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엘러,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대표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개인적으로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크리스티안 엘러(독일)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대표는 17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대(對) 북한 결의안이 채택된 직후 기자와 만나 이처럼 밝혔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엘러 대표는 “방한 때 북한 소행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직접 봤다. 어떠한 의심도 갖지 못했다”라면서도 “그러나 한국 내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나름 ‘건전한(healthy)’ 토론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관계대표단은 매년 5월 말~6월 초 휴회기간에 정례적으로 남북한을 순차 방문했으나 올해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 평양 방문이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이 때문에 북한 측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엘러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반도관계대표단 대표 자격으로는 첫 방한이었는데. 방한 성과를 말해달라.


▲두 가지를 느꼈다. 우선, 천안함 사건을 다루는데 한국 정부와 국민이 사회적 논의를 거치면서 차분하게 대응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만일 이탈리아 군함이 리비아 앞바다에서 격침됐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상황이 전개됐을지 상상해봤다.


다음으로 한국이 이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할 의사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은 물론이고 외교적,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유럽의회에서 대북 결의안이 채택됐다. 2006년 6월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4년 만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한국은 유럽연합(EU)의 중요한 파트너다. 결의안 채택은 EU의 중요한 파트너와의 연대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유럽의회에는 노선을 달리하는 여러 정파가 있는데 이번 결의안을 작성하고 채택하는 데 논쟁은 거의 없었다.


— 결의안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결의안의 메시지는 매우 명료하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자행한 북한을 규탄하고,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협력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하고 위기에 처한 북한 주민을 위한 기존의 인도주의 구호 프로그램은 지속하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주문한 게 결의안의 메시지다.


— 결의안에서 합조단의 조사 결과와 유엔 안보리 회부를 지지했다. 한국에서는 조사 결과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방한 기간에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직접 봤다. 개인적으로는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합조단 조사 결과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나로선 어떠한 의심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건전한(healthy)’ 토론으로 볼 수 있다.


— 한국 정부는 ‘선(先) 천안함 해결-후(後) 6자회담’ 입장을 견지하는 데 결의안에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 아닌가.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솔직히 우리 모두 유엔 안보리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안보리에서 결의안이든 의장성명이든 만족할 수준의 처분이 있으면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본다.


그리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 추구는 절대 명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 채택된 결의안에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고 한국 정부의 천안함-6자회담 연계 입장과 배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


— 유엔 안보리에서 만족할 수준의 처분이 있으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 결의안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달라는 의미다. 천안함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라고 촉구했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북한과의 양자관계도 중요하지만,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이 지역의 긴장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이란 제재안에는 찬성하지 않았는가. 이란의 핵무장이 중동지역 안정을 해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동북아 지역 안정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