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 진단] 아사바 日야마구치현립大 조교수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일본 야마구치(山口)현립대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는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과 관련, “‘부시 시대’의 마감이 곧 ‘오바마 시대’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오바마가 내건 변혁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분명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향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시가 없는 오바마의 진가는 앞으로 시험대 위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같이 밝혔다.

아사바 조교수는 한·미관계와 관련,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에 요구되는 것는 정권의 임기나 당파성의 변화를 초월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한미관계의 미래상을 정하는 일”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 미뤄진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앞으로 어떻게 제시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아사바 조교수는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 국제관계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정치·선거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규슈(九州)대 한국연구센터 연구원을 역임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에 정통한 일본내 대표적 소장파 학자다.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의 승리가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도 ‘부시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승리했다기보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와 차별화에 실패한 매케인이 패배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승리했다기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와 차별화에 실패한 정동영 후보가 패배한 지난 17대 대선과 유사하기도 한다.

부시 시대 이전과 이후에서는 미국 정치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미국의 의미는 크게 변했다. 이제는 미국 국민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될지에 따라서 큰 영향을 받게 돼 투표는 못하지만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이 된 것이다.

하지만, ‘부시 시대’의 마감이 곧 ‘오바마 시대’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바마가 내건 ‘변혁’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도 더 중요한 것은 단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향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 캠페인 기간에는 구호에 불과했던 ‘변혁’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과제로서 구체화될 것인지에 대해서 미국 국민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없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노무현이 있었던 후보시절과 완전히 다른 국정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과 같이 ‘부시가 없는 오바마’의 진가는 앞으로 시험대 위에 올라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권이 교체된 만큼 각종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으로 긴장관계가 조성되기도 했다. 우선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한미관계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 세계전략의 재정의와 미군의 세계적 전환 속에서 주한미군의 재배치문제나 전시작전권 환수문제 등 한·미간의 현안들은 노무현 정권과 부시 정권 간에서 이미 대략 합의된 만큼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오바마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검토까지 시사한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순조롭게 양국 의회에서 비준될지에 대해서는 방심할 수 없다.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될 것이다. 양국간 이미 대략 합의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착실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에 요구되는 것는 정권의 임기나 당파성의 변화를 초월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한미관계의 미래상을 정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 미뤄진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앞으로 어떻게 제시할지 주목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정권교체와는 관련이 없지만 조만간 시행되는 한국인에 대한 사증면제조치가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인의 미국방문은 더욱 늘어날 뿐 아니라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중층적이고 미래지향적 한미관계를 위해서는 교류의 확대와 심화, 그리고 서로 대등하다는 의식의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북핵문제다. 부시 대통령이 핵폐기보다는 핵확산 방지에 주력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오바마 정권의 대북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가.

▲미국에서는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국무부 등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의 고위급 인사에 대한 임명동의를 연방의회에서 얻어 대외정책의 리뷰를 끝내는 데 적어도 몇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대외정책의 기조는 현상의 유지나 관리 수준에 머물게 된다. 오바마 정권도 예외가 아니고 북미관계는 당초 부시 정권말보다 지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도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이 정비될 때까지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의 윤곽은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선거과정에서 알려진 것은 핵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면 이란이나 북한 지도자와 직접 대화하겠다는 자세뿐이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는 미국의 세계 정책에서는 당파를 초월한 합의된 목표이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서는 앞으로 리뷰과정 속에서 구체적인 부분이 짜이게 될 것이다. 한미일간에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지도록 리뷰단계로부터 철저한 정책조정이 실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이번 정권교체가 갖는 의미가 큰 것으로 안다. 일본은 최대의 우방으로 미국을 꼽고 있다. 부시 정권에서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으로 미국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미·일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일관계에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일본의 외교와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부시(공화당)의 미국도 오바마(민주당)의 미국도 아닌 오직 미국이다.

물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서 일본과 미국(부시 대통령 재임 중) 관계는 최고였다고 평가될 만큼 누가 정치 지도자인지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미·일관계의 중요성은 미국 대통령이나 연방의회의 구성변화와 관계없이 일본에서는 자명한 일이다.

거꾸로 미국에는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이고 이러한 인식에는 역시 공화당과 민주당간에 큰 차이는 없다.

