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평화질서] ④ 北 경협 주체 `내각’이 뜬다

‘200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경제를 책임진 내각이 부상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2000년 정상회담 때와 가장 다른 점의 하나는 김영일 총리를 비롯해 내각 경제.사회부처 장관급들이 환영식부터 환송오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북 정상선언 가운데 제일 긴 5항에 합의된 사안들은 모두 북한의 내각이 맡아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다.

이들은 정상선언상의 각종 경제협력 합의사항을 실천해나갈 실무책임자들로서, 총리회담, 경제공동위 회의, 그리고 국방장관회담을 비롯한 각급 군사회담을 통해 앞으로 대남관계에서는 물론 북한 내부적으로도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북한 정부 조직 편제상 인민무력부는 내각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방위원회에 속해 있다.

북한 내각이 앞으로 맡아야 할 굵직굵직한 합의사안은 인프라 확충, 자원개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성공단 3통 보장,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고속도로 개보수,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협력,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운영 등으로, 내각의 전 역량이 동원돼야 할 사업들이다.

북한 내각에서 경제관련 업무 기관은 채취공업성, 철도성, 육해운성, 농업성, 경공업성, 임업성, 국토환경보호성, 국가건설감독성, 체신성, 재정성, 노동성, 보건성, 무역성 등을 들 수 있다.

또 정상선언 제6항에 들어있는 사회문화교류와 백두산 관광,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동응원단 등의 합의 이행을 위해선 국가과학원, 문화성, 체육지도위원회 등도 나서야 한다.

북한 내각이 분주해질 것이라는 것은 이번 회담과정에서 이미 예고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4.25문화회관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하면서 김영일 총리를 비롯해 로두철 내각부총리, 김용삼 철도상, 라동희 육해운상, 최창식 보건상, 리경식 농업상 등을 대동한 것을 비롯해 노 대통령의 일정 모두에 내각 고위책임자들을 대거 참석시킴으로써 앞으로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설 이들을 선보이는 기회로 삼았다.

이들 가운데 김영일 총리, 로두철 부총리, 그리고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가장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총리회담, 경제공동위, 국방장관회담의 북측 대표를 맡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일 총리는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회담에 북측 단장으로 참석해 한덕수 총리와 대좌하게 된다.

자신보다 오랜 경력의 곽범기, 로두철, 전승훈 경제부총리들을 제치고 육해운상에서 곧바로 발탁된 김 총리는 남포의 령남배수리공장과 대형컨테이너선 부두 등을 완공시키는 등 물류 인프라 부문의 전문가다.

총리회담에는 북측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에 따라 육해운상이나 농업상, 철도상 등이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경제공동위에선 로두철 부총리가 북측 단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 부총리는 작년말 쩡페이옌(曾培炎) 중국 부총리와 ‘조.중 정부간 해상 원유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지난 6월에는 류샤오밍(劉曉明) 주북 중국대사와 만나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공동위에서 북한 유전 개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로 부총리가 협의 과정에서 중국과 남측 사이에서 벌일 줄타기 협상도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간 경협 협의 결과, 실제로 각종 경협 방안이 광범위하게 전개될 경우 북한 내에서 내각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서 내각은 노동당과 군부에 밀려 실권을 갖지 못한 실무 집행기구에 불과했지만 남측과 협력을 통해 남쪽의 대규모 자본 투자가 성사되는 등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자본.기술 유치의 창구 역할을 하게 되면 그만큼 힘이 붙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실리주의를 추구하면서 내각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핵실험 후, 올해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정치.군사강국에 이은 경제강국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제시하면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서 새로운 변혁을 이룩하는 데서 내각을 비롯한 경제기관 일꾼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사설은 이어 “내각은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운전대를 틀어쥔 중대한 위치와 사명에 맞게 전략적 안목을 가지고 경제작전과 지휘를 책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내각이 남측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과 병행해 북한 군부의 수장격인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국방장관회담의 북측 단장으로 참가해 경협을 군사적 측면에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남측과 논의함으로써 내각의 경협 추진을 뒷받침하게 된다.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1차 국방장관회담에 참석했던 김 무력부장은 해군 출신으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을 거쳐 1998년 현직에 올랐다.

그는 특히 해군 출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서해상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에도 적격이라는 평이다.

특별수행원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참가했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0년 정상회담 때는 내각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당 및 군부 인사와 더불어 내각 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며 “앞으로 북한의 내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남북 당국간 “경제협력 확대는 결과적으로 평화정착을 가져올 수 있다”며 북측이 남측의 대규모 대북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수용할 뜻을 밝히고 종전선언에 관심을 표명하고 경협추진위를 부총리급의 경제공동위로 격상키로 하고 해주 개발 제안을 받아들인 것 등은 “북한의 대남정책이 대결의 군사 중심에서 협력의 경제 중심으로 즉, ‘선군정치’에서 ‘선경(先經)’정치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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