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北, 침묵으로 일관

북한이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피랍사건에 대해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언급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일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뒤 피랍자 중 1명이 살해되고 추가 살해 위협이 계속되며 전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26일 오후까지도 관련보도나 논평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납치 주체가 2001년 미군의 침공으로 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에서 쫓겨난 탈레반이라는 사실에서 미국의 ‘힘의 정책’을 비난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사건 자체가 국제적으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납치.살해라는 점에서 관망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아직도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고 북미 관계개선 분위기 속에서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테러활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데다, 미국으로부터 핍박받고 있다는 점에서 탈레반에 대해 ‘동병상련’의 심정을 갖고 있어 탈레반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부담스런 입장이기 때문.

더구나 이번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북한의 침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후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에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난과 한국군의 해외 파병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반(反)테러’입장을 함께 표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중동사태에 대해 “2001년 ‘9.11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을 연이어 도발했다”며 미국을 “세계 최대의 살인마, 인권 유린자”라고 주장하면서 미군과 맞서 싸우고 있는 탈레반에 의한 미군의 사망 소식을 전해왔다.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납치 살해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무리한 파병이 초래한 사태”라는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납치사건의 성격이 애매한데다 다른 어떤 세력도 편들지 않는 탈레반에 기울 경우 탈레반과 동질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판단에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탈레반이 한국인에 대한 추가 살해 등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경우는 국제 사회에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납치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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