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거물급 주한美대사 내정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 버시바우 주한美대사 내정자 (사진:연합)

지금 우리 외교가는 주한 미 대사 내정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버시바우(Alexander Vershbow) 현 러시아 대사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떠난 후 현재 주한 미 대사직은 2개월 여째 자리가 비어 있다.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등을 고려하면 버시바우 내정자의 부임 시기가 관심의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버시바우 내정자는 러시아와 유럽안보문제 전문가이자, 역대 주한대사 중 가장 거물급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조차 버시바우 대사가 주한 대사직에 내정되었다는 소식에 놀라고 있다. 그만큼 파격적이라는 이야기다.

버시바우 내정자가 미국 외교정책의 전통적인 주요 포스트인 유럽 나토 대사를 지냈고 현직 러시아 대사라는 사실은 향후 북핵문제를 포함한 북한과 한반도 문제가 그만큼 미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특히 버시바우 내정자는 지난 2003년 3월 러시아 사회과학원에서 “미국의 이라크전 교훈은 또 다른 무력사용을 피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의 핵확산 문제를 다룰 더 좋은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론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새로운 방법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이라크전과 같이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감행한 전쟁의 방법 외에 다른 무엇을 추구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특히 그가 러시아 전문가라는 사실과, 현 미 국무부의 라이스 장관, 로버트 졸릭 부장관 등이 모두 러시아와 동구 체제전환에 관여했다는 점은 향후 북한문제 및 동북아 질서 재편과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80년대 말 미 국무부 소련과장 출신

버시바우 내정자는 1998년 1월부터 주러시아 대사를 맡기 직전인 2001년 7월까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대사로 재직하며 대량살상무기와 유럽의 안보재편에 깊이 관여했으며, 탈냉전 이후 나토의 동유럽 확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6월 나토와 러시아의 국방장관급 상설위원회 창설을 주도한 공로로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으로부터 우수외교관상(Distingished Service Award)을 받기도 했다.

1994~97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대통령 특별 보좌관 겸 유럽담당 선임국장으로 재직하며 구유고 내전 이후의 지역 내 각종 갈등 문제, 미-유럽 관계 등에서도 능력을 발휘해 윌리엄 코언 당시 국방장관으로부터 ‘조셉 J. 크루젤 평화상’을 받은 적도 있다.

당시 리처드 홀부르크 보스니아 담당 특사 보좌관으로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한 데이턴 평화협상에 관여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시바우 내정자는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인 80년대 말 국무부 소련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양국 정상회담 및 각료급 회담 등을 이끌었으며, 1990년 구소련으로부터 유태인들이 이주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로 ‘구소련 유태인연합회’로부터 아나톨리 샤란스키(Anatoly Sharansky) 자유상을 받았다.

미국 보스톤 출신인 그는 예일대에서 러시아어와 동유럽 문제를 전공했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77년부터 국무부에 들어가 주로 러시아와 영국 등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다.

성신여대 김영호 교수는 “주한 미 대사에 내정돼 있는 버시바우 주러시아 대사는 한국에 임명된 주한 대사 중 최고 거물급 인사”라며 “그만큼 미국이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ㆍ동북아 질서에 대한 중요성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