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교수] “北 정권교체, 美中 대타협 가능하다”

최근 한∙미 관계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논란의 핵심에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동북아 균형자론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국동맹의 핵심축인 군사분야에서 파열음이 들린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략예비물자(WRSA) 프로그램 폐기를 재차 확인한 데 이어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작전계획 5029 추진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략예비물자는 전시상황을 대비한 무기와 탄약을 비축하는 프로그램. 작전계획 5029 또한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군사적 대응조치다.

한국은 EU(유럽연합)가 주도한 제61차 유엔인권위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다. 북핵문제에서도 중간자, 특수지위를 내세워 접근 방법에서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중국 입장으로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20일 정부 여당은 북핵문제 유엔 안보리 회부 및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 대북제재 국면에 돌입하게 되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마치 한국과 미국이 제 갈길 가기로 정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일부에서는 한미동맹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변화의 지향점과 대안은 무엇인가? 정부는 한미동맹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하지만 미국 조야의 시각은 냉담하다.

북핵이라는 난제(難題)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해져 동북아는 외교적 교착 상태에 빠져든 분위기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국의 공조가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혼미해지고 있다.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갈 해법은 무엇인가? <데일리엔케이>는 국내 외교안보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소장 학자들을 만나 그 해답을 구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에는 그 세 번째로 이정훈(李政勳)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한미관계와 동북아 안보문제를 연구해 온 국내 대표적인 소장 학자 중 한 명이다.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미관계와 표류하는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들어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마다 평가가 다르다. 노 대통령이 균형자론을 내세운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외교안보 정책을 직접 담당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배경을 정확히 추론하기는 힘들다.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노 대통령이 먼저 균형자론을 제시했다.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균형자론을 설명하면서 ‘남방 3각동맹 탈피’를 추가적으로 언급했다. 두 개의 다른 소스로부터 나온 것이 집합이 되면서 하나의 정부 정책, 동북아 균형자 독트린(Doctrine)으로 거론됐다.

정부 핵심인사들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적대시하는 것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가 됐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입지는 매우 크다.

균형자론은 미∙중 갈등 구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겪게 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한국이 미국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균형자’로 표현한 것 같다. 표현만 다를 뿐이다. 결국 미국이 앞으로 중국과 획을 긋는 경우가 발행한다면 어느 편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은 일본과의 관계문제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일 동맹에는 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름대로 독립노선을 걷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의 동맹을 깨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탈피하려는 일환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균형자론은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어느 한 국가의 이니셔티브만 좇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접근과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고 있는 동맹관계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이론이나 정책을 전환을 하는 데는 대안이 필요하다. 한미동맹 관계를 벗어나 독립적으로 설 대안이 있는가. 스위스처럼 어느 누구와도 동맹을 맺지 않고, 어느 누구와도 적대관계를 맺지 않으면서 그 누구도 침략 할 수 없을 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가? 우리가 그만한 국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아직 우리는 그런 단계라고 볼 수 없다.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리가 중간자로서 역할, 균형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안보동맹에서 탈피, 새로운 안보체계로 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당연히 국민적 우려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안보체계의 수정을 원한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은 지난 50년간 우리 안보를 굳건히 지켜줬다. 그렇다면 향후 50년간 우리의 국토방위를 대체할 세력이 존재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가. 결코 그건 아니다. 최근 논란을 빚은 동북공정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도 있지 않은가.

미국에게도 일방주의적인 부분이 있다. 당연히 존재한다. 미국이 헤쳐가는 전략에 우리가100% 동의할 필요는 없다. 실제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미국은 한국에 영토적 야심이 없으면서도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지난 50년간 매우 큰 도움이 됐다.

대안이 없는 안보체계 전환은 위험한 발상

▲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잃을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확률이 없지 않다”

미국의 뒷받침이 없을 때 한국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은 주변국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미세력이 미국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를 보자. 어떤 급의 대사를 보내는가를 보면 상대 국가가 우리를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보내는 거물급 인사에 대비했을 때 훨씬 더 못 미치는 사람을 보내고 있다. 동맹의 힘이 뒷받침하고 있지 않을 경우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이라는 기존 체계를 탈바꿈할 시도로 보인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겠는가.

