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러시아를 통한 탈북 점점 어렵다

2004년 11월 러시아정부는 북한 측과 2,000명 규모의 벌목공 파견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서 러시아정부가 첫 번째로 요구한 것은 파견된 노동자들의 이탈 방지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는 같은 해 10월 45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이탈, 수백 마일 떨어진 반도인 캄챠카(Kamchatka)에서 제3국으로의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되는 등 최근 러시아를 통한 탈북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러시아를 통한 탈북 증가추세

원래 구 소련시절에는 북한과 소련이 체결한 ‘조-소 비밀의정서’에 의해 북한측은 언제든 소련에 있는 북한인에 대한 강제송환을 요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를 통해 탈북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1993년 러시아 최고의회 인권위원회가 이 의정서를 불법화시킴에 따라 강제송환이 줄어들었고 뒤이어 북한에 식량난이 닥침에 따라 러시아를 통한 탈북도 증가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정부는 탈북자에 비해 중국보다는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탈북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 러시아의 변방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연해주에 국한되어있었고, 탈북자들은 불법체류자의 신분이어서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이 꺼려하는 열악한 조건 하에서의 노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일부 러시아 내 탈북자들이 러시아로부터 난민지위를 부여받아 한국 또는 제3국으로 입국하였다.

러시아 당국은 단속 강화에 나서

이처럼 탈북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러시아 당국이 최근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탈북자 수의 급격한 증가이다. 파견 노동자로 러시아에 입국했다가 작업장을 이탈하는 탈북자는 물론이고, 중국 내의 탈북자들도 러시아에서는 난민지위를 획득하거나 최소한 제3국으로의 밀항이 용이하다는 소문을 듣고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탈북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탈북자가 집중되는 연해주나 아무르 강 유역 등의 지역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당국에서는 북한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에 의거하여 탈북자에 대해 실질적인 강제송환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러시아인들의 민족적인 감정이다. 원래 연해주 지역은 일제의 조선인 강제 이주로 인해 흔히 고려인으로 불리는 한국계 러시아인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곳이다. 거기에 최근 탈북자들이 대량으로 유입됨에 따라 러시아인들의 민족적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체제 불안으로 붕괴 조짐을 보임에 따라 북한이 붕괴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북한인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생각이 그러한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불안감이 적대감으로 나타난 사례가 있다.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는 백인우월주의 성향을 가진 5명의 10대 러시아 소년들이 북한 노동자 집단 두 곳을 공격하여, 한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있었다.

세 번째로는, 러시아 중앙 정부의 통제력 약화이다.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와 탈북자들의 주 집결지인 연해주는 광활한 러시아 영토를 사이에 두고 거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블라디보스톡 시 방위대와 연해주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군 당국은 혹시 있을지 모를 탈북자 대량 유입사태에 대비해, 북한인들이 해안을 넘어오는 것을 저지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대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이것에 그치지 않고 올해에는 아예 블라디보스톡에 영사관을 설치해, 탈북자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한국 정부는 개입을 회피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단속 강화와 러시아인들의 민족적 반감, 북한 당국의 통제력 강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탈북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한국 영사관을 찾아보지만 한국 영사관에서는 탈북자들을 수용하기는커녕 개입 자체를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러시아에 있는 탈북자들을 더욱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김인희 대학생 인턴기자(고려대 행정학과 4년) ki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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