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희인터뷰]“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공약대로만 해라”

“李 당선자 공약대로만 하면 된다.”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사진)은 이명박 정부의 향후 대북정책에 대해 간단히 코멘트했다.

4일 오전 강남의 개인사무실에서 기자와 마주 앉은 유 이사장은 이번 대선을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잃어버린 1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그에게서 김정일과 북한, 북한인권운동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유 이사장은 지난 햇볕정책 10년의 세월을 ‘북한 당국자들에게 부정적인 학습효과를 심어준 시간’으로 평가한다. 새정부에서는 잘못된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북한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시각으로 한국을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국도 정치 지도자나 정부가 결심하면 국민들이 따라가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의 정파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대북정책을 활용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한국정부를 향해)큰소리 치면 통한다’는 경험을 체득하게 됐다.

결국 남북경협 문제 같은 하위 의제를 다루는 회담에서도 북한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왔다. 북핵문제나 인권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북한 당국은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 등장에 대한 공식 반응을 유보하고 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유 이사장에 따르면 김정일은 지금 향후 이명박 정부와의 5년에 대해 ‘암중모색’ 중이다.

“이번 대선 결과는 김정일이 권좌에 앉아 처음으로 한국 정치의 특징에 대해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자기 공약대로 대북정책을 구사하면 된다. 한국 정치에서 공약이란 국민과의 약속이며, 정치지도자에게 ‘공약’이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김정일) 자신이 결코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해야 한다.”

중소문제 전문가로 활동해온 유 이사장은 향후 북중관계에 대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 4세대에 들어서 북-중 혈맹관계가 약화됐고, 5세대까지 넘어가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한국정부가 대중관계를 잘 유지해야 북한 문제 해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세희 이사장 인터뷰 全文]

-북한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역사적 전환의 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북한인민들의 인권향상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 제일 바람직한 경우의 수는 북한이 개방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김정일 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이 정권유지를 위해 개혁개방을 계속 거부한다면 역설적으로 붕괴 가능성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이다.

햇볕정책처럼 북한을 도와주면 스스로 개방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공상에 불과하다. 지난 10년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실은 충분히 입증됐다. 외부사회가 김정일 정권을 도와주면 도와줄수록 김정일은 과거로 회귀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북한 당국은 배급제가 안 될 정도로 경제가 어려울 때는 북한 주민들의 장마당 이용을 눈감아 주었다. 그러나 외부의 원조로 형편이 나아지면서 다시 배급제 복귀를 시도하고 시장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구 소련이나 중국도 안보나 경제분야에서 북한을 도와주면 북한이 자신들의 생각처럼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왔지만, 핵문제나 개방문제 등 그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무조건적인 지원만 가지고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경험한 것이다. 이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 당선자가 핵문제, 인권문제와 연계해서 대북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금 김정일은 그동안 자신들의 대남정책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이명박 정부를 상대할 해법을 찾고 있을 것이다.

일단 햇볕정책 세력이 왜 대선에서 패배했는지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김정일이 곧장 새정부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당분간 김정일은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다. 협박이 필요하면 협박을 하고, 떼쓰기가 필요하면 떼를 쓸 것이다. 이럴 때 이명박 정부가 동요하면 안 된다.

김정일에게 ‘이명박은 자기 공약대로 정치하는 사람이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실용주의가 필요에 따라 대북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면 북한에게 또 다시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집권 초반에 이명박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우선 한미관계를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한미관계의 복원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한미관계의 복원은 핵무기를 통한 협박과 ‘우리민족끼리’를 통한 대남 선전효과에 대한 김정일의 착각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구체적인 정책 추진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안보다. 안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국민이 안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비난 받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대북정책에서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의 대북지원 사업의 액수와 내용에 대해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인권단체의 수장으로써 새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 많을 것 같다.

우선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와 6.25 납북자, 전후 납북자 모두를 한사람도 빼놓지 않고 한국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 이런 문제를 북핵 문제나 남북관계의 하위 의제로 전락시키면 안 된다.

북한인권정책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우선 국내법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데, 하루빨리 법제화 시켜야 한다.

아울러 정부에 북한의 인권 담당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때 북한 인권담당 부서를 만들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에 없어졌다.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문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북한인권특위를 설치해서 북한인권단체와 연계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른바 투트랙(two-track)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가 해야 할 일과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화롭게 분담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기구와 국제인권단체까지 힘을 모으면, 포트랙(four-track) 정책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이제 우리 인권단체들도 더욱 속도를 내서 행동할 것이다.

-탈북자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한국 내 탈북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단순한 경제지원을 뛰어넘어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에게 여기가 내 나라라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해야 한다. 이러한 재사회화(resocialization) 과정에 큰 관심을 둬야 한다. 정부와 함께 민간단체와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중국을 비롯해 해외를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대책도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1990년대 말부터 많은 전문가들과 NGO들이 직접 탈북자를 구조하고 다양한 대책도 제시했다. 해외 탈북자의 숫자와 실태에 대한 재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응에 정치적 부담이 있다면 정부가 민간단체들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북한 인권단체들도 새정부 출범에 맞춰 정책 건의서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얼마 전 북한 인권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새정부에 제출한 인권문제 건의서를 만들었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앞으로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만들어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국내외 단체들과 함께 공동 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를 향한 정책제언뿐만 아니라 대국민 교육 홍보 활동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사실 그동안 북한인권문제, 북핵문제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러한 의제들이 자신들의 일상과 매우 멀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이 경제에 쏠려있지만, 북한 문제의 시급성도 인식해야 한다.

과거 정권은 북한 인권문제는 정부가 도맡아서 할 일이고, 북한을 도와주면 점차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국민들을 오도했다. 10년 동안 정부가 홍보해온 이러한 내용을 단 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북한인권문제에 보다 더 관심을 쏟는다면 김정일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펼치는 대남심리전의 대상은 한국 국민이다. 만약에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비판하고 나선다면 자신의 대남심리전의 대상인 한국 국민들에 겁을 낼 수밖에 없다.

국민 의식의 변화가 북한 내부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국민 홍보는 본질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북한 인권단체들이 ‘이슈 제기’ 수준을 넘어 정부와 함께 정책 파트너가 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리는 북한 인권운동을 상시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전국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인식을 갖고 있다. 그동안 여러 NGO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그 숫자와 규모가 너무 작다.

2005년 4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열렸을 때, 북한인권운동 진영에서는 20여명이 참여했다. 당시 벨기에 행사장에서는 북한 인권운동을 반대하는 친북세력이 60~70명 규모로 결집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만드는 이유도 북한 인권운동 진영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합치기 위해서다.

전국조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이 많다. 북한인권운동이 우리 국민에게 물질적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오직 이성과 도덕성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갈수록 대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북한인권학생연대가 각 대학에서 조금씩 퍼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못하고 있는 전국화 사업을 대학생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중국, 소련을 비롯한 공산국가를 연구했던 전문가로서 향후 북중 관계를 전망한다면.

그동안 중국이 북한에 중요한 후견자 노릇을 해온 측면이 있었으나 최근에 와서 중국도 북한의 비도덕적인 체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게다가 지금 중국의 지도부 자체가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북한을 한국전쟁의 혈맹,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만 보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 내부의 혼란이 중국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때문에 다른 국가와 갈등구조가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4세대에 들어서 북-중 혈맹관계가 약화됐고 5세대까지 넘어가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한국정부가 대중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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