이러한 정책이 결국 미국의 신뢰를 잃을 경우에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확률이 없지 않다.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은 바로 지상군이 담당하고 있다. 주한미군 지상군이 철수했을 경우 우리의 대안이 뭐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 상황은 정부 주장처럼 그리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한•미 군사동맹이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는가.

최근 한•미 간에 분담금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미국 측이 작년에 요구한 것은 전체 방위비의 75%였다. 우리가 제의한 것은 52%였다. 일본은 90% 수준이다. 우리는 결국 미국의 주장에 수긍하지 않고 지난해에 비해 8.9% 낮춰서 6천 800억 원으로 잠정 합의했다. 그 여파로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1,000명을 해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어떻게든 75%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비용분담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비용을 줄여서 총액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두 번째 징조는 미국이 전쟁예비물자(WRSA-K)를 폐기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물론 한국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미국은 무기와 탄약을 주한미군이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관련 물자를 인색하게 사들인다고 보고 있다.

전시상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 조, 수 십조 원 상당의 물자를 비축을 해야 한다. 과연 그런 예산이 우리에게 있는가. 미국이 재고탄약을 정리했을 경우, 우리의 전시상황 준비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수 조 내지는 수 십조를 투자해야 한다. 과연 100% 보충이 가능하겠는가. 결국, 한국은 전시 준비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면서도 전쟁예비물자를 정리하겠다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한•미 양국이 국토 방위와 정치적 협력에서 동맹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내 특히 의회에서 한국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적이 누군지 분명히 하라”고까지 이야기 했다. 미국 의회가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문제로 인해 우리 안보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미국 의회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미국 의회의 한국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문제

동맹관계의 대안이 서기 전까지는 동맹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기존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은 불필요한 것이다. 뭐하러 말로 건드리는가. 그리고 나서 한미동맹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동맹을 당연한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미 간 갈등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고, 조만간 미국은 한반도정책 수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조야(朝野)는 한국의 균형자론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미•중 모두와 거리를 두고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방 3각동맹 탈피 주장은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중국, 러시아, 북한과 가까이 지내겠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6자회담에서도 미국 입장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에 치우쳐 있는 부분이 있다. 한국이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과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는 우려를 미국은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북관을 압축한다면

김정일의 독재 통치와 핵무기 개발이 수년간 진행되어 오면서 미국의 대북관은 더욱 강경하게 변화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테러와의 전쟁 일환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상황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은 테러리스트에게 핵을 수출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거시적인 반(反)테러 정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반도 내부적인 시각으로만 보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미 갈등의 원인이 북한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갈등의 축에는 바로 북한이 있다. 한-미 간에 공간이 생기는 핵심적인 원인은 한국의 대북정책에서 나온다. 국내문제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 정권이 바뀐다고 동맹 간에 이견이 생기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점점 신뢰의 문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은 최근 들어 한국 정부와는 기본 세계관이 다르다는 식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하는 것 같다. 조만간 여기에 맞춰서 대북정책을 포함한 한반도 정책 수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美 부시 행정부, 군사적 수단 검토하지 않고 있어

