일을 생각해 보자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비현실적인 생각입니다. 통일은 갑자기 닥칠 수도 있습니다.”
그는 통일 준비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시스템을 조직화하고 남.북한의 화폐 단위를 통일하는 문제, 치안.보건.사회보장체계.통일비용 등의 문제에 대한 ‘로드맵’이 있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퍼트 총장은 “독일에서는 통일 이후 출신지역에 따라 서로를 얕잡아 부르는 ‘오씨(Ossi.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동독 사람)’, ‘베씨(Wessi). 잘난 척하는 서독 사람)’라는 말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갈등은 없다”며 “진정한 통일을 이루려면 체계적 준비가 필수”라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독일 통일 이전에 주변국들은 독일 통일을 그다지 바라지 않았다”며 “통일을 위해서는 확신이 중요하고 한국인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독일과 같은 운명을 갖고 있는 한국이 확신을 갖고 통일을 향해 가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