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美 `北 여행자유화’에 정부 `긴장’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77년 3월 미국이 쿠바, 월맹(베트남), 캄보디아, 북한 지역의 여행제한조치를 재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한국 정부가 이 조치의 연장을 강력히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미국의 공산 4개국에 대한 여행금지조치 해제(1977년)’ 관련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의 카터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의 내용을 주미 한국대사관에 통보하자 한국 정부는 크게 다음과 같은 4가지 대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북한이 미국시민권을 소지하고 북한을 방문한 교포를 이용해 재미교포사회에 침투하는 것에 대해 경계할 것 ▲미국의 조치로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가 없도록 주시 관찰할 것 ▲미국의 정책 변경을 오인한 서구 국가들의 대북태도 변화를 막기 위해 대외적으로 미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국내 언론보도도 이를 반영토록할 것 ▲미국에 이 조치의 연장을 강력히 요청할 것 등이다.

그러나 카터 정부는 “이 조치가 시민의 여행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기 위한 조치이며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변경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여행이 자유화돼도 미국 정부는 여행객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경고를 통해 사실상 여행을 억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카터 행정부가 쿠바와 월맹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연장선상의 조치로 판단했으며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이 급증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심리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조치들을 마련한 것으로 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한편 카터 정부 수립에 즈음해 북한이 2차례에 걸쳐 미국에 접근했으며 특히 오진우 국방상의 파키스탄 방문 이후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과 직접 접촉을 요구하는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사실이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와 관련, 당시 미 국무부 글라이스틴 부차관보는 면담을 통해 주미대사관 구춘회 공사에게 “한국의 참석 없이는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고 종래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외교문서는 기록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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