미·일관계에서 변수는 오히려 일본쪽이다. 테러특별법 대응방식에서 확연하게 볼 수 있듯이 자민당과 민주당간에 대미인식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만약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서 지금 내걸고 있는 정책을 그대로 실시한다면 미·일관계는 전례없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런 가능성도 충분히 감안해 오바마 정권은 대일정책의 리뷰를 실시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 중의원 해산이 이뤄지지 않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체제가 유지되면 기존 정책기조는 유지될 수 있다.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재조사에 메리트가 없다며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납치문제 해결이란 일본 정부의 과제 해결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납치문제의 해결이나 적어도 진전이 없는 한 북·일관계의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재조사라는, 양측간 한번 합의한 최소한의 조치에서 조차 북한쪽의 성의가 보이지 않는 이상 일본정부가 6자회담의 제2단계에서 각국이 부담하게 돼 있던 대북 경제지원에 응하지 않고 제3국에 대신 맡기게 한 것은 종전 노선 그대로이다.

원래 북·일관계에는 북미관계나 남북한관계, 그리고 6자화담과 연동하면서도 독자적인 과제와 일정표, 그리고 지렛대도 존재한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했다고 해도 상징적인 의미는 있을지도 몰라도 북한이 원하는 경제지원이 당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령 대북경제지원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일정으로 상정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로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는 나라는 현재로서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일본은 평양선언에서 양국간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 다음에 경제협력을 실시한다고 이미 합의한 바 있다. 납치문제의 해결, 적어도 진전이 없는 한 북일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고 경제협력도 있을 수 없다는 지렛대의 유효성은 앞으로 더욱 검증되게 될 것이다.

관건은 일본이 제공할 수 있는 경제협력의 효과는 그것을 대체할 수단의 존재 여부에 따라 상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핵개방 3000’이란 또 다른 큰 규모의 대북경제지원도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의 정책공조가 절실히 요구된다.

–아소 다로 총리가 일단 중의원 해산을 연기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가 일본 총선에 있어서 유권자들의 ‘교체’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도 있다.

▲11월 30일에 예정됐던 총선이 벌써 연기된 상태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미국 대선을 봐도, 경제이슈는 어느 나라 유권자나 마찬가지로 가장 큰 관심거리고 현상에 대한 불만이 높을수록 정권 여당에 대해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드러났다.

아소 총리는 ‘정국보다 정책’이란 명분으로 총선을 연기하고 경제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경기가 좋아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해소돼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회복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간을 끄는 사이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만큼 더 어려워질 개연성이 훨씬 높다. 이 경우 정권교체에 대한 광풍이 불 것이다. 지금은 잠시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잔잔해진 것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정부 탄생이 중국과 일본, 한반도의 역학관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나.

▲부시 시대에는 세계속에서 미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려서 지금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의 하드 파워는 군사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SIPRI(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보고서 2008년도판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전체의 45%룰 차지해 2위에서 15위까지 14개 국가들의 그것들을 합친 것보다 크다. 중국이 5%로 3위, 일본은 4%로 5위, 그리고 한국은 2%로 11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테러와의 전쟁이나 이라크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한 것도 아니고 국토방위에 대한 불안함이 해소된 것도 아니다. 북핵문제도 결국 부시 정권의 임기 중에 해결을 보지 못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의 하드 파워는 쇠퇴해 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한 나라의 GDP로서는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EU 전체와 비교하면 벌써 그 자리를 내 준 지가 오래이고 중국이나 인도란 신흥국가들에 의해 추격당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역전당하게 될 것이다.

강한 달러와 개방된 미국시장은 세계경제의 견인차이자 든든한 기초였지만 최근의 금융불안은 미국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 그 자체가 됐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11월15일에 예정돼 있는 G20 정상회담에는 G8 국가인 일본뿐 아니라 한국이나 중국도 참여한다. 여기서도 벌써 역학관계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이제 G8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하드 파워는 물론이거니와 설득력이나 매력에 뒷받침되는 소프트 파워는 상당히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듯이 유엔 안보리에서 권한부여를 받지 않은 채 무력행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동맹국의 지지도 계속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세계 곳곳에서 대미감정이 악화되고 말았다. 자제없는 하드 파워는 오히려 소프트 파워의 열화(劣化)를 초래하고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시대의 미국은 하드 파워뿐만 아니라 땅에 떨어진 것과 다름이 없는 소프트 파워를 다시 살려서 총체로서의 파워(클린턴 정권에서 요직을 맡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이것을 스마트 파워, 즉 현명한 파워라고 부름)를 지향하느냐에 따라서 그 위상이 크게 좌우된다. 관건은 파워 개념을 미국이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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