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두 노인, 치매로 딸.아내 못 알아봐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16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가족 상봉에서는 치매 증세가 악화돼 평생을 그리워했던 혈육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고령 상봉자가 잇따라 나왔다.

이번 상봉 행사 참가자 중 최고령자인 김 탁(98)씨는 1951년 1.4 후퇴 당시 “2~3일만 피하자”며 당시 19살이던 아들 덕근(70)씨만 데리고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가족과 56년 동안 이별해야 했다.

김씨는 그러나 3년 전 찾아온 치매 증세가 악화하면서 이날 상봉장에 나온 딸 정매(67)씨를 알아보지 못했다.

김씨와 함께 상봉장에 온 아들 덕근씨는 여동생과 만나 “2~3일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줄 알았는데 50년 넘게 이별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1951년 황해도를 떠나 남쪽으로 건너왔던 이상환(85)씨도 최근 심해진 치매 증세로 인해 상봉장에 나온 부인 엄영순(83)씨와 딸 경희(56)씨, 동생 만근(66).금섬(62.여)씨를 알아보지 못해 북측 가족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씨는 상봉 행사에 동반 가족 없이 혼자 참석해 북측 가족들이 “기억력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혼자 나오게 됐냐”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씨는 남측에서 결혼해 2남4녀를 뒀다.

0…1.4 후퇴 당시 남쪽으로 내려온 신회자(85.여)씨는 56년 전 헤어졌던 두 딸이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하고 할머니가 된 모습을 보고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강제 징용을 피하려는 남편과 함께 고향인 함경북도 성진시를 떠났던 신씨가 당시 네딸 중 막내만 데리고 가려는 채비를 했으나 9살이던 큰딸 장성옥(65)씨가 “셋째도 데리고 가라”며 동생을 챙겼다고.

신씨는 상봉장에서 성옥씨와 둘째딸 성숙(60)씨의 손을 잡고 “혹시 꿈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되뇌면서도 “동생을 챙기던 성옥이의 모습을 56년 동안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울먹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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