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동포애 확인한 ‘남북대결’

사상 처음으로 상암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경기를 치른 남북 축구대표팀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초여름 녹색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한국과 북한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을 치른 2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

‘대~한민국’ ‘승리를 위하여’ 등 한국 축구대표팀만을 위한 응원 구호나 응원가 뿐 아니라 ‘조~국 통일’ `우리는 하나다’ 등 남북을 동시에 응원하는 목소리도 힘차게 울려 퍼졌다.

평소 A매치처럼 본부석 왼편 골대 뒤에는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가 자리를 잡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대부분 관중도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었지만, 본부석 오른쪽 관중석에는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와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등 흰색 티셔츠를 받쳐 입은 사회단체 회원 500여명이 남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우리는 하나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북한 선수들에도 응원을 보낸 것.

이들은 경기 시작 40분 전 북한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나오자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환영했고, 양측 선수가 공식 입장할 때는 대형 한반도기를 펼치며 남북 모두의 선전을 기원했다.

FIFA 공식 A매치인 만큼 본부석 건너편 관중석 상단에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됐고, 선수 입장과 함께 양측 국기도 함께 입장했다.

북한이 원정팀인 만큼 북한 국가가 먼저 연주되자 관중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남북한 모두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조 1, 2위 순위만 가리는 이날 경기에서 한국 축구팬들은 FIFA 공식 경기를 치르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찾은 북한 선수들에게도 힘을 실어주며 남북이 하나 되는 뜨거운 동포애를 보여준 것이다.

이날 남북 동시 응원을 준비한 문성순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사무차장은 “지난주 금강산에서 행사를 마친 뒤 응원 계획을 세웠다”며 “축구 경기를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가 풀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들 2명과 함께 흰색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을 찾은 박영삼(41)씨도 “우리 선수들만 응원하면 북한 선수들이 외로울 것 같아서 가족과 함께 나왔다”며 “양쪽 모두 기운을 내면 경기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9개 중대 1천여명의 병력을 경기장 안팎에 배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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