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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지난 11일 ‘북한은 조사대상이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인권위가 이러한 편향된 입장표명을 한 것은 전원위원회 과반수의 인권위원이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 주요 정책은 인권위원 11인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인권위 한 상임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전원위원회 구성 자체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다양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진행해도 인권위의 주요정책을 결정짓는 전원위원회 구성원들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 입장변화가 어렵다는 것.
인권위는 2003년 북한인권 전담팀을 꾸리고 북한인권 실태파악에 나섰고, 지난해 12월에는 인권위원 5명으로 구성된 ‘북한인권특위’를 구성해 20여 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다. 북한인권에 대한 실태조사, 심포지엄, 수십 차례의 내부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침묵’을 선택한 것은 ‘북한인권 무관심파’의 인해전술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흐르자 정치권과 인권위 내부에서 조차 인권위원 선정 인사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 인사 제도 근본적으로 바꿔야=전원위원회는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인권위원들은 북한 인권문제 등 주요사안에 대한 권고 내용과 수위를 결정한다. 인권위원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여당에서 과반수 이상의 인권위원들을 선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비롯해 4명, 국회에서 4명, 법무부 장관이 3명을 선임한다.
국회 4명중에 여당이 선임할 수 있는 인권위원이 2명이므로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여당이 과반수의 인권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현재 인권위원 중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 4명을 선임했고 열린우리당이 2명을 선임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인권위원은 북한 인권문제와 같이 여야나 정치색에 따라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경우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만약 정부와 여당의 눈 밖에 날 경우 임기 이후 재선임 받기 어려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추천으로 임명된 일부 위원들은 노골적인 친북성향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와대의 인력풀 자체가 좁은 데다 대부분 운동권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인권위원 인사에도 들어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김재경 한나라당이 공개한 전원위 회의록에 의하면 한나라당과 법무부장관 추전으로 임명된 인권위원을 뺀 나머지 위원들은 하나같이 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입장표명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인권위 A위원은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이 6명을 선임할 수 있는 인권위원 인사 제도 자체가 잘못 된 것”이라면서 “현 인사 제도는 다양성이 반영된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A위원은 “전원위원회에 과반수 이상의 인권위원들이 한쪽으로 치우친 성향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 여당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 뿐만 아니라 다른 위원들도 진보성향을 보이고 있어 의사 결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여당의 추천으로 임명된 인권위원은 철저하게 진보·좌파 코드인데다가, 법무부 장관과 한나라당이 추천한 위원조차 진보적 성향을 띄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통령은 코드에 맞는 2명의 목사를 지목했는데 이는 인사에 대해 ABC도 모르는 것”이라면서 “이는 다양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인권위를 자신의 코드에 맞추려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도 “대통령이 인권위원장을 포함해 4명의 인권위원을 임명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봤을 때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권위원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정부∙여당이 과반수의 인권위원을 임명하다 보니 정치화 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름 | 추 천 | 직 책 | 주 요 경 력 |
안경환 | 대통령 | 위원장 |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
김호준 | 한나라당 | 상임위원 | 동북아 평화연대 이사 |
최영애 | 열린우리당 | 상임위원 | 인권위 사무총장 |
정강자 | 대통령 | 상임위원 |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
신혜수 | 한나라당 | 비상임위원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
최금숙 | 대법원장 | 비상임위원 | 이화여대 법대 교수 |
정인섭 | 대법원장 | 비상임위원 |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현) |
이해학 | 대통령 | 비상임위원 |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
원형은 | 대통령 | 비상임위원 | 615공동선언 부산실천연대 대표 |
김태훈 | 대법원장 | 비상임위원 |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현) |
윤기원 | 열린우리당 | 비상임위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
▲ 국가인권위원 주요 경력 |
◆과반수 인권위원 진보단체 활동 경력 있어=진보적인 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는 상당수의 인권위원들이 정치적 성향을 앞세워 북한인권문제에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의 추천으로 임명된 인권위원 6명은 진보성향의 단체에서 활동한 바 있다.
대다수의 인권위원들은 진보성향의 단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대표적 진보단체로 꼽히는 참여연대를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민족민주연합, 6∙15공동선언 실천연대 등에서 요직을 맡았던 위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역대 위원장만 보더라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김창국,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은 각각 민변 간부와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 안경환 위원장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은 이해학 위원으로, 그는 친북성향의 최고봉이었던 전민련(전국연합의 전신) 조국통일위원장과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중책을 맡은 바 있다. 전민련과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는 친북적 성향 단체의 대표격이며,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는 송두율 교수 석방 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지난 9월에 공개된 회의록에서 북한의 공개처형에 대해 “남쪽에서도 인혁당 처형이나 5.18 광주 학살 등 많은 인권탄압이 있었다. 처형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했느냐, 비공개로 했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해 북한사회의 실정에 대해 무지를 드러냈다.
원형은 비상임위원은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을 해왔고 재야(在野)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원 위원은 부산 인권운동의 대부로 부산인권센터 공동대표, 6∙15공동선언 부산실천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최영애, 정강자 상임위원과 신혜수 비상임위원은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해온 전통 여성운동가다. 최 위원은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개설한 인물로 성폭력 특별법 제정에 큰 역할을 했다.
정 위원은 한국여성단체연합 노동위원장,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신 위원은 교회여성인연합회 등 1970년대부터 여성운동을 해온 베테랑 운동가다.
사무처의 별정∙계약직도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인권위 직원은 190여명 가운데 별정·계약직은 55명(28.8%)이다. 별정·계약직의 상당수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충원하고 있다.
사무처는 시민단체 활동경력 5년 이상이면 5급, 15년 이상이면 2급으로 특채하고 있다. 일반 공무원의 진급 과정에 비교하면 엄청난 특혜인 셈이다.
제 교수는 “상당수의 인권위원들은 진보적인 시민단체에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인권을 바라보는데 자신의 성향에 따라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 개최해야”=이와 함께 인권위원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선임되는 4명의 인권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선임이 되면 특별한 검증절차 없이 임명된다.
국회 추천인사는 그나마 여야 의원들의 표결을 거쳐 검증과 대표성을 인정받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최소한의 도덕적 하자를 검증할 수 있는 절차도 없다.
결국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개인적 판단 과정만을 거친 채 인권위를 책임질 위원이 뽑히게 되는 셈이다.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의 정치적 계산이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국가 인권위의 방향이 결정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대통령이 선임한 인권위원들의 자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오랫동안 재야 운동을 해온 인물들이 집중되어 있어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북한인권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지적이다.
2003년 인권위원을 지낸 바 있는 곽노현 현 인권위 사무총장은 당시 사퇴의 변에서 “인권위는 초기부터 위원장의 감수성 및 지도력 부족과 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내외적으로 다방면의 불협화음을 키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었다.
그는 “인권위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인권단체가 소외되는 것은 물론 인권위원들마저 배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위원은 “국가인권위원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을 비롯해 다른 위원들의 자질에 대한 검증 절차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위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같은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만호 경북대 교수도 “위원들은 교수나 재야운동가 출신으로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지식이 있을 수 있지만, 인권 전반에 대해서는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것 같다”며 “자신들이 하는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한마디로 무지의 소지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