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 미래 군사안보전략가 토머스 바넷

미국의 저명 미래 군사안보전략가인 토머스 바넷의 새 저서 ‘행동 청사진’에 있는 북한 대목의 전략 전망은 북한 핵 변수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 한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본을 포함한 4강에 의한 북한 점령’이라는 구상도 담겨 있는 등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가들이 종종 보이는 생략과 비약이 곳곳에 눈에 띈다.

지난 4일 워싱턴 인근 숙소 호텔에서 바넷을 만나 생략과 비약 부분을 중심으로 물어봤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제거 시나리오는 도발적이기까지 한데.

▲이제는 그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드러내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뜻에서 제시했다.

북한은 (세계) 체제에 균열(friction)을 많이 일으키고 있다. 위조지폐 문제만 해도, 중국으로선 더 이상 참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지폐의 3분의 1이 가짜라는 추산도 있다. 위안화 뿐 아니라 외환의 상당량이 그렇다는 것이다.

3개 시나리오중 ‘좋은’ 것은 일종의 ‘플리 바긴(plea bargain)’ 방식이다. 김정일 주위 사람들과 주변국들이 “이제는 때가 됐다”고 말해줘야 이뤄질 수 있다.

2번째 시나리오는 불쾌한 방식이긴 하지만, 국제사회가 국제사회의 불량배(bad players)를 다룰 때 통용해온 것이다.

3번째 방식은 희생자 숫자가 문제가 되지만, 이라크 등에서 여러차례 확인했듯 북한 같은 나라들의 군사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한 법이다. 서방에선, 특히 한국에선 북한의 군사력 선전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관건은 중국이다. 중국이 함께 걸어들어가 주면 되는데, 그 전제는 대만 문제를 중국측에 해결해 주는 것이다.

최근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측과 ‘포스트 김정일’에 대해 얘기를 시작한 것 같다. 지난 수개월간 나는 국무부와 접촉에서 이제 중국측과 ‘김정일 후의’ 한반도에 대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해왔다. 물론 한국과도 이미 대화를 진행중이어야 한다.

중국은 과거 문제(북한)의 상속이 아니라 포스트 김정일에 관심이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이 지금의 미국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외엔 다른 길은 없다.

한국이 그 역사적 과정에 통일 한국으로서 참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입지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이 이러한 전략적 사고를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20-3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일본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과 대만에 대한 방위공약에 참여하는 등 중국에 반대하는 쪽에 내기를 거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20-30년후 아시아에서 강대국간 전쟁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바라는가? 군사안보 전략적 인식을 갖고 중국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가능성을 지금부터 테이블에서 치우는 게 훨씬 합리적인 일 아닌가.

중국은 대만 문제로는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북한 문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나리오에서 북한의 핵무기 변수가 빠졌는데.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논의의 초점이 아니다. 한국도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지 않나. 궁극적으로, 중국을 북한 문제 제거에 협력토록 설득해야 하는데 북한 정권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으로 설득할 것은 아니지 않나.

북한의 핵무기 추구 자체가 정권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북한 스스로 알고 있다는 징표다. 북한은 어떻게든 잔명을 연장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현재 30, 40대인 제5, 6세대 중국 지도자들 상당수는 외국, 특히 미국에서 공부해 세련된 사고를 한다. 이들은 미중간 전략적 동맹의 논리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줄 안다. 그들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북한 때문에 위험에 처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북한 상황은 언제든 내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데, 우발적이거나 김정일의 선택에 의해 일어나도록 해선 안된다.

졸릭 부장관이 이미 4강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 개념을 중국측에 넌지시 보여줬다. 중국이 자국내 외국인투자 유입을 위협하는 것은 결국 중국 정권과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중국과 (북한 문제 해소)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인데.

▲김정일이 그렇게 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이 왜소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조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시용 자유의 꽃병에 불과하다. 피할 수 없는 결론을 늦춰보려 하겠지만, 모두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도 언젠가는 무시무시한 현실에 눈뜰 때 도덕적인 이유에서 김정일을 그대로 둘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로선 김정일에게 다른 어떤 길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그가 기괴한 자기도취증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에 관한 논의에서 언제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김정일이 있는 한 장기적 결과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제거하느냐는 방법론일 뿐이다.

–‘4강의 군사점령’이라는 표현은 한국을 배제한다는 것인가.

▲7개국 연합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솔직히, 한국에 대해선 “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고, 그래서 이런 일을 하려는데 원하면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한국에 이 문제에 관한 거부권이 없게 될 것이다. 한국측에 거부권을 주면, 그런 일을 할 수 없기 대문이다.

한국이 치를 비용을 이유로 안된다고 해도 소용없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미국과 중국, 일본이 남중국해 석유, 미사일 방어망, 대만에 대한 일본의 방위 공약 참여 등 갖가지 문제들로 인해 충돌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없어지면, 실로 많은 일이 이뤄질 수 있는 반면, 남아 있는 한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꾸 비용 얘기를 하는데, 더 크게 보라. 그동안 잃어버린 기회비용, 나중에 더 큰 싸움이 벌어져 희생될 인명, 한국의 국가로서 역할을 반신불구가 되게 할 수도 있는 부정적인 결과 등에 대해선 왜 생각하지 않는가.

한국은 많은 것을 이뤘으나 김정일과 통일 문제로 치를 비용에 대한 한국의 사고 폭이 너무 좁고 작은 것 같다.

특히 한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도덕적 견지에서 이미 비용을 치르고 있는 점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아시아에서 한류를 일으키거나 세계 경제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막 자신들의 역할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로 인해 중요한 역할의 큰 몫을 포기하고 있고, 그 역할을 몰수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정말 성장을, 성인이 되기를 원하는가. 일본과도, 유럽연합(EU)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에도, 한국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얻은 기회에서 놀라운 일을 해냈으므로 전 지구에 대한 의무가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 잠재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국민은 이 도전 과제를 떠맡을지 연기할지 결정해야 한다. 미뤄두기로 한다면 어린아이에게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겠지만…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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