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 진단] 美진보정책연구소 그레서 국장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미국의 정치.사회.역사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상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고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민주당계 싱크탱크인 진보정책연구소(Progressive Policy Institute)의 에드워드 그레서 국장은 5일(이하 현지시각)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상 첫 흑인(African American) 대통령의 탄생이 미국의 정치.사회에 갖는 의미와 미국의 통상정책에 가져 올 변화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진보정책연구소는 외교, 국방, 통상, 무역,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민주당 계열의 연구소로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 보수파의 정책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내 수 백 개의 싱크탱크 중 영향력 측면에서는 헤리티지재단, 브리킹스연구소, 케이토연구소, 미국기업연구소 등과 함께 5대 연구소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에서 무역과 세계 시장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그레서 국장은 미 의회에서 입법 보좌관과 정책 담당관으로 활동했고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정책 고문으로 일한 통상 전문가다.

그레서 국장은 “부시 행정부가 FTA를 강조했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통상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고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 측에 FTA를 다시 협상하자고 요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자가 한미 FTA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해 전체적으로 지지한다거나 반대한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고 한미 FTA에 대한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의 시각을 설명했다.

재협상 범위와 분야에 대해 “전면적인 재협상보다는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부분에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동차가 포함될 것은 분명하다”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자는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과 비교할 때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접근하기가 더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 과정 등에서 “미국 업체들이 한국에 연간 5천 대의 자동차를 파는 동안 한국은 70만 대를 수출한다”며 “한.미 FTA는 잘못됐다”고 주장했었다.

그레서 국장은 미국 의회에서 언제쯤 한미 FTA가 통과될 지에 대해 “경제.금융 위기, 이라크, 이란, 북한 핵 등 긴급하고 중대한 문제가 너무 많아 지금 FTA를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의회 통과를) 예상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등 현안 해결에 시간이 걸려 한국의 기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이후 17일부터 3일 간 미국 의회에서 레임덕 세션이 열리더라도 경기 관련 정책과 대책 등에 밀려 한.미 FTA가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레서 국장은 답보 상태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과 관한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FTA를 제외한 통상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캠프에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일반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FTA에서 강력한 노동과 환경 기준을 추구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주요 지지 계층 중 하나가 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이 보호무역 색채를 띌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도 변화가 예상되고 이라크에서의 철군, 이란 핵 문제 등 중동 관련 정책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해 미국의 외교 정책이 군사력을 앞세운 `강경’보다 대화와 협상을 우선하는 `온건’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북(對北) 정책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기존의 6자 회담을 지지하겠지만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 등 북한에 대한 정보가 혼란스러워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미국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경제 위기의 대응과 관련, “오바마 당선자가 경제 위기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유럽, 일본, 중국,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 계속 협력하고 미국 내부적으로는 여론을 수렴해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레서 국장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의미를 “미국 국민에게 피부 색깔, 종교, 문화 등 배경에 관계 없이 누구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큰 발걸음(big step)”으로 평가했고 “오바마의 당선으로 변화에 대한 낙관주의가 생겨나고 대선등 선거에서 패한 공화당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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