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열 교수] “김정일, 美방송 전격인터뷰 가능성”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여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17∼18일 워싱턴에서는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 전망’ 세미나가 개최된다.

이번 세미나에는 미국 측에서 짐 리치 하원 아태소위원장, 조지프 디트라니 북핵 특사,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국장 등이 참가하고, 한국 측에서는 유재건 국회 국방위원장과 박진 한나라당 의원, 조태용 외교 통상부 북핵기획단장, 유호열 고려대 북한연구소장 등이 참가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미 동맹의 미래와 북핵 문제의 해법에 관해 양국 관계자들 간의 심층적인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미나에 한국 측 북한 전문가로 참가하는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를 14일 만났다. 그로부터 이번 세미나의 의미와 북핵 해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이번 세미나의 의미가 남다른데.

전반적으로 한미동맹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새로운 전략환경 변화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를 주로 논의할 것이다. 핵문제는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질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미가 협력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공개적인 회의이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할 생각이다.

-세미나를 공동 주최하는 미 국제전략문제(CSIS) 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

국방, 안보 문제를 다루는 민간연구소다. 특히 동아시아 문제에 정통하다. 그동안 한국의 안보문제에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 윌리엄 테일러(현 고문)가 부소장을 할 당시에는 북한에 가서 김일성도 만났다. 과거에도 한국과 공동으로 국방, 안보 분야 회의를 개최하고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해왔다.

북한, 체제안전보장책으로 핵무기 개발

-세미나에서 유 교수가 발표할 내용은.

핵 위기를 지속하는 북한의 내적인 요인들에 대한 것이다. 북한은 개혁과 발전을 요구받는 과정에서 체제 유지 수단으로 핵을 보유하려고 한다. 북한 사회가 변화에 직면하고, 외부적으로 중국식 개방, 인권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확실한 안전 보장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내부 논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남북 차관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가.

관련국가들 간에 대화는 할 것이다. 미-북 접촉도 예상할 수 있고 남북대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협상 전망이 어둡다. 당국자 회담도 당장 비료가 급하니까 북한이 회담장에 나올 수 있지만, 핵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미-북 접촉은 연락창구 정도로 보면 된다. 미-북이 이것까지 닫지는 않겠지만, 구체적인 사안까지 협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국면에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미국은 북한 정권이 만족할 정도로 명분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실 제공하기도 어렵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명백해졌다. 이제 6자회담은 핵을 폐기할 것인지, 일정부분 놔둘 것인지, 더 위험한 상황으로 가지 않으려는 단계인지에 대한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핵실험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김정일의 멘탈리티(사고방식)면 충분히 가능하다. 체제, 정권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할 가능성이 더 많다. 중국이 반대하고 있고 상황 악화가 뻔하기 때문에 북한이 아직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당 창건 60돌 전에 핵실험 가능성

-만약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으로 보는가.

올해가 노동당 창건(10•10) 60돌이다. 북한에서는 매우 큰 기념일이 된다. 8월에 재처리를 시도하고 노동당 창건 기념일 전인 9월에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핵실험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 아닌가.

핵실험을 해도 당장 미국이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위기가 고조되겠지만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다. 과거에는 재처리 시설을 폭격하면 됐지만, 핵무기는 어디에 숨겼는지 알 수가 없다. 경제제재나 압박 수단이 동원될 것이다. 핵 물질 유출은 분명한 레드라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핵실험은 레드라인으로 보기 어렵다.

-김정일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나올 가능성은 없는가.

미 ABC 방송 취재진이 지난 10일 방북, 평양에서 취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방송에서 김정일이 전격적으로 인터뷰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카다피가 이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외부 세계에 합리적인 인상을 남겼다. 김정일에게도 그런 욕심이 있을 수 있다.

한국 정부, 북핵 대처 시기 너무 늦었다

-미국은 이미 다른 선택사항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게 한다는 것 외에는 상황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바뀌려면 큰 내부적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큰 문제가 없다. 이라크 문제의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북한에게)섣불리 양보할 수도 없고 양보할 이유도 없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자세는 적절하다고 보는가.

미국이 내세우는 큰 원칙은 올바르다. 김정일을 보는 시각이나, 핵문제 해결 방식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술적으로는 유연성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은가. 김정일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좋지 않다. 미국이 김정일을 욕하는데 북한 내부에서 대화 주장을 하기 어렵다. 미국이 북한을 필요 없이 자극하는 것처럼 보이면 한국 정부도 위축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금 뭘 해야 하나?

시기적으로 늦었다. 핵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미국과 공조를 했어야 했다. 비핵화 위반이며 한반도 불안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했으면 미국이 좀더 한국의 입장을 존중했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제치고 중국을 존중해버렸다.

인터뷰/정리=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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