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시험운행] 57년만에 동해선 타는 이호철씨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동원돼 동해선을 타고 내려왔지요. 그것으로 가족과 이별하게 됐고, 그때 경험은 문학으로 나타났어요. 제 문학과 인생의 큰 무대를 57년 만에 찾아간다고 생각하니 흥분되고 감동스럽습니다.”

원산 출신 작가 이호철(75)씨는 자신이 체험한 남북 분단의 아픔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대표적 소설가로 꼽힌다.

17일 시험운행하는 동해선에 탑승할 예정인 이씨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시험운행은 나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감회를 밝혔다.

1950년 원산고등학교 3학년 때 인민군에 동원돼 동해선을 타고 남측으로 내려온 그는 국군에 의해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났고 이 때의 경험을 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으로 풀어냈다.

이밖에도 이씨가 발표한 ‘탈향’, ‘소묘’, ‘무너앉는 소리’ 등 대부분의 작품에는 분단 상황이 배경으로 나온다.

“제 문학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삶의 무대이기도 하지요. 고성까지 동해선을 타고 갔고, 이후에는 기찻길이 끊어져 울진까지 밤마다 50리를 걸어갔어요. 제 기억으로는 그때가 8월26일이었는데, 한달 후 국군 수복이 이뤄졌지요. 저는 양양에서 포로로 잡혔어요.”

이렇게 탄생한 그의 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은 한국전쟁 당시 한 젊은이의 눈으로 분단의 상처를 그리면서 민족 간의 화해를 묘사했다.

이씨는 “원산에서 고성까지 300리 길은 해안 절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동해선을 처음 타 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지금도 원산을 출발해 갈마, 배화, 안변, 오계, 상음, 자산, 흡곡 등을 거쳐 외금강, 고성에 이르기까지 기차역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그때의 기억이 더 생생해집니다. 동생 생일은 물론 생각나고 이젠 내가 살던 산천의 흙냄새까지 맡아질 정도에요.”

한국전쟁 때 홀로 월남한 이씨는 “당시만해도 할아버지, 부모님, 누나 두 분, 남동생, 여동생 모두 살아있었는데 이제는 나보다 열 살 아래인 여동생만 살아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이번 시험운행과 관련 “우선 기쁘면서도 기차 타고 아예 고성까지 갔으면 하는 생각에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이렇게 된 것만 해도 어려운 협상을 거쳐 이뤄낸 결과이니 상징적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관계 풀어내는 일이 어렵잖습니까. 산천에 빌었어요. 이렇게만이라도 유지되게 해 달라고, 그래서 서로 오가는 폭이 넓어져 여러 사람이 남북을 오르내리게 해 달라고요. 한솥밥 먹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도와달라구요. 저는 남북관계를 낙관합니다. 하나하나씩 이뤄지는 것 아니겠어요.”

이씨는 17일 다른 탑승자들과 함께 금강산청년역을 출발해 고성군 현내면 제진역까지 25.5㎞ 구간에서 동해선을 탈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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