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개인숭배와 그 결과들에 대하여’

1956년 2월25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제20차 소련공산당 전당대회. 스탈린이 죽은 뒤 제1서기가 된 흐루시초프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스탈린의 독단적인 정책, 고문에 의한 사건조작과 대량살상 등의 정치적 범죄를 낱낱이 고발한다.

흐루시초프는 대표적인 조작 사건인 레닌그라드 사건 등에 대한 기록을 인용, 희생자의 숫자와 실명까지 공개하는 등 스탈린의 범죄를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대회장은 충격에 휩싸였고 몇몇 대의원은 실신했다. 연설문이 유출된 이후에는 여러 건의 소요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던 스탈린에 대한 비판이 공식적 자리에서 최고 권력자에 의해 행해졌다는 사실은 또한 소련과 국제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개인숭배와 그 결과들에 대하여’(책세상)는 바로 이 연설의 전문이다. 러시아사를 전공한 번역자 박상철 교수(전남대 사학과)는 해제를 통해 흐루시초프 개인의 이력과 연설을 둘러싼 다양한 집단 간의 이해관계를 설명하면서, 이상주의자와 독재자, 투사의 이미지가 겹치는 다층적 인물로 흐루시초프를 묘사한다.

스탈린의 신임을 업고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스탈린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흐루시초프가 이런 연설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희생자들에게 자유와 명예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흐루시초프의 사명감 이면에는 조작 사건이 재조사되고 희생자들이 사면복권되자 탄압을 주도했던 당 지도부가 상황이 악화되기 전 스스로 범죄를 밝힘으로써 비난을 막아야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의 해빙, 자본주의와의 평화공존 등 스탈린시대와는 다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스탈린을 넘어서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것도 연설의 주요 배경이다.

이에 따라 흐루시초프는 스탈린 시대를 둘로 구분, 1934년 이후의 정치적 탄압행위를 비판하면서도 그 이전의 공업화, 농업 집단화, 문화혁명 등의 정책과 이를 통해 확립된 소련 사회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수백만 민간인의 희생은 축소한 반면, 공산주의자들의 피해는 길게 설명함으로써 소련 공산당이 스탈린 범죄의 공범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한다.

소련 내에서도 흐루시초프의 연설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공산당 정통주의자들은 이 연설을 1991년 8월 소련 공산당의 붕괴, 나아가 소련 체제의 해체로 가는 첫걸음으로 평가한 반면,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의 공산당 개혁가들은 당 개혁과 사회민주화로 가는 중요한 계기이자 첫 페레스트로이카였다고 평가했다. 176쪽. 5900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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