-부시 정부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당분간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이 현 상황에서 당장 북한의 민주화를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을 치루고 나서 민주화가 가능했다.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 또한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현재는 거의 없다고 본다.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테러 가능성 물질을 제3세계에 넘기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미국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실질적인 레드라인(red line)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쉽게 군사적 수단을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언급을 몇 차례했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한미동맹에 이상이 없고,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이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필리핀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반미시위가 진행되고, 기지 사용료 문제가 불거지니까 결국 미국은 손을 털고 나왔다. 당시 필리핀 내에서는 미국이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결국 철수 결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필리핀은 정치•경제적으로 입지가 크게 저하됐다. 국익 손실이 따른 것이다. 이제 와서 필리핀은 미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필리핀은 시행착오가 있어도 다시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북한이라는 필연적인 상대가 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북한 핵문제가 현안이다. 6자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주변국의 북한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협상이라는 것은 유효한 수단이 있어야 한다.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가 아쉬워하는 점을 지렛대로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협상이 되는 것이다. 북한처럼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는 더욱 이러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10년 동안 국제사회가 우호적인 방법으로 노력해왔는데도 북한은 반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경제가 파산상태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통한 경제지원을 협상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수단을 강구해야만 북핵 문제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한국만 협조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그렇다 하더라도 동맹국인 한국이 대북 접근방법에서 미국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에 미국은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몇 가지 조건이 따라줘야 한다. 6자회담을 통해서 해결하려면, 중국과 한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나머지 5개 국가가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에 강한 시그널(신호)을 전달해야 되는데 지금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은 현재 자신이 핵을 굳이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당근만 들어오는데 포기할 이유가 있겠는가. 한미동맹은 균열이 생기고, 반일감정으로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은 계속 자신의 협상력만 높이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현재 상황이 매우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美, 북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도 있어

▲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되 핵무기나 핵물질을 제3국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에 주력하는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정리할 수도 있다”

-협상으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결국에는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게 될 것이다.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를 강화하는 것도 시도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이 의외로 북한 핵을 인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가능성은 있다.

-미국이 북한 핵을 인정한다는 것은 핵 보유국으로 승인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국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할 수도 있다. 직접 들어가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핵무기나 물질이 제3국으로 떠나는 것만 방지하는 조치(현재 수준에서 핵 동결 등)를 취할 수 있다. 즉, 봉쇄에 주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북한이 핵물질을 제3국으로 넘길 경우에는 군사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분명한 레드라인을 통보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미군은 더 이상 한반도에 연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철수 내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 정책노선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계속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해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미국이 지금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까지 갈 각오”

-북한은 핵문제를 안보리까지 가져갈 각오를 하고 있는가.

그럴 것이다. 북한은 안보리까지 갈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상정을 전쟁선포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은 전쟁을 결코 각오할 수가 없다.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정권 붕괴 리스크를 최대로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정권 담당자들에게 위협이 오면 그들은 테이블로 나온다. 그들은 정권유지가 목적이다. 따라서 김정일을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면 과감해져야 한다.

-한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가.

한국이 제재에 참여하려고 했으면 진작 했을 것이다. 미국은 저강도 제재를 이미 시작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PSI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제네바에서 진행된 북한인권결의안도 결국 기권했다. 민족공조만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떨어질 경우에는 우리도 북한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기대하는 것은?

같이 손잡고 나가는 것이다.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향하고 있다. 후진타오도 올림픽과 엑스포를 앞두고 있다. 후진타오도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은 중국의 걸림돌이다. 중국은 매우 현실적이다. 미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중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제3세계의 챔피언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일정하게 경계해왔다. 또한 북한은 같은 진영의 동맹국이다. 그리고 이 지역 질서가 어떤 식으로 번져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주도권을 가지려고 한다. 중장기적인 전략차원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美∙中 김정일 정권 교체 대타협 가능

▲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이정훈 교수

-미국과 중국이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는가.

대만문제와 연계되면 ‘빅딜’이 성사될 수 있다.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한 미•중 간의 긴밀한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 중국은 비핵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체제는 유지하되 정권은 바꾸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더라도 비핵화만 달성되면 미국은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친중(親中) 정권의 성격은?

친중 정권은 군부를 의미한다. 중국은 김정일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反)김정일 군부 세력에게 물밑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한 개연성은 충분하다. 조건이 되면 중국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옳은가.

노무현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싶다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이 선을 넘어서면 우리는 이렇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경제제재나 PSI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럴 때만이 북한도 압력을 느끼고 협상에도 참여할 것이다. 불이익이 오지 않으면 왜 협의를 하고 협상을 진행하겠는가.

우리는 현재 북한에 인센티브 제공만 밝히고 있다. 이제는 시간대별로, 단계별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대북제재에 참여하겠다는 구체적인 입장도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 북핵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큰 어려움에 닥칠 것이다.

인터뷰/정리=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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