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수령제 사회주의’ 북한의 미래는

94년 7월 반세기 가까이 북한을 통치해왔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국내외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빠르면 3일, 늦어도 3년 이내에 북한은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경제난 등 몇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예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까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정영철(36) 서울대 국제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펴낸 ‘김정일 리더십 연구(선인刊)’라는 책에서 10여 년 전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잘못된 견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주석 사망 당시만 해도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권력을 물려 받은 행운아로 사회주의권 붕괴 및 경제난에서 기인한 난국을 돌파할 강력한 통치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북한을 빈사 상태로 몰아 넣었던 대규모 자연재해와 그에 따른 주민의 대량 아사 및 탈북 사태는 북한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위기설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넘어서 2000년대에 들어와서 서방 국가와 수교 및 경제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2002년에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시장 요소를 대폭 확대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내놓으면서 붕괴론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정 박사는 최근 10년 사이에 이뤄진 북한의 위기 극복 과정을 근거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상당한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오랫동안 단계적으로 형성돼 왔다는 점에서 당.정.군에 대한 통제력 및 장악력은 확고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북한 체제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수령제 확립 이후부터 계속 강조돼 왔고, 김 위원장의 등장으로 제도화되고 체계화된 사회의 통일단결 구조에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 박사는 이러한 북한 체제의 특성이 90년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내적 통합력과 응집력을 제공해 주었으며, 따라서 일부 이탈자에도 불구하고 70년대부터 다져온 체제의 보위능력은 쉽게 해체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견상으로 확고해 보이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과 수령제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 체제에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단주의의 가치를 앞세우는 수령제 사회는 개인의 창발성과 개성에 기초한 생산력의 향상에서 취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측면에서 후계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령의 유고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 박사는 이런 분석을 근거로 북한의 후계체계를 전망한다. 그의 결론은 김 위원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제도적 리더십을 장악하더라도 인격적 리더십은 갖추지 못한 ‘수령없는 수령체계’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이러한 수령체계의 변질을 심각한 사회적 변화를 재촉하는 근본적인 위협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의 지점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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